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이 발암물질이라고?
뜨거운 물이 발암물질이라고?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04 14:00
  • 최종수정 2019.10.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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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음식과 음료가 식도 자극하면 식도암으로 이어지기 쉬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팔팔 끓는 물에 차를 우려 마시는 당신, 건강에 좋은 습관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암을 부르는 위험한 습관일 수 있다. 아니 차는 몸에 좋다더니? 하며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범인은 차가 아니다. 바로 뜨거운 물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를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Lancet Oncology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도 이상의 뜨거운 차를 마신 그룹은 식도암 위험이 8배, 60~64도의 뜨거운 차를 마신 그룹은 식도암 위험이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식도는 위장과 달리 보호막이 없어 외부 자극에 의해 쉽게 손상되는데, 뜨거운 음료가 식도를 계속해서 자극하면 암으로 이어지기 쉬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자칫 방심하기 쉬운 식도 건강, 어떻게 챙길 수 있을까?

 

[식도암, 초기 증상 없어서 더욱 위험하다]

식도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다른 암에 비해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식도암은 세계 암 사망률 6위이자 5년 생존율이 5~2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암이다.

식도는 위/대장과 달리 보호막에 쌓여 있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을 자주 먹게 되면 식도 및 구강, 인두, 후두의 점막이 손상되며 암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식도암은 주위 임파선이나 주변 장기로 쉽게 전이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식도는 쉽게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암이 생겨도 증상이 늦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식도암을 발견했을 때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초기 식도암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식도암이 점점 진행하면서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삼킬 때 통증이 생기게 되는데 이 때문에 식사하기가 불편해지면서 체중 감소와 영양실조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식사 후 먹었던 음식이 다시 입으로 역류하거나, 주변에 있는 신경이 눌려 쉰 목소리가 나고 만성적인 기침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찾아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식도암은 식도 내시경 및 초음파 내시경을 통해 발견할 수 있고, 55세 이후부터는 1년에 한 번 이상 내시경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식도 벽의 점막 조직에만 암이 있으면 수술 없이 내시경만으로 절제할 수 있고, 암이 많이 진행되었더라도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제거할 수도 있다.

 

[소중한 식도, 어떻게 지킬 수 있나?]

일단 평소 뜨거운 음식과 음료를 지속해서 섭취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너무 뜨거워서 그냥 얼른 삼켜버리고 물을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식도를 위해서는 차라리 바로 뱉어버리는 것이 낫다.

통계청에 따르면, 식도암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9.5배 높다. 다른 암에 비해 남녀 간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데 그 대표적인 원인은 잦은 흡연과 음주이다. 흡연은 5배, 음주는 18배나 식도암 발병률을 증가시킨다. 특히, 남성은 식도암을 예방하기 위해 당뇨병과 같은 질환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중 과반수 이상은 남성인데, 연세대학교 연구팀에 의하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식도암 사망률이 36% 더 높게 나타난다.

또한, 과체중도 주의해야 한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가 50~71세 성인 40만 9,796 명을 조사한 결과, 20대부터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었던 사람은 식도암 또는 위암이 발생할 위험이 60~80% 더 높았다. 또한, 20~50세에 체중이 15~20kg 이상 많이 증가했거나, 50세에 비만(BMI 30 이상)이 된 사람은 식도암과 위암 위험이 3배나 높았다. 연구팀은 과체중이 위 안의 음식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게 만들어 식도암 위험을 높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위식도 역류질환을 예방하려면 소화가 쉽지 않은 튀김이나 치즈, 소시지처럼 기름 많은 음식을 피해야 한다. 식사는 20분 정도에 걸쳐서 천천히 하고, 식사 후 3시간은 눕지 않는 게 좋다. 허리 부분이 조이지 않게 하의를 조금 헐렁하게 입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