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122)인류 선조의 비타민D 수치
[목요칼럼] (122)인류 선조의 비타민D 수치
  •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 기사입력 2024.05.22 16:55
  • 최종수정 2024.05.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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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수세기 전, 의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히포크라테스는 “언덕의 햇볕이 잘 드는 쪽”이 더 건강한 곳이라는 것을 관찰했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그는 다양한 건강 질환에 대한 치료의 일환으로 일광욕을 일상적으로 처방했다. 적절한 햇빛 노출에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져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타민D의 생성이며, 이것이 바로 비타민D가 “햇빛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우리 몸은 계절이나 요일, 입고 있는 옷이나 자외선 차단제의 양, 기타 비타민D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 등의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태양으로부터 비타민D를 생성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햇볕에 의존하든 자외선 B(UVB) 광선을 생성하는 자외선 램프에 의존하든, 신체는 “홍반 용량”(erythema dose)만큼의 비타민D를 생성할 수 있다. 홍반 용량은 의사들이 피부를 붉게 만드는 자외선의 양을 정의하는 데 사용하는 용어이다. 최소 홍반량은 햇빛에 노출된 후 약 1~6시간 후에 피부가 분홍빛을 띠고 24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것으로 정의된다. 피부 타입의 차이와 비타민D 생성의 개인차 때문에 홍반 용량이나 햇빛 노출 시간에 대한 단일 권장량은 없지만, 최소 홍반 용량은 비타민D를 대략 10,000~25,000IU 정도 보충할 수 있는 용량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이것은 건강한 햇빛을 한 번 '복용'함으로 우리 몸이 자연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비타민D의 (보충)양이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렇다면 보충제가 없었던 인류의 조상은 햇빛 보충 만으로 비타민D 수치를 얼마나 유지하였을까?

네덜란드 연구자 마르틴 럭스볼다(Martine Luxwolda)와 렘코 카이퍼스(Remko Kuipers)는 인류 선조의 비타민D 수치를 찾기 위해 동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났다. 연구팀은 동아프리카에서 인류가 기원했다는 증거를 바탕으로 10만 년 전(아프리카에서 북쪽으로 이동해 피부가 탈색되기 전), 1만 년 전(농업 혁명 이전), 100~200년 전(산업 혁명 이전) 등 인류 문명의 시작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오늘날 동아프리카 사람들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에 주목했다. 이들은 두 차례에 걸쳐 동아프리카의 부족 문화를 방문하여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럭스볼다와 카이퍼스는 2012년 1월 동아프리카에서 인류가 기원했다는 증거를 바탕으로 진화적 관점에서 최적의 비타민D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살아온 60명의 아프리카 인들의 비타민D 수치를 관찰한 첫 번째 연구 결과를 《영국 영양학 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하였다. 

이 첫 번째 연구에서는 반유목 생활을 하는 목축 부족인 마사이 부족 성인 35명을 대상으로 비타민D 수치를 조사했다. 이들은 가시덤불이 둘러싸고 있는 진흙집인 '보마'에 살고 있고, 가축을 키우며 하루의 대부분을 자외선 차단제 없이 햇볕 아래에서 일했다. 그들의 옷은 상체와 다리를 가렸지만 햇볕을 피하지 않고 특히 한낮의 더위에는 그늘을 찾았다. 이들의 식단은 응유와 고기, 약간의 옥수수 죽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자들은 또한 전통적인 수렵 채집 부족으로 유목 생활을 하고 있는 하자베 부족 성인 25명의 비타민D 수치도 조사했다. 그들의 하루는 식량(여성과 어린이가 채집한 과일과 덩이줄기)을 찾고 동물을 사냥(남성)하는 데 보낸다. 그들의 옷은 마사이족과 비슷하며 한낮의 태양 아래서 그늘을 찾기도 한다.
연구 결과 두 인종 집단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46ng/ml였으며, 그 중 72%는 40ng/ml 이상의 수치를 나타냈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2012년 8월에는 동아프리카인에 대한 훨씬 더 심층적인 두 번째 연구 결과를 《유럽 영양 저널(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원래의 두 부족을 포함해 5개 부족의 성인과 유아 449명을 참여시켰다. 이 연구에는 더 넓은 연령대가 포함되었으며 임신과 유아기에 발견되는 비타민D 수치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전체 성인의 전체 평균은 43ng/ml이었으며, 비타민D 수치는 나이가 들수록 증가했다. 임산부의 경우 평균 56ng/ml로 지속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제대혈은 일반적으로 출생 시 산모 수치의 65% 수준이었으며 출생 후 비타민D 수치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82쌍의 산모와 아기 중 82명 모두 만삭으로 태어났다(조산은 없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아기 중 9~12%가 조산했을 가능성이 높다(March of Dimes의 통계).

이번에 추가된 세 부족인 셍게레마, 사메, 우케레웨는 모두 반투족이다. 이들은 농업이나 어업으로 수입을 얻으며, 팔과 얼굴만 노출하는 전신 옷을 입고있다. 이들은 야채, 콩, 과일, 쌀, 옥수수-밀 팬케이크를 주식으로 먹는다. 셍게레메와 우케레웨는 생선을 많이 먹는 식단을, 마사이와 하자베는 생선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 식단을 먹는다. 이 연구에서는 생선 섭취량이 많기 때문에 혈중 DHA도 측정했다. DHA와 비타민D 수치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었지만, 최종 결론은 비타민D 수치는 주로 식단이 아닌 햇볕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두 번째 논문에서 발견된 비타민D 수치를 나타낸 도표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부분의 임산부가 비타민D 결핍인 오늘날의 우리 문화와는 매우 다르다. 동아프리카인 거의 모든 임산부의 비타민D 수치가 40-70ng/ml인 반면, 2009-2010년 미국 국가 통계에 따르면 가임기 미국 여성의 13%만이 40ng/ml 이상이다. 그리고 2008~2014년 국민건강 영양조사를 통한 한국인의 비타민D 수치 추이에 따르면 20~30대 가임기 여성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14.5ng/ml에 불과하다.
 
 

(출처: Grassroots health)

 

2015년에는 세계적인 비타민D 전문 연구 단체인 미국 그래스루츠헬스(GrassrootsHealth)가 여름이 끝날 무렵 샌디에이고 해변 라이프가드들의 비타민D 수치를 조사하였다. 테스트해본 결과, 평균 비타민D 수치는 45ng/ml였으며, 아래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안전 요원(69%)의 비타민D 수치는 40ng/ml 이상이었다. 인명 구조 요원 중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한다고 답한 사람은 없었으므로 그들의 비타민D 수치는 거의 햇빛 노출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Grassroots health)

 

그래스루츠헬스의 초기 목표 중 하나는 대다수의 인구가 최상의 건강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목표 비타민D 수치의 권장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48명의 과학자 패널이 합의에 도달한 수치는 40-60ng/ml였으며, 현재 과학자 패널 모두가 이 수치가 안전할 뿐만 아니라 암, 심장병,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 예방 등 여러 건강상의 이점을 위해 바람직한 목표치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인류 선조와 유사한 삶을 살고 있는 동아프리카인의 평균 비타민D 수치가 40ng/ml 이상으로 조사되었고, 일반인들보다 건강한 바닷가 인명 구조 요원들의 평균 수치도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지 않은 조건에서) 40ng/ml 이상이다. 더욱이 동아프리카 산모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50ng/ml를 넘고있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비타민D 수치도 그와 같아야 되는 게 정상이 아닐까?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비타민D 결핍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며 팬데믹이라고 까지 불리우고 있지만, 다행히도 쉽게 개선할 수 있다. 현대인 대부분은 생활 방식, 거주 지역 또는 기타 환경으로 인해 햇빛만으로는 40-60ng/ml의 비타민D 수치를 달성할 수 없지만, 적절한 양의 보충제를 섭취하면 이러한 수치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도 “가장 위대한 약은 약이 필요 없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듯이, 비타민D 수치만 건강 수치(40~60ng/ml)를 유지한다면 100여가지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은 일일 2000IU 이상 그리고 성인은 일일 4000IU 이상의 비타민D를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개인마다의 차이로 흡수율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햇빛 비타민을 어떻게 최적의 건강 수치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 유일한 방법은 1년에 한 번 정도 비타민D 검사를 통해 자신의 비타민D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가까운 동네 검진 병원에 가면 1만5천원 정도의 비용으로 비타민D 혈액 검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치 결과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하면 된다.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