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특기진료 시즌2] (70)한양대병원 ‘서울 직업병 안심센터’
[주특기진료 시즌2] (70)한양대병원 ‘서울 직업병 안심센터’
  • 박효순 건강의학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5.06.24 11:18
  • 최종수정 2025.06.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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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첫 설립…10개 센터의 중앙센터 역할

- 직업병 ‘조기 발견·재발 방지’ 체계적 운영

[헬스컨슈머] 직업병 안심센터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나 근로복지공단과 같은 공기업, 주요 거점 병원이 협력하여 운영된다. 지난 2022년 서울시 소재 한양대병원의 ‘서울 직업병 안심센터’를 시작으로 2024년 현재 전국에 총 10개의 직업병 안심센터가 개설되어 운영 중이다.

직업병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동안 불가피하게 발생되거나 모든 종사자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질병으로 직업병의 범위와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위험물질을 다루는 화학 계열이나 제조업, 특수 가공업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회사원이 겪는 근골격계질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모두 직업병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산업보건체계는 작업환경측정, 근로자 건강진단, 보건관리, 산재보상 등의 제도를 통하여 주로 만성 질병감시 위주로 직업병을 예방·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급성중독 같이 갑자기 발생하는 질병이나 산재보상 사례 등은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202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급성중독 등을 중대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조기에 직업병을 발견하여 관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대책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국내 최초로 개소한 한양대학교병원 ‘서울 직업병 안심센터’는 서울지역에서 유해요인 노출 및 직업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관련 자료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석하며, 관련 정보를 유관 기관 및 대상자에게 제공해 직업병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개입과 평가를 수행 중이다. 운영 4년차인 2025년부터는 전국 10개 센터의 사업을 종합적으로 조율하고, 사업전략, 교육 및 홍보 기획까지 담당하는 ‘중앙 직업병 안심센터’의 역할까지 병행하고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서울 직업병 안심센터’ 의료진. 사진·한양대병원 제공
한양대학교병원 ‘서울 직업병 안심센터’ 의료진. 사진·한양대병원 제공

■ 핵심 필수인력 구성과 모니터링 협력 체계 구축이 필수

송재철 센터장(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이 이끌고 있는 이 센터는 현재 △조사분석팀 △예방지원팀 △대외협력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김인아 부센터장(직업환경의학과 교수)과 민지희 조사분석팀장(직업환경의학과 임상조교수), 김양우 대외협력팀장(직업환경의학과 임상조교수), 정태성 예방지원팀장(직업환경의학과 부장)과 황정호 안심센터사무국장(보건대학원 겸임교수) 및 김율희 연구원(조사분석팀,간호사), 김서연 연구원(대외협력팀,간호사), 황주영 연구원(예방지원팀, 산업위생기사) 등 총 9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중심으로 직업성질병 조기 발굴 및 확산 예방에 24시간 감시 체계를 가동한다. 특히 한양대학교병원 내의 ‘직업병 안심센터 실행위원회(응급의학과 오재훈 교수,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 피부과 고주연 교수, 신경과 김현영 교수, 암센터 이경근 교수 등)를 운영하여 직업적 노출과 연관성이 높은 사례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사례 발굴에 협력하고 있다.

 2022년 4월 서울 직업병 안심센터 개소 초기에 한 공과대학의 지하 창고에 방치되어 있던 수은분석장비를 폐기하던 중, 폐기작업에 참여한 연구원과 관리인이 누출된 수은에 피부와 호흡기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들에 대하여 구축된 협력 체계로 신속한 진단으로 직업병 의심 사례를 발견, 보고했다. 이에 서울 직업병안심센터는 신속한 특수건강진단, 작업환경측정, 현장조사를 통해 추가 의심사례를 발견하고 예방조치를 취했다.

직업병 및 환경의학의 권위자인 송재철 교수. 사진·한양대병원 제공

■ 전자부품 공장 근로자에서 독성간염질환 의심자 발굴

2023년 2월, 전자부품 공장의 세척작업에 종사하던 A씨는 직업병안심센터 대표번호(1588-6798)를 통해 서울 직업병 안심센터에 진료를 요청했다. 상담 과정에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바탕으로 사용 화학물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급성 독성간염이 의심되어 안전보건공단에 현장 조사를 의뢰했다. 이후 작업장에서 사용 중이던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을 확인했고, 직업성 독성간염을 확진했다. 추가 실시한 임시건강진단에서는 유사 증상을 보이는 근로자를 확인했으며, 이를 통해 직업성 질환의 조기 발견과 확산 방지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2024년 8월, 협력기관에서 보고한 사례와 그에 따른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검토하던 중 톨루엔 노출이 의심되어 안전보건공단에 사용중인 세척제 등 화학물질에 대한 신속한 현장조사를 요청했다. 그 결과, 세척제에 톨루엔 외에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5%이상 검출되어 즉각적인 세척제 교체 및 인쇄업 전반의 물질안전보건자료 교육 등을 시행함으로써 안전보건공단과의 협업 성과를 얻었다.

서울 직업병 안심센터 송재철 교수는 "근로자들은 전문가인 의료인에게 내 직업이 질병 발생에 영향을 주었는지 문의할 권리가 있다"면서 "의료인은 비록 근로자가 묻지 않더라도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환자의 직업이나 사용하는 유해물질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 의사는 직업을 묻고, 근로자는 자신이 일하는 상황을 의사에게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