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헬스포럼 기고문] (3)나도 모르게 선택하는 배양육 상품
국민의 알권리 보호하는 명확한 식품표기법 제정 필요할 것
2024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서 ‘세포배양식품원료’를 식품원료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한시적 인정으로 고지됐으나 국내에서는 최초로 세포배양 기술로 만든 제품을 식품으로 인정함으로써 배양육 같은 상품이 머지않아 합법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임을 예상케 했다.
그러나 안전성 검증을 아직 충분하게 거치지 않은 이런 상품들이 시장에 나오는 것도 문제이지만, 시장에 나와도 우리 국민들이 모르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세포배양 상품을 알고 있으며, 그 위험성을 충분하게 인지하고 있는가?
일단 축산물에만 한정하더라도 세포배양으로 만들어질 원료는 고기, 우유, 계란 등 다양하다. 여기에 이런 재료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는 가공식품, 예컨대 만두, 햄버거, 빵, 치즈, 요거트, 마카롱, 아이스크림, 과자류 등까지 포함하면 세포배양식품원료가 장악할 우리 식단이 얼마나 커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직 이런 제품들을 명확하게 표기할 수 있는 용어는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까지는 ‘대체식품’, ‘미생물 발효’ 등의 모호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세포배양으로 만들어진 우유를 재료 삼아 만든 아이스크림을 ‘젖소 없이 만든 아이스크림’, ‘미생물 발효 아이스크림’이라는 식으로 홍보한 제품이 이미 나온바 있다. 이를 만든 기업은 일찍이 네슬레와 같은 식품업체에 아이스크림, 초콜릿, 치즈 등의 원료가 되는 세포배양 우유 단백질을 공급했다고 밝혔고, 관련 기업에 국내 한 대기업이 투자했다는 뉴스도 발표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법은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을 통해 “식품 등에 대하여 올바른 표시ㆍ광고를 하도록 하여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소비자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삼는다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식품에 표기되는 정보는 응당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시장에 나올 ‘배양육’은 어떻게 표기되어야 할 것인가? 아직 해외에서도 관련 용어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에 있다. 소비자와 축산업자, 배양육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만큼 각 입장들이 원하는 용어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실험실 배양 고기(lab-grown meat), 닭 세포에서 배양한 닭고기(cultivated from chicken cells) 등 상품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선호한다. 축산업자들은 기존의 고기 제품과 헷갈리지 않도록 고기라는 단어 앞에 ‘가짜(imitation)’, ‘모조(mock)’, ‘인공(artificial)’이라는 수식어를 반드시 붙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에 반해 배양육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인공’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도록 유연성 있게 표기할 수 있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할지라도 최종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할 원칙이다.
현재 국내 식약처는 세포배양 원료를 시장화하는 데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배양육과 세포배양식품이 포함된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지난 12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 산업에 정부가 많은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곧 관련 상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푸드테크 관련 법은 지지하지만 그중 일부인 세포배양 인조축산물 관련 내용은 반대하고, 특히 식품표시는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식약처는 기업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해야 하는 원칙에 따라 식품표시 제도를 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많은 의견이 공론장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