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특기진료 시즌2] (60)세브란스병원 중증근무력증클리닉
[주특기진료 시즌2] (60)세브란스병원 중증근무력증클리닉
  • 박효순 건강의학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5.01.22 11:38
  • 최종수정 2025.01.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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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과 주축 ‘맞춤형 치료’ 제공과 부작용 관리

- 여러 과목 의료진 협력 진료…치료제 임상시험
중증근무력증클리닉에서 김승우 신경과 교수가 진료를 하고 있다.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헬스컨슈머] 근육을 사용하려면 운동신경에서 나온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근육에 있는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결합해야 한다. 면역 체계 이상으로 결합을 방해하는 항체가 생기면 아세틸콜린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힘이 약해진다. 이와 같은 증세를 중증근무력증이라고 한다. 말그대로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질환이다. 얼굴, 팔, 다리의 근육뿐 아니라 음식을 삼키거나 눈을 움직이는 근육 등 다양한 근육에서 발생할 수 있다.

정부 정책브리핑 하이닥 뉴스에 따르면, 중증근무력증은 근무력감과 근육의 쉬피로감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 근장애의 질환이다. 약한 운동에도 근육의 쇠약감과 피로감이 쉽게 나타난다. 특히 오후 늦게 혹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노동 후에 뚜렷해지다가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면 일시적으로 호전된다. 병이 발생된 초기에는 수년 동안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며 만성으로 진행한다.

1800년대에 이 질병이 처음 알려졌는데, 당시 많은 환자들이 호흡마비로 사망했다. 관련 학계에 따르면, 중증근무력증은 국내에서 10만 명당 13명꼴로 발생하는데 단순 피로로 오인하기 쉬운 초기 증상 때문에 진단이 지연될 때가 많다. 질환이 진행되면 목과 팔다리의 근육 약화가 뚜렷해지고, 심하면 호흡근 약화로 인한 호흡마비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통 눈에서 시작한 중증근무력증은 대략 2년 내 전신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증근무력증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질환 설명회 장면.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증상 정도’에 맞춘 약물치료로 조절해야 부작용 위험 낮아져

세브란스병원이 최근 개소한 중증근무력증클리닉은 신경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안과, 내분비내과 등이 모여 중증근무력증 환자를 위해 빠르고 최적화된 진료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출범했다.

중증근무력증클리닉 김승우 교수(신경과)는 "중증근무력증으로 생기는 힘빠짐은 약물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데, 다만 중증근무력증은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면서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제제 등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지만 부작용으로 면역력 감소, 당뇨병,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어 중증근무력증 증상 정도에 따라 약물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중증근무력증클리닉에서는 중증근무력증의 진료에 필요한 다양항 임상과들이 힘을 합쳤다. 신경과는 중증근무력증을 진단하고 질병 활성도를 평가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개발 중인 다양한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흉부외과는 환자 절반 이상에서 보이는 흉선종이나 흉선비대를 수술로 치료하고, 눈꺼풀 쳐짐과 겹보임을 약물로 조절하기 어려우면 안과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인 백내장, 녹내장, 당뇨병, 골다공증은 안과와 내분비내과에서 관리한다.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를 진행하기 위한 임상과도 준비됐다. 중증근무력증은 드물게 소아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가 클리닉에 참여 중이며, 임신 환자의 산전 관리와 분만을 위해서 산부인과 교수가 함께 진료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중증근무력증클리닉.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새로운 약물 개발 등 ‘청신호’…증세 의심되면 빠른 진료 중요

중증근무력증은 자가항체 검사를 통해 신경근육접합부를 공격하는 자가항체를 찾아내고, 전기진단검사로 신경근육접합부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진단의 첫 단계이다. 또한 콜린에스테라아제억제제(콜린에스터 분해효소 억제제)를 투여해 증상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유용한 진단법 중의 하나이다. 이런 검사들을 통해 어느 정도 획진이 이뤄지면 흉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 CT를 찍는다.

김승우 교수는 "중증근무력증은 희귀난치 질환으로, 증상 관리를 위한 약물치료 수준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세브란스병원 중증근무력증클리닉은 치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새로운 치료법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근무력증은 새로운 약물의 개발이 이뤄지면서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항아세틸콜린 수용체 항체 양성인 전신 중증근무력증 성인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는 희귀의약품 ‘비브가트주’(에프가티지모드알파)를 2025년 1월 20일 허가했다. 이 약물은 자가항체로 매개된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신하영 신경과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눈꺼풀이 처지고 물체가 겹쳐 보일 때, 말을 할 때 콧소리가 나고 발음이 부정확해질 때, 음식물을 씹고 삼키기 힘들 때, 팔다리가 무겁고 움직이기 힘들 때 등의 경우에도 근력 약화가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