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제가 직접 먹어봤습니다만
오줌, 제가 직접 먹어봤습니다만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10.02 09:00
  • 최종수정 2019.10.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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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위급한 상황일 때, 오줌을 마셔도 괜찮을까?

[헬스컨슈머] 영화를 보다보면, 주인공이 어디에 갇히게 될 경우, 물이 없는 긴급한 상황에서 본인의 오줌을 마시게 되는 장면을 간혹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영화를 봤던 당신은 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영화 속 주인공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화처럼 오줌을 마셔도 괜찮은 걸까? 이에 기자가 직접 오줌을 마셔보았다.

영화 '부산행'의 스틸컷, 기사의 내용과 무관하다
영화 '부산행'의 스틸컷, 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하다

[오줌은 노폐물이다]

먼저, 오줌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줌의 성분 90%이상은 물이 차지하고 있다 그 외 요소, 무기염류, 아미노산 등이 들어있다. 아직까지는 현실에서 마셔도 별 탈 없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오줌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인체의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들은 콩팥으로 이동되고, 콩팥은 불필요한 노폐물을 걸러 오줌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줌은 방광에 저장되었다가 일정량이 차면 몸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또한 우리가 먹는 약물의 70% 정도는 오줌을 통해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음식, 화장품, 환경적 노출과 관련하여 그것들의 잔해가 오줌으로 배출된다는 말도 있다. 오줌은 다양한 물질을 포함한 노폐물이었다.


[오줌은 무균상태일까?]

또한 일부에서는 오줌이 무균상태이기 때문에 섭취해도 괜찮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한다. 과연 그 말이 사실일까?

2014, 미국 로욜라 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결과, 오줌에서 세균이 발견되었다며 오줌의 무균설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대상은 건강한 여성과 과민성 방광 여성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세균이 검출되었으며, 두 그룹의 다른 점은 세균의 종류였다. 이에 연구팀은 특정 세균이 과민성 방광의 원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오줌에 세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방광, 요도 등 오줌이 지나가는 길은 기본적으로 무균 상태라고 말한다. 또한 인체에서 갓 나온 오줌은 무균상태이며, 상온에 노출되면 세균에 오염된다고 한다. 어떤 전문가는 멸균상태인 수술실에서 수술할 때 오줌이 유출되어도 수술부위에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2014년도의 연구는 오줌이 상온에 노출되어서 나온 결과인 것일까? 또 그렇지만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연구는 오줌이 세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성의 방광에 바로 카테터를 삽입하여 발견된 세균을 평가했다. 다시 말해, 방광에서 바로 뽑아낸 오줌 속에서도 세균이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아직까지는 오줌이 무균상태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다만, 무균상태가 아니라는 가설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다. 따라서 이 모든 결론의 매듭을 지어줄 수 있는 뚜렷한 연구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결론, 마시지 말자]

이제 이러한 오줌을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답을 내리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시는 않는 것이 좋다.

실제로 오지에서 고립된 몇몇 사람들은 오줌을 먹으면서 버텼다고 말한다. 그들의 생존 후기는 오줌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어느 생존 지침서에는 오줌을 먹지 말라고 언급되며, 전문가들 역시 긴급 상황에서는 바닷물이나 오줌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오줌을 먹지 말라는 것일까? 신체에서 배출된 오줌 속에는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체내에서 필요한 만큼의 염분을 제외하고 밖으로 내보낸 결과물인 것이다.

이에 직업정신이 투철한 기자가 직접 오줌의 맛을 느껴봤다.

결과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시큼하고 짠맛이었다. 오줌을 마시게 되면 일시적으로 갈증해소가 될지는 몰라도, 바닷물 섭취와 탈수의 원리처럼 탈수증상이 나타나게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기자 역시 이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직접 마셔본 오줌은 염분이 가득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바닷물을 마시면 오히려 탈수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원리는 삼투압에 있다. 신체에서 흐르고 있는 체액은 삼투 작용으로 인해 농도가 유지되고 있다. 여기서 삼투 작용이란, 용매()가 농도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며 농도가 맞춰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체액의 수분보다 염분이 많아지면 삼투압이 높아지게 되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체내의 수분을 찾기 시작하면서, 세포 속 수분이 빠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신체는 염분을 내보내기 위해 오줌으로 배출하게 된다. 결국 바닷물을 마시면 오줌이 과다 분비되어 오히려 수분이 부족해지는 탈수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오줌이 바닷물만큼 짜지는 않지만, 어딘가에서 고립된 상황일 경우 이미 탈수증상이 나타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때 체내에서 불필요하다고 내보낸 염분을 다시 섭취하게 되면 위와 같은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줌에 세균이 있는지,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단기간의 긴급 상황이라면 오줌이 도움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줌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