트라우마, 이것을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트라우마, 이것을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 윤지현 기자
  • 기사입력 2023.02.22 11:21
  • 최종수정 2023.02.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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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활과학 자문단의 토크라운지가 던져준 해법

[헬스컨슈머]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재난과 자연재해로 인한 충격이 고위험도 트라우마로 작용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의 사건사고가 몰고오는 후유증으로 사회-경제적 손실 가운데 가장 크게 언급되는 부분이 바로 이 트라우마다.

그런면 트라우마를 관리하고 극복하는 것에는 과연 어떤 방법이 있을 까?

이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2월 16일 ‘재난 트라우마(PTSD,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극복을 위한 정신건강’을 주제로 제8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열었다.

➤ 타입별 트라우마와 그 대처법

먼저 이번 토크라운지에서는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트라우마,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제목으로 발제했다. 

권 교수는 “지금껏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압사 사고까지 충격적인 사회적 재난들이 많이 일어났고, 성폭력과 가정폭력 또는 갑작스러운 가족의 사망 등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사건들도 많았다”며 “이런 충격을 겪게 되면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PTSD,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명 ‘재난 트라우마’다. 일반적인 자극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할만한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고 난 뒤에 생기는 심리적 외상을 뜻한다. 트라우마 이후에는 몸과 마음의 변화가 같이 동반된다.” 

권 교수는 “트라우마를 겪기 전에는 세상이 비교적 안전하고 기본적으로 믿을만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트라우마 후에는 세상이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며 “세상과 삶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완전히 깨지는 경험이기 때문에 트라우마 이후에는 대인관계나 삶 전반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고 부연했다.

➤ 트라우마는 이론적으로 Type1과 Type2로 나뉜다

Type1 트라우마는 Simple PTSD로 강도나 자연재해나 교통사고, 강간 등 단 한 번의 외상 사건에 의한 것이고 Type2 트라우마는 Complex PTSD로 가정폭력과 성매매, 반복적인 성적 학대, 전쟁 포로, 고문 등 장기간 반복적으로 자극이 발생해 정서, 신체, 성적, 영성 등 여러 영역의 손상 피해가 광범위하다는 것. 

그런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비롯해 정신과 진단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측정 가능한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수치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권 교수는 “외상사건을 겪은 본인이 힘든 증상을 이야기해야 그것을 통해 의사가 진단을 하게 된다”며 미국 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DSM을 소개했다.

“2013년 다섯 번째 개정판 DSM-5까지 나왔는데, PTSD의 증상들이 소개되어 있다. 첫 번째가 트라우마 자극으로 실제적이고 위협적인 죽음이나 심각한 부상, 성폭력에 노출되어야 한다. 둘째는 자극 이후, 침투적인 증상, 셋째는 자극에 대한 지속적인 회피가 있어야 한다. 넷째는 관련된 부정적 생각과 감정들이 있고 다섯째는 각성과 반응성의 뚜렷한 변화, 여섯째는 이것들이 적어도 1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마지막은 사회적, 직업적으로 심각하고 현저한 고통과 손상이 초래되어야 한다.”

그는 이어 여기서 “특히 중요한 건 외상사건에 대한 직접적이고 반복적인 경험이다. 타인에게 일어난 외상도 생생하게 직접 목격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 TV나 여러 미디어를 통해서 본 것만으로 PTSD에 해당될까? 

그러나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을 죽음 혹은 죽을뻔한 경험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트라우마”라며 권 교수는 “경찰관과 소방대원, 응급의료종사자, 전쟁 참여 군인 등은 외상사건을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PTSD에 걸리게 될 확률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또 “침투적 증상이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상사건과 관련해 반복적, 불수의적, 침습적인 고통스러운 기억이 악몽이나 심상, 냄새, 소리, 감정 등 다양한 형태로 불쑥불쑥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즉. 외상사건과 관련된 아주 작은 자극에도 당시 기억을 재경험하게 된다. 이밖에 외상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나 장소, 물건, 대화, 상황 등을 회피하거나 두려움, 공포, 수치심, 분노,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갖게 된다는 것. 게다가 각성 조절의 어려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쉽게 짜증을 내거나 분노가 폭발한다. 지나치게 경계하고 예민해서 주의 집중이 저하되고 수면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극심한 고통으로부터 일시적으로 회피하려는 기제로, 외상과 관련된 자극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한 해리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인화는 마치 마음과 몸이 분리된 느낌으로, 자기가 아닌듯하거나 꿈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경험한 모두가 PTSD를 보이는 건 아니다. 

권 교수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면서 적어도 한 번 이상 외상사건을 경험한다. 미국은 60~80%이고, 우리나라는 최소 3분의 2 정도”라며 “외상사건을 경험한 사람의 10~20% 정도만 PTSD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를 겪은 후 PTSD를 나타내기 쉬운 성격적 특징이 있을까. 

권 교수는 “어릴 때 폭력을 경험한 사람은 아무래도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경계성 인격장애가 있거나 의존성이 심하고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의심이 많다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가족이나 주위의 지지시스템이 부족하거나 관련된 정신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그리고 남성보다 여성이 PTSD에 취약하다는 것. 이런 경우에는 뇌의 변화도 나타난다. 

뇌에서 기억력이나 감정과 관련된 부분인 해마와 편도체, 그리고 억제력과 관련된 전두엽에서 문제를 보여 감정적으로 억제력이 없어서 화를 쉽게 내게 된다는 것이 권 교수의 설명이다.

➤ PTSD 치료 위한 단계별 접근 필요

권 교수는 “첫 번째 단계가 안정화 치료다. 이는 모든 외상치료 작업의 기초이자 1단계 치료로 불안을 감소시키고 공포를 안정시키는 단계”라며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안정화를 위해서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부교감신경 안정화에는 복식 호흡이 굉장히 좋다”고 추천했다. 

두 번째 단계는 외상기억 재노출 및 처리 치료다. 이는 외상 관련 기억을 재노출하여 견딜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권 교수는 “PTSD 경우에는 외상 관련 기억에 노출되면 처음에는 굉장히 불안하고 공포스러워 그 자극을 피하려고만 한다”며 “조그만 자극들을 자주 줘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눈을 감고, 외상사건을 현재형으로 바꿔 구체적으로 기술한 뒤 이를 반복적으로 듣게 한다. 특히 인지적 왜곡을 찾아내어 수정하면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즉 통합적 접근으로 마음 챙김, 노출, 인지재구성 등을 같이 시행하고 안구운동이나 무릎 두드리기와 같은 양측성 자극으로 외상기억을 회상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VR이 활용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어떤 역경이나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권 교수는 “회복 탄력성이 낮으면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해 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느낀다”며 “반대로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극복해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잘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대처도 중요하다며 권 교수는 “균형 있는 식사에 술과 카페인 음식을 피하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며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3번 이상 적당한 운동을 할 것”을 조언했다. 다시말해 운동을 하면 뇌를 자극하게 되고 뇌가 활성화되어 뇌피질이 두꺼워진다는 것. 

권 교수는 또 “깊은 호흡으로 자율 신경계의 안정을 취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여유있게 스케쥴을 관리할 것”을 당부하면서 “거절할 줄 알고 체념할 줄 알아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고, 유머 감각으로 긴장을 해소하고 긴장 이완법을 습득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 회복탄력성과 PTSD 극복 이후 성장과의 상관관계

발제 후에는 손미현 서울 무학중학교 교사가 사회를 맡고, 권준수 교수와 강예린 덕성여대 심리학과 학생이 Q&A 형식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강예린 학생이 우울증과 PTSD가 어떻게 다른지와 연관성에 대해 물었고, 권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울증은 기분장애의 일종으로 우울한 증상이 주가 된다. 그런데 PTSD는 기본적으로 외부 자극이 있어야 된다. 자극과 관련해서 깜짝깜짝 놀라거나 회피가 나타나게 된다. 그 뒤로 우울 증상이 따라올 수가 있다”고 답했다. 

즉 PTSD가 있는 경우는 우울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PTSD는 아니란 얘기다.

다음 질문으로 강예린 학생은 PTSD의 평균적인 치료 기간과 완치가 가능한 질병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대개 외부 자극이 주어지만 1개월 정도는 굉장히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대개 절반 정도는 3개월 이내에 극복을 한다. 아무리 길어도 6개월이면 대부분 회복을 하는데 힘든 사람은 1~2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가끔 있다. 드물긴 하지만, 몇십 년이 지난 후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월남전에 참전했던 사람이 잘 지내다가 몇십 년 후 비슷한 자극을 경험하면서 PTSD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예린 학생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대응하는 말로 ‘외상후 성장’이 있다. 똑같이 트라우마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극복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며 그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권 교수는 “PTSD뿐만 아니라 신체 질환에서도 회복 탄력성은 중요하다. 특히 정신질환에는 더 중요하다. 탄력이 좋은 용수철을 늘렸다가 놓으면 금방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 신체와 정신도 회복 탄력성이 높을수록 트라우마를 빨리 극복할 수 있다”며 “모든 트라우마 자극이 부정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자극을 통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삼았다면 그것이 바로 ‘외상후 성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손미현 교사는 일상생활에서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고, 권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중요하다”며 “신체는 항상 일정한 사이클이 있다. 규칙적인 생활로 사이클이 잘 지켜져야 신체도 튼튼해진다. 정신건강도 신체가 튼튼해야 지켜질 수 있다. 대인관계도 잘하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것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에 명상 같은 것으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