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단] “혀가 불에 데인 것처럼 화끈”…겉으로 멀쩡한데 계속 아프다면, 구강작열감증후군
[헬스컨슈머] 얼마 전 기자의 지인은 특별히 뜨거운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혀끝이 화끈거리고 따끔한 느낌이 계속된다고 호소했다. 처음에는 입안에 상처가 생겼거나 구내염이 생긴 것으로 생각했지만 거울로 확인해도 눈에 띄는 이상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증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특히 하루가 지나면서 입안의 화끈거림이 더욱 심해지는 날도 있었다.
이처럼 겉으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혀나 입안이 타는 듯 아픈 증상이 지속된다면 ‘구강작열감증후군(Burning Mouth Syndrome, BMS)’을 의심해볼 수 있다. 구강작열감증후군은 수개월 이상 매일 또는 반복적으로 입안에 화끈거림, 따가움, 저림 등의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진단 과정에서 다른 원인을 먼저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안이 타는 듯한 통증, 혀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
구강작열감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말 그대로 입안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리거나 따갑게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혀의 끝이나 양옆, 윗면에서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지만 입술이나 잇몸, 입천장 등 구강 내 여러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단순한 통증뿐 아니라 바늘로 찌르는 듯한 저림이나 따끔거림,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입안이 바짝 마르는 구강건조감이나 물을 자주 찾게 되는 증상, 평소와 다른 맛을 느끼는 미각 이상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쓴맛이나 금속 맛처럼 느껴지거나 미각이 감소하기도 한다.
특징적인 점은 증상의 강도가 하루 중에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는 비교적 괜찮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가 있으며, 처음부터 하루 종일 지속되거나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동안 일시적으로 불편감이 줄어들기도 한다. 증상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일시적 구강 자극으로 생각하고 방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 생길까?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구강작열감증후군은 크게 원인을 확인하기 어려운 ‘일차성’과 다른 질환이나 상태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성’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일차성 구강작열감증후군은 특별한 구강질환이나 전신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로, 통증과 미각을 담당하는 신경의 기능 이상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차성은 구강건조, 구강 내 감염, 영양소 부족, 호르몬 변화, 위식도 역류, 특정 약물, 알레르기 또는 구강 자극 등 비교적 다양한 원인이 관여할 수 있다.
특히 철분이나 비타민 B군 등 일부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 당뇨병이나 갑상선 질환과 같은 내분비 질환, 구강 칸디다 감염 등이 입안의 화끈거림과 연관될 수 있다. 침 분비가 감소해 입이 마르는 경우에도 증상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으며, 복용 중인 일부 약물이 구강건조를 유발해 결과적으로 구강작열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치아를 악무는 습관이나 이갈이, 혀를 반복적으로 치아에 밀어붙이는 습관 역시 구강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와 호르몬 변화도 무시할 수 없어
구강작열감증후군은 신체적인 원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증상과 연관되거나 통증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여성, 특히 폐경 전후의 여성에서 발생 위험이 높아 호르몬 변화와의 연관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스트레스가 있다고 해서 모두 구강작열감증후군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생긴 통증’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실제로 신경 기능 이상과 구강건조, 영양결핍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안이 멀쩡한데 왜 아플까? 진단이 까다로운 이유
구강작열감증후군이 진단하기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는 통증에 비해 입안의 외관상 변화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혀나 구강 점막을 살펴봐도 특별한 병변이 없고 일반적인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입안이 아프다’는 증상만으로 구강작열감증후군을 확진하기보다는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환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진단 과정에서는 구강검사와 병력 확인을 기본으로 하며,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를 통해 빈혈이나 혈당, 갑상선 기능, 영양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구강 내 감염이 의심되면 배양검사를 시행할 수 있고, 침 분비량을 확인하거나 알레르기 검사, 위식도 역류 관련 검사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복용 중인 약물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면 약물과 증상의 관계도 함께 살펴본다.
치료의 핵심은 ‘원인 찾기’부터
구강작열감증후군의 치료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하나의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차성 구강작열감증후군이라면 원인이 되는 질환이나 상태를 먼저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구강 내 감염이 원인이라면 감염을 치료하고, 영양소 결핍이 확인되면 부족한 영양 상태를 교정한다. 특정 약물이 원인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약물을 조정할 수도 있다.
반면 특별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일차성 구강작열감증후군은 증상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구강건조가 심한 경우 인공타액이나 침 분비를 돕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으며, 통증의 특성에 따라 국소마취 성분이나 신경통 조절에 사용되는 약물, 일부 항우울제나 항경련제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스트레스나 불안이 증상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인지행동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가 함께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치료 효과와 적절한 치료법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생활습관만 바꿔도 증상 완화에 도움
일상에서 입안을 자극하는 요인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입안이 건조하다면 얼음 조각을 천천히 녹여 먹거나 무설탕 껌을 씹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매운 음식이나 지나치게 뜨거운 음식, 산성이 강한 음식과 음료, 탄산음료, 술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자신의 증상과 연관성이 있다면 줄이는 것이 좋다. 알코올이 함유된 구강청결제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치약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무엇보다 혀를 지나치게 닦거나 반복적으로 깨무는 행동, 이를 악무는 습관처럼 구강을 자극하는 행동이 있다면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흡연 역시 구강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음식과 생활습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통증이 심해지는지 기록해두는 것도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냥 피곤해서’라고 넘기지 말아야
구강작열감증후군은 겉으로 뚜렷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료를 미루기 쉽다. 하지만 혀나 입안의 화끈거림과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수주 이상 지속된다면 치과나 구강내과, 필요에 따라 이비인후과·내과 등에서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구강건조, 미각 변화, 체중 변화나 전신 증상 등이 함께 나타나거나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다른 질환이 원인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구강작열감증후군은 단기간에 원인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아 치료하거나 적절한 증상 조절을 통해 불편감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입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타는 듯한 구강 통증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구내염이나 일시적인 자극으로 단정하기보다 원인을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구강작열감증후군은 진단 과정에서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증상을 참고 버티기보다 의료진에게 증상의 위치와 지속 기간, 하루 중 변화 양상, 음식이나 생활습관과의 연관성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