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단] 영유아 장염, 놀란 가슴 쓸어내리기

2024-07-17     이재정 엄마기자
(출처)

[헬스컨슈머] 만5세와 올 여름이면 만2세가 되는 두 아이를 키우며 참 감사한 일이 있었다. 입원한 적 없었고 심야시간에 응급실에 간 일이 없었으며 아이들이 심한 설사를 하는 일도 없었다. 아이들이 크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한 것은 긴 시간 아이들에게 한 모유수유 덕분이라며 고생 많았다고 늘 치하해주는 신랑도 어쩌면 나처럼 안심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오전 시간에 공지사항 알림이 울렸다. 아이들이 아직도 등원을 하고 있을 시간인데 무슨 일인가 싶어 일을 하다말고 보니 원내 장염 확진 받은 아동이 있다는 글이었다. 그길로 바로 온 집안 이불을 다 걷어내 빨래를 했고, 가족들의 식기류도 모두 열탕 소독을 했다.  

 

■ 장염의 원인

장염의 대표적인 원인은 바이러스를 통한 감염이라 한다. 아기가 손으로 바이러스가 묻거나 오염된 물건, 혹은 음식을 만지거나 입에 가져갔을 때 감염된다. 간혹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를 통해서도 감염되기도 한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일반 가정에서 감염되기 보다는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 감염되기가 쉽다. 하지만 손을 자주 꼼꼼히 씻어주는 것만으로도 예방되기도 한다니 다행이다. 또한 음식이 상하기 쉽고, 고온다습한 여름 뿐 아니라 춥고 건조한 날씨에도 장염이 걸릴 수 있다고 하니 계절을 타는 질병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장염의 종류
장염은 앞서 말한 것처럼 바이러스성 장염이 있는가 하면 세균성 장염이 있다. 바이러스성 장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도구들을 입에 넣은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영유아의 부모들이 많은 걱정을 하게 되는 노로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반대로 세균성 장염은 식중독균에 감염된 음식을 섭취할 경우 발생하게 된다. 이 세균은 간헐적으로 뉴스에서 쉽게 접해본 병원성 대장균이나 포도상구균 등이 주 원인이 된다.

 

■ 영유아의 장염 증상과 유의할 점
영유아기 아이 장염은 구토, 복통, 열, 설사 등의 증상이 있다. 구역과 구토, 설사 전에 열이 나며 기침과 콧물을 보이기도 하여 간혹 감기로 오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를 하기 시작하면 장염을 의심하게 된다. 가볍다고 표현하기는 뭐하지만 가벼운 설사라면 잠시 지켜봐도 무방하다. 다만 심한 설사, 혹은 설사와 동반되어 아이가 구토를 하고 열이 나며, 배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지체 말고 병원에 가야 한다. 보편적으로 아이들의 장염 증상은 일주일 이내에 상태가 호전되는 편이지만 길게 가는 경우도 있다. 장염의 증상이 좋아진 것 같다고 너무 마음 놓고 있으면 안 될 것이며 아이의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세균성 장염일 수도 있으나 다른 문제일 수도 있으니 이 역시 의사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 기자와 아이들의 이야기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 공지가 올라온 날 키즈노트 알림장에 점심 식사 중 구토를 하여 식사를 중단하였고,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아 낮잠을 자고 난 뒤에도 잘 놀았다고 했다. 다만 혹시 모르는 유제품은 제한했다는 말을 듣고 귀가했다. 저녁 시간 내 얼마나 기운차게 잘 노는지 점심 식사 때 무언가 아이 입맛이나 비위에 맞지 않았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 식사 중 한 두 숟가락 쯤 먹었을까? 갑자기 구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배에서 꾸루룩거리는 소리와 함께 설사가 동반되었다.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던 장염약을 먹이고 잠시 기다려보았다. 음식물 섭취가 중단되니 구토도 잦아드는 거 같았지만 설사는 지속되었고 아이가 급격히 쳐지는 것이 보였다. 소변 횟수도 줄었고 먹는 족족 구토하니 괴로운 아이는 음식물 섭취를 아예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 탈수가 가장 염려되는 문제이다. 이미 집 근방 소아과들은 모두 마감한 시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갔다. 복부 X-ray촬영을 하고 혹시 몰라 사진으로 찍어간 아이의 변 상태, 구토 횟수 등을 확인한 의사는 소아 장염이라 진단하였다. 만 2세 도 되지 않은 아이의 장염은 탈수 직전 상태까지 갔고 결국 링거를 맞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변 상태나 복부 촬영 등의 종합적인 결과 바이러스성 장염은 아니었으나 일주일간 아이를 등원시키지 않고 부드러운 죽으로 속을 달래며 아이의 증상은 점차 좋아졌다. 이제 한시름 놓았을까... 괜찮았던 첫째 아이의 상태가 이상하다. 바로 소아과에 갔고 장염증상이라 하였다. 

한 번 겪어 보았다고 부드러운 죽과 기름지지 않은 식단으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아이의 구토가 시작되었다. 단순히 물을 마신 것마저도 다 토해냈다. 구토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약도 게워내곤 배앓이를 하니, 배를 쓰담쓰담 약손해주며 시간이 경과되었다. 그러나 아이의 증상은 일주일 전 겪었던 둘째 아이의 증상보다 훨씬 심했고 눈에 띄게 쳐지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의료대란이던 때라 네 군데의 응급실에서 입구 컷을 당했으나 아무것도 섭취한 것이 없는데도 쓰디 쓴 위액까지 게워내는 아이를 보며 어디든 찾아가야 했다. 그리고 대학병원 내 소아 전문 응급실에 가서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기본 문진을 하고 복부 X-ray 촬영과 복부 초음파까지 보고 나서 받은 진단은 장염이었다. 그러나 첫째 아이는 다른 점이 있었다.

의사의 설명에 의하면 평소라면 장기들이 움직이며 서로 겹쳐지거나 안에 말려들어갔다가도 자연적으로 빠지게 되는데, 장염으로 인해 대장과 소장이 부어 소장의 일부가 말려들어가 스스로 빠지지 않아 심한 구토 증상이 동반된 것이라 한다. 자연적으로 빠지지 않기에 약물치료를 해야 했고 물도 삼킬 수 없는 터라 결국 수액을 맞게 되었다. 수액을 맞기를 두 시간 여, 물을 마셔도 구토하지 않고 복부 통증도 가라앉아 퇴원하게 되었다.

 

(출처)

 

열흘 사이에 있던 아이 둘의 장염증상은 온 가족을 놀라게 했다. 한 번도 이렇게까지 아팠던 적이 없던 아이들이라 더욱 놀랐고, 대처 방법도 잘 몰라 매일 소아과에 출근 도장을 찍듯 갔다. 이제 다 낫다 봐도 되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왜 그리 반갑던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도, 과일도 마음껏 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아프면 아이들이 다니는 기관을 탓하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엔 모두 내 탓을 하게 되는 게 부모인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자책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유수유를 길게 해서 장염이 안 걸리는 것이 아니었다. 가정 내 환경을, 그리고 아이가 다니는 기관의 위생과 청결을 신경 쓴다고 장염이 내 아이만 피해가지 않는다. 공기 중의 바이러스로도, 같이 생활하는 다른 사람으로 인해 전염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아프고 나면 또 자란다는 말이 있다. 기자의 아이들도 장염을 겪으며 한 뼘 더 자라났고, 기자와 남편 역시 아이들의 단순 배앓이와 장염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하나만 기억하자. 심한 설사, 열과 구토가 동반된 상태라며 다른 무엇보다 탈수, 탈진의 염려가 있으니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