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기우(杞憂)는 중국 춘추시대 기나라 사람의 걱정이라는 뜻으로, 쓸데없는 걱정을 뜻할 때 쓰는 고사성어다. 기나라의 어떤 사람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서 몸 둘 곳이 없음을 걱정해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에도 이와 같은 걱정(기우)을 하며 누릴 수 있는 혜택을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바로 다음과 같은 기사 제목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최신 사실을 무시한 채, 오래전 가이드를 내세우며 쓸데없이 대중의 공포심만 유발하고 있다.
“비타민D는 지용성… 많이 먹으면 독성 유발”,
"관절 건강기능식품, 비타민D 과잉 섭취 주의해야",
“’이 영양제' 너무 많이 먹으면 심장-폐-신장 돌처럼 굳을 수도?”,
“비타민D 과잉 섭취는 오히려 '독'”,
“'비타민D 과신하다'... 독성 때문에 입원까지?” 등등.
제목 내용 자체로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많이’ 그리고 ‘과잉’에 대해 거의 모든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어, 비타민D를 복용하면서도 기나라 사람의 걱정과 같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
바로 그 결과로 아직까지 대중의 비타민D 수치는 부족/결핍에 머무르고 있으며, 골다공증 환자는 늘어만 가고 노인 둘 중 하나는 여전히 골감소증 환자인 것이다.
비타민D 독성은 어떤 경우에 발생할 수 있나?
비타민D 독성은 드물게 발생하며, 주로 장기간에 걸쳐 과다하게 섭취할 때 발생한다. 독성으로 인해 고칼슘혈증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메스꺼움, 피로,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간(몇 개월)에 걸쳐 하루 30,000~50,000IU 이상의 용량을 섭취할 때 발생한다.
미국 국립의학아카데미 및 한국 보건복지부는 하루 섭취량을 600IU로 권장하고, 하루 섭취량 상한을 4,000IU로 권장하고 있지만, 최적의 비타민D 수치인 40-60 ng/ml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루 상한선보다 더 많은 양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일부 과학자들은 성인의 50%가 하루에 3,300IU를 섭취하고, 90%가 하루에 4,700IU를 섭취해야 이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계산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일부 개인은 하루에 10,000IU에 가까운 용량을 필요로 한다. 많은 의사들이 염려하며 권장하는 바와는 달리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용량(일일 10,000IU 섭취량)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안전하다.
비타민D 독성은 어떻게 진단하나?
비타민D 독성은 비타민D 수치가 높다고 해서 진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타민D 수치가 높다는 사실은 독성과 관련이 없다. 특히, 높은 수치에 대한 내성은 개인마다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독성은 혈중 농도가 150ng/mL 이상을 초과하여 유지될 때 발생할 수 있으며, 고칼슘혈증(혈청 “이온화” 칼슘 상승), 고칼슘뇨증(소변 내 칼슘이 400mg/24시간 초과), 부갑상선 호르몬(PTH) 농도 저하와 같은 임상 징후 및 증상과 관련이 있다. 비타민D 독성을 진단하려면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존재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비타민D가 독성을 유발할 수 있나?
아래의 도표는 비타민D 전문 연구 단체인 그래스루츠헬스(GrassrootsHealth)의 자체 임상에서 보고된 비타민D 섭취량에 따른 혈청 비타민D 수치 추이를 150파운드(68kg)의 체중을 가진 개인에게 적용한 것이다.
이 그림은 하루에 6,000IU 이하의 비타민D를 섭취한 참가자 중 1% 미만이 100 ng/ml 이상의 비타민D 수치를 기록했고, 독성 기준치인 200ng/ml를 초과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음을 보여준다.
참고로, 2007년 미국 기능성식품기업연합(CRN) 선임 과학자인 존 N. 하스콕(John N. Hathcock) 등이 《미국 임상 영양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한 “비타민D 위험성 평가”는 일일 비타민D 섭취량(하루 최대 1천만IU)과 관련된 비타민D 중독의 발생률을 보여주었다. (아래 그림 참조)
파란색 원은 하루 최대 50,000IU의 비타민D를 사용한 약리학 연구를 나타낸다. 빨간색 삼각형은 비타민D 중독이 발생한 사례, 섭취량이 알려졌으며 비타민D 수치가 측정된 사례를 나타낸다.
비타민D 수치 200ng/ml 미만의 수준에서는 독성이 관찰되지 않았고, 일일 비타민D 섭취량이 30,000IU 미만인 연구에서도 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비타민D가 신장 결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걱정해야 할까?
신장결석은 칼슘과 다른 무기질들이 굳어져서 생긴 것으로,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비타민D가 칼슘 흡수에 관여하기 때문에 신장결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D가 신장결석의 형성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D 섭취와 신장결석의 발생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2014년 9월 크레이튼 대학교, 그래스루츠헬스, UCSD 의과대학의 연구팀은 비타민D 수치와 신장 결석 발생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미국 공중 보건 저널(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발표하였다. 연구 결과 비타민D 수치가 20~100ng/ml인 2,012명의 성인들과 신장결석 발생률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6년 10월에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 연구팀이 비타민D 보충제와 고칼슘혈증, 고칼슘뇨증 및 신장 결석에 대한 메타 분석 연구 결과를 《미국 임상 영양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하였다. 총 48개 연구의 19,833명의 참가자를 조사한 결과 비타민D 보충제의 용량이나 기간과 신장결석 사이의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밝혀졌다.
2004년 12월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은 비타민D와 신장결석의 위험성을 조사한 가장 큰 규모의 연구 결과를 《미국신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에 발표하였다. 과학자들은 14년 동안 무려 45,616명의 사람들을 연구했고, 다시 한번 비타민D와 신장결석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비타민D 섭취량에 주의해야 하는 개인
비타민D를 섭취하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것은 사실이다(실제로 많은 사람이 기분 개선 효과를 경험한다). 그러나 원치 않는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아주 소수 존재한다. 원발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이 있는 사람 중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비타민D를 보충하면 부작용 증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사르코이드증(sarcoidosis), 결핵, 림프종 및 한센병 등 육아종성 질환(Granulomatous disorders)도 비타민D 과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질환은 비정상적인 조직 성장을 유발하여 장기 기능을 방해한다. 육아종증의 경우, 과도한 비타민D가 육아종에서 전환되면서 비타민D를 거의 섭취하지 않더라도 고칼슘혈증을 유발하여 뼈가 부드러워지는 증상이나 신장 결석과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비타민D 과학자 중 한 명인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영양과학과 라인홀트 비에스(Reinhold Vieth) 박사가 말하듯이, “비타민D는 본질적으로 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 다른 어떤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 많이” 섭취하면 해로울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이”의 양을 일일 5,000IU~10,000IU로 생각한다면 기우일 뿐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복용량 보다는 수치가 중요하고, 비타민D 건강 수치 40~60ng/ml을 달성및 유지하기 위해 또는 개인의 다른 목적으로 100ng/ml에 가까운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일일 10,000IU 까지의 복용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당신이 만약 미국에 살고 있다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은 10만 명 가운데 143 명이다.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사망할 확률은 5.1명,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어 사망할 확률은 1.5명, 타이레놀 과다복용으로 사망할 확률은 0.05명, 번개에 맞아 사망할 확률은 0.02명이다.
하지만 비타민D 과다 복용으로 사망할 확률은 10만 명 가운데 0.0000000002명이다. 그러니 현재 비타민D 전문가들이 권하는 4,000~5,000IU 함량이라면 비타민D 과다 복용에 대한 기우는 접어둬도 괜찮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