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탐방⑮ 영화 속 ‘결핵’
결핵균이 당신의 몸을 망가뜨리는 병
[헬스컨슈머] 결핵, 그것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이자 일명 ‘피를 내뱉으며 기침하는 병’으로 인식된 질환이다. 그러나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본 장면만을 기억하고 있으며 결핵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이번 무비탐방 시리즈에서 결핵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 속 ‘결핵’]
-물랑루즈
이 영화는 화려한 영상과 노래, 그리고 남녀의 불같은 사랑을 그리고 있다. 1899년 파리에서 벌어지는 뮤지컬 가수 샤틴과 낭만파 시인 크리스티앙과의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영화가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 것이다. 샤틴은 매혹적인 아름다움으로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 가수로 후원자를 구하고 성공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크리스티앙은 그런 샤틴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한편, 샤틴은 성공의 열쇠를 지닌 공작과 사랑이란 크리스티앙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사랑을 선택한다. 그러나 영화의 끝은 행복이 아닌 비극이다. 샤틴이 무대의 마지막이 끝나는 순간, 폐결핵으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글로 읽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봐야 찬란하게 빛나니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생충
<기생충>은 올해 개봉한 영화로,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또한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는 상류층과 하류층이라는 두 가족의 형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봐야 영화의 흥미진진한 요소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한편, 영화 속에서 기택(송강호)은 본래 가사도우미인 문광(이정은)을 내쫓기 위해 그녀를 결핵환자로 보이도록 꾸며냈다. 이 장면에서 기택은 문광이 버린 휴지에 핫소스를 붓고 피인 척하며 연교(조여정)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결핵환자가 피를 내뱉는 장면(이 영화는 위장)이 많이 등장한다. 정말 실제 결핵환자도 영화처럼 피를 토할까? 그에 대한 내용은 아래에서 자세히 확인해보자.
[결핵, 마치 감기와 비슷한 증상]
영화 속 인물들이 피를 흘리며 앓고 있는 결핵은 어떤 질환일까? 결핵은 신체에 결핵균이 침범하여 감염되는 질환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의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병이다.
결핵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것에 한몫했던 이유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재 음악가로 알려진 쇼팽, 철학자인 칸트와 데카르트, 그리고 조선시대 왕인 성종, 헌종, 철종 역시 결핵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즉, 결핵으로 인한 죽음이 숱하게 많다는 의미다. 다만, 감염된다고 해서 모두가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접촉자의 30%가 감염되고, 감염된 사람의 10%가 결핵환자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결핵은 크게 폐결핵과 폐외결핵으로 구분할 수 있다. 폐결핵은 말 그대로 결핵균이 폐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 것을 말한다. 결핵에 걸린 성인의 85~90%, 소아의 65~75%가 폐결핵으로 나타난다. 폐외결핵은 폐 외에 결핵균이 침범한 것을 뜻하며 주로 림프절, 가슴막에 발생하지만 그 외 복막, 위장관, 비뇨생식기 등에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폐결핵과 폐외결핵이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 이제 그 원인과 증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원인
앞서 언급했듯 결핵은 결핵균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한다. 이 결핵균은 1882년 독일의 세균학자인 로베르트 코흐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코흐의 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결핵균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이며, 체내에서만 살 수 있으며 무생물에서는 살 수 없는 균이다.
이러한 균으로 오염된 공기를 사람이 들이마시게 되면 결핵균은 폐 안까지 도달하게 된다. 도달 후 2~8주가 지나면 인체에 있는 면역체계가 결핵균을 알아내어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것을 ‘1차 결핵’이라고 부른다. 이 상태에서 면역체계와 결핵균은 팽팽한 대치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때 보통은 면역체계가 결핵균이 신체에 위협을 줄 수 없도록 만든다. 이러한 상황을 결핵의 잠복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그 기간은 다르지만 길어지면 수십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결핵을 전염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면역체계가 약해서 대치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결핵균은 면역체계를 파괴하고 만다. 이것을 ‘2차 결핵’이라고 부르는데, 활발하게 움직이는 결핵균은 인체의 여러 곳에서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그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결핵균이 가장 흔하게 병을 일으키는 곳은 폐이다. 이것이 바로 폐결핵이 발생하는 원리다.
-증상
그렇다면 결핵의 증상은 어떨까? 먼저 폐결핵의 증상으로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가슴의 통증, 가래 혹은 피가 섞인 가래를 동반하는 기침이 나타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피를 내뱉는 장면은 여기서 후자에 속한다. 또한 체중의 감소나 발열, 오한, 식욕감소도 발생할 수 있다. 사실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지 않는다면 증상이 애매해서 마치 감기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법하다.
특히 폐결핵의 경우 이미 결핵을 앓은 폐는 완치와 무관하게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기관지 확장증, 기흉, 결핵종 등이 그 후유증이다. 또한 드물게 폐암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후유증의 영향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폐외결핵이 나타난다면 그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림프절 결핵이면 목 부위 또는 겨드랑이 부위에 있는 림프절이 커지면서 누르는 듯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척추에 발생할 경우, 허리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약물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결핵은 대부분 완치될 수 있는 질환이다. 가장 일반적인 결핵 치료법은 약물 복용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항결핵제가 개발되어 있어서 이 약물을 복용하면 대부분 치료된다고 한다. 결핵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항결핵제는 여러 종이 있는데, 이 중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어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을 1차 약제라고 부른다. 1차 치료에 실패하거나 내성이 생긴 경우에는 2차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2차 약제는 1차 약제보다 효과가 낮고 부작용은 더 심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한다.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2주가 지나면 기침이나 발열 등의 증상은 거의 사라진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서 속쓰림, 발열, 관절통 등의 약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환자가 약을 마음대로 끊게 되면 결핵균이 다시 증식할 수 있다. 따라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스스로 약을 끊기보다는 병원에 방문하여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처럼 결핵은 과거와 달리 치료가 가능하므로 더 이상 넋 놓고 지켜봐야할 병이 아니다. 다만 전 세계의 20억 인구가 결핵균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있고 아직까지도 사망의 흔한 원인 중 하나이니 방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결핵을 물리칠 수 있을지 몰라도, 치료가 없다면 오히려 결핵에게 당하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