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박테리아, 페트병에서 타이레놀 성분 만든다"
英 연구팀 "PET 유래 테레프탈산을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바꾸는 대장균 개발"
세계적으로 방대한 양이 사용돼 폐플라스틱 문제를 유발하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로부터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의 유효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을 생산하는 박테리아가 개발됐다.
영국 에든버러대 스티븐 월리스 교수팀은 24일 과학 저널 네이처 화학(Nature Chemistry)에서 유전자 조작 대장균(E. coli)을 이용해 PET를 분해해 얻은 테레프탈산을 90% 이상의 높은 수율로 파라세타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월리스 교수는 "이 연구는 PET가 단순히 플라스틱 폐기물이 되거나 재활용 플라스틱이 될 운명이 아니라 미생물에 의해 질병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유용한 제품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세계적으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플라스틱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활용해 가치를 높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연구팀은 세포 내 화학 반응을 활용해 원하는 분자를 생산하는 대사공학과 유기화학을 결합해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이 방법이 플라스틱 재활용에 활용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벤젠(C6H6) 고리 화합물에 탄소-질소(C-N) 결합을 만드는 중요한 유기합성 반응인 로센 재배열(Lossen rearrangement)이 유전자 변형 대장균 내에서 일어날 수 있고, 세포 내 인산염이 촉매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로센 재배열은 벤젠 고리에 질소화합물인 아민기가 붙어 있는 파라세타몰을 만드는 데 중요한 반응이며, PET를 분해할 때 나오는 벤젠 고리 화합물인 테레프탈산(TPA)을 처리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PET에서 얻은 테레프탈산을 유전자 조작 대장균을 이용해 맥주를 만드는 것처럼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24시간 안에 92%의 높은 수율로 파라세타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은 실온에서 진행됐고 사실상 탄소 배출이 없다. 연구팀은 상업적 규모 생산을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기술로 폐플라스틱에서 파라세타몰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연구는 대장균이 폐플라스틱에서 얻은 물질로 파라세타몰을 생산한 최초 사례일 수 있다며 폐플라스틱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유용한 제품으로 업사이클링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생수병, 식품 포장재 등으로 널리 사용돼 세계적으로 매년 3억5천만t 이상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PET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데 이 기술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튜 욱 장 싱가포르국립대(NUS) 교수팀은 함께 게재된 논평(News & Views)에서 "합성 화학과 생물 화학은 전통적으로 별개 분야로 여겨져 왔다"며 "하지만 이 연구는 유전자 조작 미생물이 생체 적합한 화학 반응을 통해 세포 내에서 폐플라스틱을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 출처 : Nature Chemistry, Stephen Wallace et al., 'A biocompatible Lossen rearrangement in Escherichia coli',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7-025-018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