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2024년 2월부터 시작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시작된 의사와 정부 간의 갈등은 점점 골이 깊어져 의료계는 6월 중순 의료 총파업을 예고하였습니다. 정부에서는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늘리고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였는데요. 약사회에서는 이를 계기로 성분명 처방과 처방전 리필제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약국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로 90일 이상의 초장기 처방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외래 환자를 볼 의사 수의 부족 문제로 만성 질환자들이 먹는 약을 길게 처방하는 것인데, 이 경우 한 번에 많은 약들이 불출됨으로써 일어나는 의약품 품절 문제, 보관 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되는 문제, 장기간 진료를 받지 못해서 생기는 질병 관리 질 하락 문제 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 번에 많은 약을 타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이 상당해서 환자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나 유효기간이 짧은 수입 약품의 특성 상 복용 도중 유효기간이 지날 수 있는 문제 등이 부수적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문제를 지켜보는 약사들은 환자의 질병 관리, 의약품 관리,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전문약의 교환이나 환불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처방전 리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처방전 리필제란 무엇인가?]
처방전 리필제는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그 중 미국에서는 1951년에 제도를 도입하여 가장 역사가 길며 대상 환자에 대한 규제가 없습니다. 나머지 국가에서는 증상이 안정된 만성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2022년에 의료계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하였는데요. 의료계에서는 만성 질환자들의 질병 관리 질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였지만, 일본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 비용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여 이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에 처방되는 의약품에 대해 1인당 의료비 변동률을 계산한 결과 3.6%에서 16.6%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이유로는 의료기관 방문 건수가 감소하여 진찰에 따른 의료비가 억제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시행되는 제도를 근거로 설명하자면, 향정신성의약품 등 몇 가지 특수적인 약을 제외하고, 약사가 처방전 1장 당 최대 3회까지 사용하여 약을 조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90일 분의 약을 리필 처방한다면 1회 30일 분의 처방전에 이용 가능 횟수를 3회라고 기재해 발행합니다. 1회 처방전의 투약 기간, 총 횟수 등은 의사의 진찰로 결정되며, 약사는 두 번째 예상 처방일 전후 7일 이내에 약을 조제해야 합니다. 다만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약을 조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처방 의사에게 진찰을 권장할 수 있습니다.

[처방전 리필제의 장점]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의사와 환자의 시간 절약, 병원에서 진찰해야 하는 환자의 수가 줄어드는 효과 덕분에 의료기관의 부담 경감 및 의사 부족 해소, 환자의 의료비 절감, 장기 처방에 따른 남은 약 해결 대책, 폐기약 절감 효과 등을 장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처방전 리필제의 단점]
처방전 리필제는 의사에게 있어서는 진료 수입이, 약사에게는 조제 수입이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건강보험료가 절약된다고 한다 해도 행위자의 수입을 줄여서 보험금을 절약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롭지 않은 일입니다. 때문에 일부 다른 나라에서는 리필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사와 조제하는 약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환자에게는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줍니다.
또한 의사의 진료를 생략하고 약을 타는 만큼 의사 대신 약사가 환자의 경과를 잘 관찰해 살펴야 하며, 약사가 담당하는 환자에 대한 책임과 약학적 판단 능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혈압 측정이나 혈액 검사 등의 진료 행위를 생략하였을 때, 유병 상태에 맞지 않은 약을 계속 복용하여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건강 악화 문제에 대해 약사가 얼마만큼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법정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처방전 리필제는 인구 고령화와 의사 수 부족 문제, 의료비 절감 문제 등에 대비하기 위해 각국에서 그 나라 사정에 맞는 형태로 도입되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를 거쳐 상황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