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약제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약제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5.01.21 16:04
  • 최종수정 2025.01.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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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화는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가능하면 본인과 가족을 위해 가장 피하고 싶은 질병이 바로 치매일 것입니다. 그 때문인지 수면제를 처방 받는 분들 중 대다수가 잠 오는 약을 오래 먹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수면제가 치매를 일으킨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향정신성 약품 중에는 장기 복용이나 약의 용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주의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퇴행성 뇌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것이 치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치매 환자는 감정 조절 미숙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수면 장애를 겪는 경우가 흔하여, 증상 호전을 위해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주는 경우가 매우 많기에 약을 잘 먹지 않으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가 있습니다. 때문에 수면제나 신경안정제가 치매를 일으킨다고 오인하여 약을 거부하다 보면 치료의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약과 질병과의 관계를 잘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치매의 종류]
치매에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속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여 신경세포가 파괴되며 생깁니다. 특히 노화가 진행되거나, 우울할수록, 발생량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노인의 경우 노화와 함께 우울과 불안을 겪는 경우가 더 많아 알츠하이머 치매에 더 취약합니다.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뇌혈관질환으로 뇌신경이 손상되면 혈관성 치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평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대사 질환을 예방하여야 혈관성 치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치매의 50% 이상이 알츠하이머 치매이며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는 없습니다. 시중에 개발되어 있는 치매 치료약은 질병의 진행상황을 늦추고 증상을 호전시키는 역할을 해주기에 치매는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60세 이상 노인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지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면 바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항콜린제 사용의 숨겨진 위험]
항콜린제는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노인의 우울증, 요실금, 어지럼증 치료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약물인데, 최근에 이 약물과 치매와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고용량 항콜린제를 장기간 사용한 노인에게서 치매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항콜린제를 3년 이상 복용한 사람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5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항콜린제는 배뇨장애, 심장병, 우울증, 알레르기, 통증, 불면증, 소화기질환, 수면유도제 외에 일반 감기약에도 들어있을 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특히 노인 환자들을 항콜린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큽니다. 항콜린제의 부작용으로는 졸음, 안구 건조, 구강 건조, 변비, 안압 상승, 심박수 증가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사용되는 피부병, 위장장애, 호흡기 질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항콜린제는 치매 위험도를 높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로 장기간 복용하는 항콜린제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노인의 경우에는 복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항콜린제를 갑자기 중단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담당 의사와 상담 후 약을 변경하거나 중단하여야 합니다.  

[그 밖에 주의하여야 하는 약물]
노인은 강한 항콜린 작용이 나타나는 삼환계 우울증 치료제나 벤조디아제핀계 신경안정제, 1세대 항히스타민제, 항무스카린성 요실금 치료제의 장기 사용도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이들은 항콜린제는 아니지만 항콜린 작용이 나타나는 약물입니다. 이 약들의 공통점은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기에 혹시 어르신이 졸음이 오는 약을 받을 때에는 항콜린성 약물인지 아닌지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로 사용되는 PPI계 위산분비억제제는 일부 연구에서 치매 발생율을 약 30~40% 정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고함량의 스타틴계 고지혈증 약도 뇌 활동에 필요한 콜레스테롤 생성을 과도하게 억제하여 치매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노인들이 자주 겪는 근골격계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항전간제, 마약성 진통제 등도 치매 혹은 치매 유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들입니다. 

[치매를 예방하는 습관]
나이가 들수록 먹어야 하는 약물들이 늘어나고 대사기능과 신기능을 떨어져서 약물 부작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노인의 약물 복용에 있어 꼭 명심해야 하는 사실입니다. 노인의 경우 증상 치료를 위해 가능한 단기간만 약을 사용하고 비약물적인 요법도 반드시 병행하여야 합니다. 특히 노인 우울증은 치매 발생과 매우 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바깥 활동과 사람과의 관계를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면을 방해하는 커피나 소화 불량을 일으키는 음식을 피하고, 음식을 꼭꼭 씹어먹는 습관과 꾸준히 걷는 운동, 독서와 같은 두뇌 활동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많은 치매 환자들이 비타민 C, D, E와 같은 항산화 기능이 있는 비타민이 결핍되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어 항산화 비타민을 잘 보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등푸른 생선이나 견과류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산도 뇌신경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에 꼭 식단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노인은 치매가 아니더라도 건강상태가 나쁘거나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면서 약물 독성이 나타나면 치매 유사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여 기존에 먹고 있는 약부터 살펴보고 올바른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