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 배양육이 등장해 잠시 대중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해당 드라마는 인공 배양육이 진짜 고기를 대체한 2025년 미래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세포배양 기술로 고기를 비롯해 모피, 생선, 채소 등을 모두 만들겠다고 세상에 발표한 생명공학기업과 이런 기술에 반대하는 축산업 관계자들과 언론, 그리고 모종 세력의 대결이 다루어진다.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라면 언젠가는 저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상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상외로 배양육의 시대는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미 싱가포르, 미국, 이스라엘 등 몇 개 국가에서 세포배양 상품들이 시장 상용화 허가를 받았다. 2024년 2월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세포배양으로 만든 제품을 식품 원료로 인정한다는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가까운 미래에 세포배양 인조축산물들을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배양육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배양육이 무엇이며, 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
배양육은 대표적인 세포배양 인조축산물의 한 종류이다. 세포배양 인조축산물이란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추출한 세포를 체외에서 대량 배양하는 기술로 만들어진 상품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축산물 뿐 아니라 새우, 생선의 세포로 만드는 인조수산물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동물세포배양 기술은 1980년대 혈전용해제 의약품 개발에 사용돼 알려진 후 줄기세포, 인공장기 연구까지 확장돼 응용되어 왔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대량 생산되는 식품에 활용되는 동물세포배양 기술의 경우 특정 환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의약품과 비교해 사용하는 재료의 품질이나 안전성 평가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배양육 제조에 필수적인 재료인 ‘혈청’을 예로 들어보자. 혈액의 일부 성분이 혈청에는 세포의 생장을 돕는 호르몬과 성장인자, 영양물질 등이 포함돼 있어 세포를 증식, 분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포의 대량 증식과 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물질인만큼 동물세포배양 기술에 꼭 사용되는 물질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런 혈청은 암소 뱃속에서 자라는 소태아에게서 얻어내야 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생명을 죽여 얻어진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논란을 피할 수없다.
더구나 소태아에게서 얻을 수 있는 혈청은 그 양에 한계가 존재할뿐더러, 얻을 수 있다 할지라도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소태아의 상태는 개체마다 달라 표준화가 어렵고, 세포배양을 하는 과정에서 단백질이 응고 또는 변형되는 이상을 막기 위해 이를 방지하는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이 첨가되기도 한다. 자연스레 혈청의 표준화 기준을 만들거나, 제조 과정에 포함되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모두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혈청의 제조법이나 구성 비율이 기업 비밀로 공개되지 않으니 이를 검증, 제재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
당장 혈청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안전성을 논의할 사항이 이처럼 많다. 하물며 배양육 제조 전과정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은 혈청 하나만이 아니다. 또한 세포배양 인조축산물에는 배양육 뿐 아니라 세포배양 우유, 계란도 있고, 식품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그 종류가 더 다양해진다.

새로 나온 식품 종류인만큼 이를 안전하다 평가할만한 기준은 이제 막 만들어지는 단계이다. 미국에서도 FAO를 주축으로 관련 기준이 생성되고 있지만 권고안 정도에 그치는 내용들이다. 우리 정부는 무엇을 기준으로 배양육을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가? 아직 관련 연구도, 법규도 부족한 상황에서 왜 급하게 배양육을 시장에 내놓으려 하는가?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해야 할 것이고, 우리 국민들도 마땅히 이런 질문들을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서두에 소개한 드라마에서 배양육을 만든 생명공학기업은 선(善)으로, 그에 반대하는 이해관계자들은 악(恶)의 축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배양육을 만든 생명공학기업은 아직 그저 영리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기업일 뿐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반영돼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