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145)머리가 좋아지는 약
수험생 최고의 영양제
[헬스컨슈머] 2012년 개봉한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의 주인공 에디는 마감 날짜가 다가오지만 한 글자도 쓰지 못한 무능력한 작가이자 이혼 경력자이며 현재 애인에게도 버림받는 찌질한 존재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전처의 동생이 'NZT-48'이라는 약을 주고 가게 되는데, 이 약을 먹고 나자 무려 수십 년 전 대학생 때 읽었던 책들의 내용까지 모조리 떠올릴 정도로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그야말로 뇌의 기능이 100% 가동되며 그의 인생은 하루 아침에 바뀌어 버린다. 이제 그의 모든 신경은 잠에서 깨어 활동하기 시작한다. 보고 들은 것은 모두 기억하고 하루에 한 개의 외국어를 습득하며 아무리 복잡한 수학공식이라도 순식간에 풀어버린다. 또한 레슨 하루면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이고 소설책 한 권도 후딱 써버리며 무한 체력을 갖게 되고 게다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역시 너무 간단해져 버린 그는 검증되지 않은 이 약을 계속 먹으며 능력을 지속해 가고 곧 주식 투자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기적의 약, 공부 잘하는 약(스마트 드럭)을 한번이라도 상상해보지 않은 학생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노려 해마다 수능을 앞두고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라며 수험생들을 혹하게 만드는 약광고가 온라인을 점유하거나 시중에 돌아다닌다.
혹시나 싶어 사보지만 알고 보면 허위 과장된 광고였거나 부작용을 일으키는 마약류 불법 제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머리가 좋아지거나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말보다 달콤한 유혹은 없다.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 ADHD', 지난 4월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약이라며 나눠준 음료수에 써 있던 문구다. 음료수 안엔 마약이 들어있었다.
범인들이 약에 ADHD를 적은 이유는 ADHD 치료제를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약(ADHD)을 찾는 학생 및 부모들의 무지를 탓하기 보다는 그들의 조급함, 간절함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누트로픽(Nootropic) 이라는 이름(분류)으로 인지능력, 기억력,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성분, 약물을 개발 및 발굴해오고 있다.
뇌 대사 기능을 촉진하며, 주로 치매와 같은 고령자의 인지력 장애 증상의 개선을 위한 성분, 각성제(종류에 따라 투약시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향상되지만, 부작용으로 환각이나 정신분열과 같은 정신병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항우울제 등이 그 성분이다.
하지만 그 어떤 성분 보다 가장 기본적이고 모든 적응증(인지능력, 기억력, 주의력, 감정 조절, 스트레스 조절, 피로 회복, 수면 조절 등)을 포함하여 전체적인 컨디션을 최고로 유지하며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는 누트로픽은 바로 비타민D일 것이다.
2023년 10월 수단 하르툼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비타민D 수치와 청소년 학생의 학업 성취도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영양학회지인 《뉴트리언츠(Nutrients)》에 발표하였다.
2021/2022 학년도 동안 수단 북부 나일강 주 알마타마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4개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면 연구를 실시했다.
평균 연령 15세 총 241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타민D 혈청 농도(수치)는 학업 성적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 성취도가 낮은 청소년 그룹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17.6ng/ml인 반면에, 학업 성취도가 좋은 청소년 그룹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25ng/ml였다.
비타민D 수치는 학업 성취도 저하와 반비례했으며, 비타민D 결핍은 학업 성취도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충분한 비타민D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 킹 사우드 대학교 약학대학 임상 약학과 연구팀은 비타민D 결핍이 대학생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헬스케어(Healthcare)》 저널에 발표하였다.
2021년 3월부터 5월까지 리야드에서 총 48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심리적 스트레스와 비타민D 결핍 사이에 강력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진은 대학생의 정신 건강과 심리적 웰빙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비타민D의 적절한 섭취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대학생들은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한 학업 성취도 저하 가능성과 심리적 부담의 연쇄 효과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2022년 10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국경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비타민D 수치가 의대생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자연 및 의학 저널(Journal of Nature and Science of Medicine)》에 발표하였다.
비타민D는 신경 세포 분화를 돕고 해마에서 세포 사멸을 감소시켜 언어 발달과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의대생은 학업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피로가 많기 때문에 인지 기능이 향상되어 학업 성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비타민D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였다.
2021년 5월 이란 비잔드 비잔드 의과대학교 세포 및 분자 연구 센터 연구팀은 고용량 비타민D 보충제와 사춘기 소녀의 인지 능력, 불면증, 졸음 개선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기초 및 임상 신경과학(Basic and Clinical Neuroscience)》 저널에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940명의 사춘기 소녀를 대상으로 9주간의 비타민 D 보충제(주당 50000IU 비타민D3)가 인지 능력과 수면 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경구용 비타민D 보충제는 건강한 사춘기 소녀의 기억력, 억제 조절, 선택적 주의력, 의사 결정, 계획, 지속적 주의력, 인지 유연성 등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켰다. 비타민D 보충 후 불면증 유병률은 15.0%에서 11.3%로 감소했다. 졸음 유병률(15.6%에서 14.7%로 감소) 또는 불면증과 졸음이 모두 있는 경우(8.0%에서 6.1%로 감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따라서 연구진은 고용량의 비타민D가 사춘기 소녀의 인지 능력을 개선하고 불면증과 주간 졸음을 완화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2019년 8월에도 노르웨이 로비센버그 디아코날 병원 연구팀은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기억력 테스트, 즉각적 회상 점수가 높으며 주의력 기능 향상 및 인지능력 향상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영양, 건강과 노화 저널(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and Aging)》에 발표하였다.
2020년 12월 중국 톈진 톈진 의과대학교 공중보건학부 역학 및 생물통계학과 연구팀은 비타민D 보충제는 경도 인지 장애가 있는 노인의 인지 기능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를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하였다.
12개월 동안 비타민D를 보충하면 성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텔로미어 길이에 의해 조절되는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인지 기능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또한 비타민D는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유망한 공중 보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비타민D는 여러 가지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인지 기능 지원 및 두뇌 건강:
비타민D는 특히 해마와 같은 기억 및 정보 처리와 관련된 영역에서 뇌의 비타민D 수용체와 상호 작용하여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신경 성장을 촉진하고 신경전달물질 기능에 영향을 미쳐 학업에 필수적인 인지 과정을 지원한다. 이는 기억력 유지, 학습 및 전반적인 인지 기능을 향상시켜 학업 성취도에 도움을 준다.
기분 조절 및 정신 건강:
비타민D는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 적절한 비타민D 수치는 집중력과 학업 동기를 저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요인인 우울증과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신 건강이 개선되면 학업 환경에서 집중력과 회복력이 향상된다.
신체 건강 및 에너지 수준:
비타민D는 칼슘 흡수와 뼈 건강을 촉진하여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피로와 신체적 불편함을 줄여준다. 이를 통해 하루 종일 일관된 학업 참여와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다.
비타민D가 학생들이 집중력을 유지하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며 동기를 부여하여 잠재적으로 더 나은 학업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근거는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논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계 최대 의학 논문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에 따르면 2023년 11월 현재 비타민D와 기억력에 대한 연구는 600개, 집중력(주의력) 1,700개, 인지능력 1,500개, 감정 5,000개, 스트레스 3,200개, 수면 900개, 피로 600개 등이 발표되었다.
오늘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오늘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에게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혈중 비타민D를 충분히 유지하는 게 최적의 컨디션으로 학습능력을 유지/향상할 수 있는 길이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잇템” 영양소인 비타민D의 적정 수준은 건강 수치(40~60ng/ml)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참고로 ‘2008~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른 대한민국 10대(10세~19세)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2014년 현재 16ng/ml에 불과하다. 이는 정상 수치(30ng/ml~100ng.ml)에 훨씬 못 미치는 결핍(20ng/ml 미만) 수준이다.
비타민D 건강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무게 10kg당 1000IU를 복용하면 된다. (혹은 1kg당 100IU). 몸무게가 50kg인 학생은 하루 5천IU를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편차에 의해 흡수율이 최대 6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제각각 이므로 비타민D 수치를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가까운 동네 검진병원에서 비타민D 혈중 농도 검사를 받아보고 결과 수치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하면 된다. 복용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