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에 치매 100만명 시대 코앞…"위험 요인 관리 빠를수록 좋아"

2030년 태어날 여자아이 절반이상이 90세 넘길 확률 57% ▲ 치매 환자와 가족[자료 이미지/ 연합뉴스].

2025-06-23     헬스컨슈머

"대한민국은 2030년에 태어나는 여자아이의 절반 이상이 90세를 넘겨 살 확률이 57%에 달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이 장수의 축복 뒤에는 '어떻게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가'라는 숙제가, 특히 치매라는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한치매학회 최성혜 이사장(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마련한 미디어아카데미에 나와 한국 사회의 치매 현주소를 이같이 짚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막연했던 치매 환자 급증이 초고령사회의 여파로 국가와 병원, 사회 모두의 측면에서 지대한 관심사가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방법이 없거나 극복하지 못할 질환은 아니라는 게 최 이사장의 진단이다.


◇ 대한민국, 치매 100만명 시대 코앞…하지만 '희망'도 보인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매 추정 환자는 60세 이상 기준으로 96만명, 65세 이상 기준으로 91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각각 393만명, 280만명으로 훌쩍 뛰어오른다.

유병률로는 65세 이상 인구의 약 9.2%가 치매를, 약 28%가 경도인지장애를 각각 겪고 있다. 

70대와 80대에서 치매 유병률이 더욱 높고,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은 것도 한국인 치매의 특장이다.

수치만 보면 암울할 수 있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최근 들어 치매 유병률 자체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2020년 7.2%이던 치매 유병률은 2024년 6.76%로 소폭 감소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의 치매 발생률이 지난 25년 동안 발표된 여러 연구에서 10년마다 13%씩 일관되게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년층의 학력 향상으로 인한 '인지 예비능' 증가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 치매 관련 위험 요인들의 약물 치료 및 관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최 이사장은 "한국에서도 고령 인구의 증가로 인한 절대적인 치매 환자 수는 늘어나겠지만, 서구처럼 유병률 자체는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특히 신규 치매 발생이 줄어들 가능성을 보이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약물 치료의 경우 최근에는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새롭게 선보이면서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약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는 방식의 항체치료제로, 바이오마커 검사를 통해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로 진단받은 환자에게 사용이 권장된다.

하지만 레켐비는 아직 비급여여서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주사 관련 행위료, 효과 반응 평가, 부작용 평가, 환자 및 보호자 교육료 등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레켐비의 효과를 '게임 체인저'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환자의 26%에서 약물 주입 관련 이상 반응이 발생하고 임상적 반응도 개인차가 뚜렷하다는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 한국인 치매, 서구와 달라…중년기·노년기별로 '특별 관리' 필요

치매 유병률 감소 추세를 서구 수준으로 따라잡으려면 한국인 특유의 치매 위험 요인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게 최 이사장의 지적이다.

최 이사장은 그 위험 요인을 중년기와 노년기로 나눠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중년기에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청력저하, 고혈압, 흡연, 당뇨병, 비만, 우울증, 운동 부족, 과음, 고콜레스테롤혈증, 뇌 외상 등이 제시됐다.

예컨대 청력 저하는 인지 자극 저하와 사회적 고립을 유발해 치매 위험을 2배 이상 높인다. 

하지만 보청기를 착용하면 이 위험이 최대 48%까지 줄어든다.

몸에 나쁜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120mg/dL 이상으로 높은 경우에도 치매 발생 위험이 33% 높아지지만, 스타틴 치료제를 먹으면 20∼30%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벼운 뇌 외상도 치매 발생 위험을 66% 높일 수 있어 평소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보면 65세 미만의 젊은 나이에 발생한 머리 외상은 높은 치매 위험과 연관성이 뚜렷했다.

반복된 뇌 손상이 신경을 망가뜨리거나 뇌의 아밀로이드, 타우와 같은 이상 단백질의 침착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머리 외상이 잦은 미식축구 선수들의 경우 치매와 파킨슨병, 운동신경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3.7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최 이사장은 "가볍거나 반복적인 머리 외상도 치매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중년기부터는 머리 외상에 주의하고, 만약 외상을 입었다면 적극 치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년기에 주의해야 할 치매 위험 요인으로는 사회적 고립과 대기오염, 시력 저하, 저체중 등이 지목됐다.

최 이사장은 "평소 치매 위험 요인을 적절히 관리하면 전체 발생의 45%를 줄일 수 있다"면서 "관리의 핵심은 중년기와 노년기에 각기 다른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치매학회는 치매 예방을 위해 평소 채소와 과일, 견과류를 주기적으로 섭취하고 되도록 음식을 싱겁게 먹으라고 조언한다.


또한 노년기에 핸드폰이나 태블릿 PC를 활용하는 것도 권장한다. 

두뇌 활동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성취감까지 느끼게 함으로써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치매는 더 이상 불치의 영역이 아니라,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조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충분히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면서 "치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고 공개적으로 병을 논의하면서 관리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도 치매 극복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