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한 번 눈을 감고 짬뽕을 상상해보자. 그릇 안에 담겨있는 쫄깃한 면발. 큰 국자에 담겨 그 위에 뿌려지는 얼큰한 빨간 국물. 국물 안에 담긴 싱싱한 야채와 오징어, 새우, 미더덕 등의 각종 해산물. 거기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까지.
게다가 빠른 배달, 뛰어난 맛, 외식음식치고 저렴한 금액, 면과 국물, 그리고 해산물의 조합까지. 짬뽕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하지만 맛 좋은 짬뽕이 소금 범벅이란 사실을 들으면, 자주 시켜먹기에 곤란할지도 모른다. 또한 짬뽕뿐만 아니라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들에는 나트륨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짬뽕, 나트륨 함량이 무려 4000mg]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발간 및 배포한 '외식 영양성분 자료집'을 살펴봤다. 그 결과, 외식 메뉴 가운데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은 음식은 짬뽕, 우동 등 국물 음식이었다. 짬뽕 1000g에는 4000mg의 나트륨이 들어 있었다. 이어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은 우동(3396mg), 간장게장(3221mg), 열무냉면(3152mg)의 순이었다.
그런데 WHO(세계보건기구)의 나트륨 권고량은 1일 2000mg이다. 저 음식들 모두 1일 권고량을 초과하고 있었다. 게다가 한국인의 나트륨 1일 섭취량은 4027mg으로, WHO의 권고량의 약 2배를 섭취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자주 먹는 라면류 역시 나트륨 함량이 높았다. 음식의 1인분 기준으로 나트륨 함량이 김치라면은 2532mg, 짬뽕라면은 2494mg이었다. 심지어 식사 후 입가심으로 먹던 동치미마저도 나트륨 함량이 2224mg으로, 1일 권고량을 초과했다.
나트륨 섭취의 주요 원인은 국물음식이다. 국물의 맛을 내기 위해 각종 양념들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밥과 국이 한 세트일 정도로, 국물이 중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또한 혀는 뜨거울수록 짠맛을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 국물요리는 뜨겁기 때문에, 혀는 짜다고 느끼지 못하다가, 음식이 식고 나서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빨갛고 자극적으로 보이는 음식이 나트륨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칼국수 1그릇의 경우 나트륨 함량은 2900mg이다. 반면 김치찌개의 나트륨 함량은 1962mg이다. 이와 같은 이유는, 밀가루 반죽 속 소금으로 인해 나트륨 함량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물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들은 일명 '나트륨 폭탄'이라 말할 수 있다. 특히 그 중 짬뽕은 다른 음식들보다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그래야 덜 시켜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트륨, 과하면 적군이 되는 이유]
나트륨은 염분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체는 물을 흡수하려고 하며, 몸에는 붓기가 나타나게 된다. 이 같은 이유는 바로 *삼투압 현상에 있다.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서 나트륨이 과다해진 혈관은 수분을 흡수해서 혈액의 양을 늘리며, 혈압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혈관의 벽에서도 수분이 빠져나와 세포가 얇아진다. 결론적으로 혈관 벽에 이상이 오게 되며, 이는 고혈압, 만성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용매가 농도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
또한 고나트륨식으로 인한 고혈압은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리고 과잉의 나트륨은 체내의 칼슘을 배설시킨다. 이에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체내에 적절한 나트륨은 필요하다. 나트륨은 세포 내 신경자극의 전달, 체온유지, 체액 농도 유지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적당하면 '아군', 과하면 '적군'이 되는 것이 나트륨이란 말이다.

[식습관 개선이 필요할 때]
우리처럼 ‘맵고 짜고 달고’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우리는 가뜩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더' 자극적이고 맵게 만들어버린다. 대표적인 예가 엽○떡볶이, △△매운 김치, 불□볶음면이다. 김치 볶음밥에 김치를 곁들여서 먹고, 대부분의 요리에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는 것은 아마 우리 민족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의 식습관을 개선할 때가 왔다.
결론적으로 적당한 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위한 지름길이다. 그리고 그 적당함은, 국물음식을 먹는 경우 건더기 위주로 먹고 국물은 남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물론 매끼마다 나트륨을 계산해가면서 먹지는 못하겠지만, 최대한 조절해가면서 먹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점심에 짬뽕을 먹었다면, 저녁은 나트륨이 적은 음식 위주로 먹으란 뜻이다.
한편 채소에는 칼륨이 풍부하다. 칼륨 성분은 나트륨을 배출 시켜주기 때문에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철에 자주 먹는 과일, 수박은 칼륨함량이 높은 과일이다. 그 외에 쑥, 마늘, 콩, 키위, 김, 아보카도 등도 칼륨이 풍부하다. 하지만 만성 신장병 환자의 경우,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칼륨섭취를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식습관이 모든 병의 근원이란 말이 있다. 당장은 건강할지 몰라도, 식습관에 따라 미래에 어떤 질환을 앓을지 모른다. 뭐든 적당하면 아군, 과하면 적군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