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때문에 우리 아이 치아가 녹는다?
감기약 때문에 우리 아이 치아가 녹는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10 09:00
  • 최종수정 2019.10.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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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바야흐로 감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머리는 지끈지끈, 몸은 으슬으슬… 증상을 초기에 잡고자 감기약을 챙겨 먹고 한숨 푹 자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섭취한 감기약이 치아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많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치아 손상을 예방하면서 감기를 이겨낼 수 있을지 올바른 방법에 대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액상 시럽 감기약, 가능하면 알약 선택]

액상 시럽 타입의 감기약은 설탕을 함유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끈끈한 액상 시럽 타입의 감기약은 쉽게 치아에 코팅되듯이 들러붙어 충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액상 시럽 감기약 중 일부는 알코올을 포함한 경우도 있는데, 알코올은 침의 생성을 줄이기 때문에 치아의 코팅을 씻어내기가 더 어렵다.

가능하다면 액상 시럽 감기약 대신 알약 타입의 감기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제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치아를 쉽게 보호할 수 있다. 만약 알약을 삼키는 것이 어렵다면, 치아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약을 복용한 후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문가와 상담 후 식사 전에 약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먹고 마시는 행위가 침 생산을 증가시켜서 설탕을 씻어내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물에 타 먹는 감기약, 섭취 후 입 헹궈내야]

요새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물에 타 먹는 가루 감기약(이하 건조 시럽 감기약)이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다. 치아 부식의 주요 원인은 산성 물질인데, 최근 전남대학교 치의학전문대 예방치과학교실 정기호 교수 연구진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건조 시럽 감기약이 얼마나 산성인지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이 총 4종류의 건조 시럽 감기약을 따뜻한 물 200mL에 충분히 녹인 후 산성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산성도가 2.88로 나타나 건조 시럽 감기약이 탄산음료나 식초만큼 강한 산성인 것이 확인되었다. 치아 부식은 산성도가 높고 온도가 높을수록 더 빨리 진행되는데, 건조 시럽 감기약은 산성도가 높고 따뜻하게 녹여 먹는 형태이기 때문에 강한 부식성을 띨 수도 있다. 또한, 200mL의 양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마셔야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일반 액상 시럽 감기약보다 산성 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이 긴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이 생수, 액상 시럽, 건조 시럽에 각각 소의 이빨을 10분간 넣은 뒤 표면 경도(치아를 감싸는 법랑질의 단단한 정도)를 비교한 결과, 생수는 0.53, 액상 시럽은 20.59 감소했지만 건조 시럽은 평균 90.08로 매우 감소했다.

정기호 교수는 "건조 시럽은 치아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치아 부식 위험을 높이므로 뜨거운 물에 녹여서 충분히 식힌 다음 되도록 빨리 마셔야 한다"며 "복용 후에는 물로 입을 헹궈 입 속 산성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코 막힐 때 먹는 약, 충분히 물 섭취해야]

코 막힐 때 먹는 약은 콧물을 마르게 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입 안 또한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 입안이 건조해져서 구강 내 침의 양이 줄어들면 세균 번식이 증가할 수 있고, 이는 충치나 잇몸 질환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 이런 증상은 보통 일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코 막힐 때 먹는 약을 복용할 때는 입이 너무 마르지 않게끔 주의하면 된다. 물을 충분히 많이 마시는 것이 좋고, 무설탕 사탕 등을 빨아먹는 것도 침이 생기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

 

[빨아먹는 ‘기침 사탕’, 무설탕인지 확인]

아이들이 콜록콜록 기침하거나 목이 아프다고 할 때 목 캔디나 기침 사탕을 건네주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설탕이 포함된 감기용 사탕은 건강한 치아의 천적이 될 수 있다.

감기용 사탕들은 주요 성분이 치아, 입, 목구멍에 점차 작용할 수 있도록 입안에서 천천히 녹게끔 만들어지기 때문에, 만약 설탕이 들어 있는 제품을 오래 물고 있을 경우엔 충치가 생길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무설탕 기침 사탕을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설탕이 들어 있는 제품을 섭취했다면, 치아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이를 닦아야 한다.

 

[차, 오렌지 주스도 치아 부식시킨다]

차는 목 아픔을 진정시키고 두통을 완화하는 역할 등을 하기 때문에 감기에 걸렸을 때 따뜻한 차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뜨거운 과일 차 등은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고, 차에 설탕이나 꿀을 첨가할 경우 충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감미료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C가 풍부한 오렌지 주스 역시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감기에 걸렸을 때 많이 찾게 되는 음료이지만, 구연산이 들어있어 산도가 강한 감귤류 음료는 치아의 겉면을 덮고 있는 에나멜 성분을 약하게 만들어 치아를 손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차나 오렌지 주스 같은 음료를 마시고 나면 물로 입을 헹궈주는 것이 좋고, 빨대를 이용하는 것도 치아와 음료가 접촉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