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울증/자살 - 영양적 위험 요인
청소년 우울증/자살 - 영양적 위험 요인
  •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 기사입력 2023.05.04 13:50
  • 최종수정 2023.05.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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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와 우울증/자살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최근 서울 강남에서 10대가 세 명이나 연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우울증 커뮤니티에 대한 문제 또한 대두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명당 2.7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12~14세의 자살률은 2020년 3.2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에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달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했다.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줄인다는 목표로 5대 추진전략, 15대 핵심과제, 92개 세부과제로 구성된 계획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런 계획들에 앞서 정부의 보건 정책 입안자 및 의사 결정권자들은 우울증 및 자살을 단지 심리적, 정신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그 원인 중 하나인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먼저 바라볼 필요가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이 비타민D 수치 또한 최저인 비타민D 결핍 국가라는 사실을 연관 지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D가 우울증을 줄이고 자살을 예방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2013년 미국 정부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은 비타민D 결핍증이 심할수록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미국공공과학학술지《플로스원(Plos one)》에 밝혔다. 비타민D가 결핍되면 뇌에 염증 유발 사이토카인이 증가하며 세로토닌 전달 작용이 악화돼 우울증이 유발되고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D가 우울증을 줄이고 자살을 예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세로토닌 합성: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기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비타민D 수용체는 세로토닌 합성 및 기능과 관련된 영역을 포함하여 기분 조절과 관련된 뇌 영역에 존재한다. 비타민D는 비타민D 수용체와 결합하여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킨다.

- 항염증 효과: 만성 염증은 우울 증상을 일으키며 악화시킨다. 비타민D의 항염증 효과는 뇌의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어 기분을 개선하고 우울 증상을 완화시킨다.

-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생산: 비타민D는 뇌에서 뉴런의 성장과 유지를 지원하는 단백질인 BDNF 생산에 영향을 준다.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가 감소되면 우울증 및 기타 정신 건강 장애를 일으킨다. 비타민D는 BDNF 수치를 증가시켜 잠재적으로 신경가소성을 촉진하고 기분을 개선시킨다. 

-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축의 조절: HPA 축은 스트레스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을 포함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HPA 축의 조절 장애는 종종 우울증이 있는 개인에게서 관찰된다. 비타민D는 HPA 축을 조절하여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조절하고 잠재적으로 우울증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계절성 정동 장애(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 햇빛 노출의 계절적 변화는 일주기 리듬을 방해하고 기분에 영향을 미쳐 계절성 정동 장애라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SAD는 일반적으로 햇빛 노출이 감소하는 겨울철에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우울증이다. 비타민D 보충은 햇빛 감소 및 관련 비타민D 결핍을 보상하여 SAD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비타민D 결핍은 우울증 환자들 사이에서 흔하고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장애 상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항우울제나 정신 요법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항우울제나 정신 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없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영양 결핍을 교정하지 못하며, 이는 많은 환자들이 정상 치료 요법에 반응하지 못하고 개선되지 않는 이유이다. 

심각한 영양 결핍이 존재하면 뇌의 대사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생화학적 치유는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적절한 양으로 제공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특히 뇌 신경세포 내에 존재하는 비타민D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비타민D가 공급되어야 한다.

몇 년 전 제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배종면 교수는 국내 청소년의 비타민D 결핍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중고등학생에게 비타민D 영양제를 학교급식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교수는 2018년 “계절형 우울과 자살 예방을 위한 비타민D 제재 복용”이란 제목의 논문을 《대한보건연구지》에 발표하였다. 우울증과 비타민D와의 연관성을 밝힌 수십여개의 국내외 논문을 메타분석한 결과를 통해 비타민D 영양제 복용이 청소년기 우울증과 자살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배교수는 “청소년의 비타민D 부족은 가장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보건과제”라며 “민간에 맡기기보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타민D 영양제는 식품이므로 값도 싸고 안전하다.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이 학업 때문에 햇볕에 피부를 노출시키지 못한다면 비타민D 영양제를 학교 급식의 형태로 매일 먹이는 게 의학적으로 바람직하며 비용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비타민D가 우울증을 고치고 자살을 막는 치료약이라는 말이 아니다. 비타민D가 우리 몸에 충분하지 않다면 (부족 및 결핍이라면) 생기지 않을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16.1ng/ml이다. 10대 청소년은 16ng/ml, 20대 청년은 14ng/ml에 불과하다. 정상 수치인 30~100ng/ml에 한참 못 미치는 부족도 아닌 결핍 수준이다. 하루빨리 이 수치를 정상으로 만든다면, OECD 자살률 1위의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6월 여수시는 청‧장년층 혈중 비타민D 무료검사를 진행했다. 시는 비타민D 농도가 낮을수록 자살과 우울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런 사업을 마련했다고 했다. 

현재 중앙 정부를 포함 여러 지자체 및 기관들에서 실행하고 있는 각종 자살 예방 캠페인 및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비타민D 건강 캠페인도 함께 진행된다면 실질적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권고되고 있는 비타민D 건강 수치는 40~60ng/ml이다. 이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은 일일 2000IU, 성인은 일일 4000IU 이상은 복용해야 한다.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