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129)비타민D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로 인한 혼란
[목요칼럼] (129)비타민D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로 인한 혼란
  •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 기사입력 2024.07.18 14:01
  • 최종수정 2024.07.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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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최근 미국 내분비학회에서 '질병 예방을 위한 비타민D'라는 제목의 비타민D 가이드라인 업데이트(2024년 6월)를 《임상 내분비학 및 대사 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발표했다. 새롭게 발표된 내분비 학회 임상 진료 지침은 한 걸음 뒤로 후퇴한 것으로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비타민D 부족/결핍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인은 미국 정부의 가장 최근의 업데이트(2011년)인 미국 의학연구소(IOM)에서 정한 일일 권장량(RDA) 이상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유아의 경우 하루 400IU, 임신하지 않은 모든 성인과 임신 중인 성인은 하루 600IU, 70세 이상 성인은 하루 800IU의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권장량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비타민D 결핍률과 관련 질병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또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인구에 대해 비타민D 수치를 검사하도록 권장하지 않으며, 충분 수준도 정의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권고안은 근시안적이고 위험하며 혼란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2011년 미국 내분비학회가 비타민D에 대해 하루 1500-2000IU, 하루 최대 섭취량 10,000IU, 최소 권장 25(OH)D 수치 30ng/ml를 권고했던 것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전반적인 건강에 충분한 비타민D 수치를 정의하는 문제는 비타민D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때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2011년 미국 의학연구소(IOM)가 제안한 최소 20ng/ml의 충분 수준은 뼈 건강, 특히 구루병과 골연화증 예방을 위한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결정되었으며, 이는 의료진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이 충분성의 정의에는 다른 신체 시스템에서 비타민D의 생리적 필요성을 보여주는, 비타민D 부족 또는 결핍과 골격 외 질환 사이의 새롭게 인식되고 중요한 연관성을 강조하는, 수년간의 추가 연구 데이터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방암, 대장암 및 기타 암, 다발성 경화증, 제1형 당뇨병, 제2형 당뇨병 및 대사 증후군과 같은 대사 장애, 고혈압, 심부전 위험 증가, 태아 및 신생아 합병증, 자가 면역 질환, 급성 감염 등이 그 예다. 
적정 비타민D 수치는 특히 급성 감염과 같은 인플루엔자(독감) 및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의 생존과 입원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며 결핵 및 염증성 장 질환과 같은 만성 감염 치료에도 유리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미국 의학연구소(IOM)에서 정한 일일 권장 섭취량은 위에서 언급한 골격 외 과정 및 장애에 대한 비타민D의 역할을 적절히 지원하기에는 너무 낮아 건강한 사람이라도 이러한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사실 2011년도 미국 내분비학회에서 권고한 비타민D 가이드라인은 미국 정부(IOM)의 비타민D 일일 권장 섭취량 업데이트가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발표한 내분비 학회 차원의 권고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13년이 지난 현재 같은 내분비학회에서 기존의 정부 지침을 옹호하는,

오히려 자신의 학회 권고안을 후퇴시키는 비타민D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의 가이드라인을 작성한 미국 내분비학회 연구진과 2011년 가이드라인을 작성한 연구진이 각각 다르며, 비타민D 옹호파(진보)와 반대파(보수) 두 진영을 가르는 듯한 상황이 되 버렸다.
특히 2024년 6월 3일 미국 내분비학회 연례 회의에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당시 세션 사회자는 미국 메인 메디컬 센터 연구소의 임상 및 중개 연구 책임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클리포드 J. 로젠 박사로, 그는 2011년 미국 의학연구소(IOM)의 비타민D 식이 기준 섭취량 가이드라인을 정하기 위한 연구 패널의 위원장이기도 하였다.
그는 논평 기사에서 임상 진료에서 비타민D 검사는 매우 일반적이지만 이를 권장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비타민D 검사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비타민D 검사는 어떤 연령대에서도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시 미국 정부의 비타민D 가이드라인과 거의 같은 수준의 일일 보충량을 권고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비타민D 수준은 향상되고 있는가?
현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러 통계 지표를 보면 골다공증 환자는 늘고 있고 노인들의 골절 환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자신의 비타민D 수치를 모르는데 어떻게 결핍/부족을 판정하며 비타민D 적정 수치를 위한 일일 보충량을 설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각 개인마다 흡수율이 모두 다르므로 일일 보충량 만으로는 자신의 수치를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일년에 한번은 비타민D 수치 검사를 해 봐야 자신의 수치를 확인할 수 있고, 그 수치에 따라 자신이 목표하는 적정 수치에 도달하기 위한 일일 보충량을 설정할 수 있다.

뼈 건강을 넘어 다른 모든 신체 기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미국 정부가 뼈 건강에 충분하다고 정한 비타민D 수치(20ng/ml) 보다 높은 40~60ng/ml은 유지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근 미국 내분비학회가 발표한 권고안(2011년 미국 정부 발표와 같은 권고안) 보다 당시 내분비학회가 발표한 권고안을 따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2023년 9월 미국 뉴저지, 심장대사 및 내분비 연구소의 수닐 위말라완사(Sunil J. Wimalawansa) 박사는 질환의 99%를 커버하는 비타민D 수치를 40~80ng/mL로 제안하는 연구 논문을 국제영양학회지인 《뉴트리언츠(Nutrients)》에 발표하였다.
 
 

(Wimalawansa, S.J. Infections and Autoimmunity—The Immune System and Vitamin D: A Systematic Review. Nutrients 2023, 15(17), 3842; https://doi.org/10.3390/nu15173842)

 

위말라완사 박사는 체계적 문헌 고찰을 통해 비타민D 수치를 충분히 유지하면 신체에 매우 유익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근골격계 질환과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전증, 당뇨병의 중증도, 대사 증후군, 염증, 자가 면역 등을 포함한 많은 일반적인 골격 외 질환 및 장애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비타민D는 내분비 효과 외에도 유전체, 자율신경계, 후생성 조절을 받는 말초 표적 조직에서 주변분비 호르몬(파라크린) 효과를 발휘한다고 언급했다.

 

 

인구의 평균 비타민D 수치를 40ng/mL 이상으로 유지하면 더 광범위한 혜택과 건강 개선, 의료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비타민D의 충분성은 만성 질환, 감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를 포함한 생리적 이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만성 비타민D 결핍증으로 인한 질병과 합병증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하는 대신, 인구의 비타민D 충분성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는 사람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비용 효율적인 접근 방식이다. 따라서 임상 진료 지침과 의료 보험 프로토콜에 이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