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매주 일요일 오후면 아이들의 손발톱을 다듬어준다.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날짜를 정해 마치 루틴처럼 진행되는 일이다. 분명 깔끔하게 잘 정리해주는데 어느 날 첫째 아이가 발톱이 깨졌다며 피를 흘리곤 내게 왔다. 그리고 얼마 뒤 손톱도 깨졌다며 피가 맺혀 내게 왔다. 이상했다. 분명 깔끔하게 다듬어 어디 걸릴 일이 없건만 아이의 손발톱은 어디에 걸려서 들린 듯 깨져 피가 났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다 아이를 보니 한 쪽 손은 입에, 한 쪽 손은 발톱을 손톱으로 들어 올리듯 하고 있었다. 아이 이름을 부르니 해맑게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발사한다.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행동이었다. 동생이 생겨 애정결핍이 생긴걸까? 하는 걱정을 하며 기자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 손톱 물어뜯기, 왜 멈추어야 할까?
기자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매우 엄했던 아버지를 둔 기자는 늘 아버지가 두려웠고 기자가 하고 싶다는 것은 무엇이든 지원해주셨던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때론 매우 벅찼다. 그때마다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가락 끝을 잘근잘근 깨무는 것으로 해소하곤 했다. 지금에 와서야 기자의 버릇이 ‘강박’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멈출 수 없는 버릇이었다. 손톱을 물어뜯는 것이 심한 사람의 경우 손가락 끝이 붉어지고 통증이 생기며 기자의 아이처럼 피가 나는 일도 있다 한다. 더욱이 수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는 손이니 손이 입 안에 들어간다면 구강 내의 건강면에서도 좋지 않을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기자의 경우 운이 좋게도 손가락이나 손톱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간혹 손톱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하고 흉터가 생기거나 손가락 끝의 모양이 변형되기도 한다고 하니 반드시 멈추어야 할 버릇이다.
■ 손톱이나 손을 왜 물어뜯는 걸까?
아이들이 손톱이나 손을 물어뜯는 일이 원인은 다양하다.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지루하고 심심해서 어떠한 자극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경우도 있고, 손톱이나 주변의 거스러미가 걸리적거려서 일 수도, 기자가 걱정했던 것처럼 스트레스나 불안할 경우일 때도 있다. 다양한 이유를 가진 만큼 아이가 손톱이나 손을 물어뜯는다면 아이를 잘 살펴보고, 아이에게 맞춰 습관을 개선시켜 주어야 한다.
■ 개선 방법
1. 지루하고 심심해서 어떠한 자극을 필요로 할 경우에는 아이와 손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가령 종이접기나 모래놀이 등이 좋은 예이다.
2.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경우에는 아이의 주된 양육자가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자신의 버릇부터 당장 중단해야 한다.
3. 손톱이나 주면 거스러미가 걸리적거려서인 경우는 아이의 손톱을 항상 잘 다듬어주어야 한다. 거스러미의 경우 건조하면 더 쉽게 생기기 때문에 보습제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4. 스트레스나 불안으로 인해 손톱이나 손가락 끝을 물어뜯는다면 아이의 스트레스 요소를 해결해 주는 것이 좋다.
■ 주의할 점
기자의 아이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과 동생이 생긴 것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이 가장 큰 이유였다. 먼저 아이 아빠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손톱이 걸리적 거리면 꼭 손톱깎이를 사용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행히 아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노력하려 하는 좋은 아빠인 덕에 쉽게 한 가지 원인을 소거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원인은 어려웠다. 동생이 생겼을 때부터 수차례 이야기를 나누고, 언제나 네가 1번이지만 동생은 혼자 할 줄 아는 게 없어 더 많이 도와줄 뿐이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첫째 아이가 겪는 소외감은 생각 외로 컸고, 그로인한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는 상당히 높았다. 좋게 다독이며 이야기하고 타이르고, 아이의 손 마사지를 하며 사랑을 고백해도 그때뿐... 다시금 손톱을 물어뜯고 발톱을 들추듯 하는 일이 지속되어 피 보는 날이 많아지니 속상한 마음에 그만 좀 하라며 소리를 지르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날이면 아이는 더욱 손발톱이 깨지고 피가 맺히다 못해 흐르기 까지 했다. 기자의 잘못이다. 이럴 때 일수록 아이에게 그만 하라며 명령하듯 강하게 이야기 할 것이 아니었다. 벌을 줘서도 안 되고, 놀려서도 안 되며 아이가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대상, 예를 들어 유치원 선생님에게 말하겠다며 아이를 압박해서도 안됐다. 깨져버린 손발톱을 정리해주며, 피가 난 손발톱을 치료해주며 이 행동을 왜 안했으면 좋겠는지 설명을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었다. 계속 손발톱이 깨지고 피가 나다보면 모양이 이상해지고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손에 많은 세균이 있어 입 안에도 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가볍지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주었어야 했다. 화를 내기보다 아이에게 차분히 이야기 하니 아이도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의 동생에 대한 질투와 스트레스는 여전했기에 빈도수는 줄어들었지만 아이의 손톱을 물어뜯고, 발톱을 드는 일은 계속 되었다.

그리하여 찾은 방법은 아이의 손발톱에 아이가 좋아하는 예쁜 스티커나 밴드를 붙여주었다. 피가 난 손발톱에는 약을 바른 뒤 밴드를 붙여주었고, 손톱에는 유아용 네일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예쁜 모양이 망가지는 게 싫어 의식적으로 참는 아이의 모습을 칭찬해주곤, 칭찬스티커 모음판(포도송이 모양)에 차곡차곡 칭찬 스티커도 붙여주었다. 50개의 포도알이 제법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꽉 찼다. 스티커가 하나 둘 채워지던 날 어느새 아이는 손발톱 관련된 습관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채워져가던 칭찬판을 보며 아이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아이의 나쁜 습관을 고쳐줄 수 있었다는 생각에 기자 역시도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포도알이 다 채워져 탐스러운 포도 한 송이가 되던 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외식했다. 지금은 다시 자란 손발톱의 모양도 잘 자리 잡아 울퉁불퉁하지도 않고, 손발톱이 피부에서 억지로 들려 피가 나는 일도 없다. 손톱과 주변 살이 뜯기는 일도 없고 손가락 끝의 통증을 이야기하는 일도 없다. 동생으로 인해 속상함을 말로 표현하고 동생이 잠들고 나면 꼬옥 안아달라고 말하고 어떤 점이 속상하고 서운했었는지 재잘거리는 귀여운 아이의 모습만이 남아있다. 해소되지 않을 것 같던 동생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도 이렇게 해결되었다.
이사나 어떤 사정으로 인해 아이가 다니는 기관을 변경하게 되었을 때, 혹은 많이 아프거나 사고로 인해 병원에 입원을 하는 때, 부모의 다툼을 자주 목격하였을 때와 같이 아이에게 스트레스 요소가 될 일들은 많다. 이럴 때 아이가 감정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잠잠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손톱 물어뜯기 일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다그치기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아이를 더욱 사랑해주는 것, 그리고 아이가 잘 할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춰 도와주는 것이 부모로서 좋은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