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이 약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 최수빈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0.09.02 10:10
  • 최종수정 2020.09.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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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약지도를 흘려들었던 당신을 위해

[헬스컨슈머]약국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환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약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이다. 환자들이 말하는 ‘이 약’의 범위는 본인이 근무하는 약국에서 받은 약부터 보관하고 있던 약, 다른 약국에서 받은 약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

[복약지도가 중요한 이유]

약국에서는 환자들이 약을 받을 때 복약지도라는 것을 하게 되어있다. 복약지도란 의약품의 명칭, 용법ㆍ용량, 효능ㆍ효과, 저장 방법, 부작용, 상호 작용이나 성상(性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약사법 제2조 제 12항)이고 복약지도는 약사가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에게 구두나 서면으로 하여야만 하는 약사의 의무(약사법 제 24조 제 4항)로 약사법에서 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복약지도를 잘 듣기도 하지만 약국이 바쁘다 보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복약지도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이렇게 이루어진 복약지도를 환자들은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복약지도를 듣게 될 때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들어야하고 왜 중요한지 알려주고자 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약을 복용하고 나면 어떤 일이 몸에서 일어나는지 간단하게 알아보자. 경구를 통해 약을 복용하게 되면 대부분의 약들은 체내에서 흡수, 분포, 대사, 배설의 과정을 순서대로 거친다. 이 4단계의 과정에서 약마다 고유의 특징이 있고 이런 특징들 때문에 복용 횟수, 복용 시기 등이 달라지게 된다. 몇 가지 약물을 예로 들어 이런 차이점이 생기게 되는지 알아보자.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하루 3번 복용하세요]

“하루 3번 복용하세요.” 환자들이 약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복약지도가 이 말이 아닐까 싶다. 복용횟수로 약을 나눈다면 하루 1번 복용부터 하루 3번, 그리고 일주일에 1번, 한 달에 1번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럼 왜 모든 약들의 복용법이 다를까?

항생제

먼저 항생제의 예를 들어 보자.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이다. 항생제가 세균을 죽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일정한 농도 이상으로 항생제가 체내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일정한 시간 이상으로 항생제가 체내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이다. 첫 번째의 경우 체내의 항생제 농도를 일정 농도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약을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복용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에 3번 또는 하루에 2번 먹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의 경우는 처음 복용 시 살균효과를 가지는 최고농도를 복용한 후 몸에서 모든 약물이 배설되기 전에 다시 한 번 복용하면 되므로 일주일에 1번으로 복용간격이 비교적 길어지게 된다.

진통제

다음으로 진통제이다. 진통제는 통증을 줄여주는 약이다. 진통제 복용 후 수 분 내로 진통효과를 가지게 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다시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진통제는 체내에서 짧게는 1-3시간, 길게는 12시간정도 머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체내에서 짧게 머무는 진통제를 복용한다면 하루에 여러 번 복용을 해야 지속적인 진통효과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약의 정확한 효과를 위해서 하루에 몇 번 먹어야 되는 약인지 듣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식사 후에 복용하세요]

소비자들이 ‘하루 3번 복용하세요‘만큼 많이 듣는 복약지도가 ‘식사 후 복용하라’는 복약지도일 것이다. 식사와 약물을 연관 짓는 이유 역시 몇 가지 있다.

기억과 시간 구분이 용이하기 때문

식사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니, ‘잊어먹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이 첫번째다. 두번째로는 ‘언제 먹어야하는지(아침, 점심 또는 저녁 식사시간은 서로 구분하기 쉽기 때문)’를 알려주는 목적도 있다.

약의 소화 흡수

또한 기억이나 시간 구분을 제외하고도, 식사 후는 약의 소화 및 흡수에 큰 장점이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위장장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약 고유의 성질이 위장을 자극할 경우 빈 속에 약을 복용하게 되면 위통, 속쓰림, 메스꺼움 등의 위장장애가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약 고유의 성질이 음식과 섞였을 때 약물의 흡수율이나 생체에서 이용하는 능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사한 다른 이유로, 음식 내 특정 성분의 흡수를 억제할 목적으로 투여하는 약물도 식사 후에 복용하게 된다. 반대로 적용하면 음식이 약물의 흡수율이나 생체에서 이용하는 능력을 감소시키는 경우에는 약을 식사 전에 복용하거나 식사와 식사사이(식간)에 복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약물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식사 전에 복용하는 약인지 식사 후에 복용하는 약인지 정확히 들어야 한다.

 

[특정 음식을 조심하세요]

인체 내로 약이 들어오게 되면 다양한 약물 반응이 일어난다. 어떤 약물들은 음식의 특정 성분과 상호작용을 하여 약물의 여러 반응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 중 약물의 흡수와 대사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경우를 알아보자.

약물 흡수 방해

먼저 음식에 의해 약물의 흡수가 영향을 받는 경우이다. 일부 항생제는 우유, 유제품 등에 의해 흡수율이 감소하게 된다. 항생제가 우유, 유제품 등에 존재하는 칼슘과 결합하여 인체 내로 흡수되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항생제는 인체 내에서 적정 농도를 유지해야 세균을 효과적으로 죽이는데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약물의 효과가 감소하게 된다.

약물 대사 방해

다음은 음식에 의해 약물의 대사가 영향을 받는 경우이다. 약물대사는 몸에 들어온 이물인 약물을 적절히 처리하여 배설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특정 음식은 약물의 대사를 방해하여 독성을 나타내거나 약물의 효능이 높아지게 만들어 부작용을 일으킨다.

독성 발생

독성을 나타내는 예를 들면 타이레놀이라고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과 술의 상호작용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대사될 수 있다. 주로 대사되는 경로를 통해 생성되는 아세트아미노펜의 대사물질은 인체에 독성을 나타내지 않지만 술을 마시게 되면 독성을 나타내는 대사물질이 만들어지는 경로로 아세트아미노펜이 대사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세트아미노펜 독성대사물질은 간세포를 파괴하고 간독성이 발생한다.

부작용

다음은 부작용이 증가하는 예로 필린계 약물과 커피의 상호작용이다. 필린계 약물은 천식, 목감기 등 기관지염에 쓰이는 약물이다. 이 약물의 생김새는 커피의 카페인과 유사하다. 그래서 필린계 약물과 카페인은 비슷한 대사과정을 거치는데 필린계 약물과 카페인을 동시에 복용하게 되면 필린계 약물의 체내농도가 높아지게 되고 약물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약물의 정확한 효과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약물을 복용할 때 주의해야할 음식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러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약의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약물은 기본적으로 화학물질이고, 인체의 입장에서는 독성물질임을 알아야 한다.

몸에 불편한 곳이 있을 때 약을 먹으면 불편함이 해소된다고 약은 막연히 몸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약물은 화학물질이고 필요량 이상으로 복용하게 된다면 독성이 나타나게 된다. 즉 우리는 약성과 독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약물을 개발하고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약은 일정한 규격으로 생산을 하는데, 우리는 모두 다른 몸을 가지고 있다. 즉 똑 같은 약물이 인체 내로 들어와도 흡수, 분포, 대사, 배설 과정이 개개인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똑같은 용량의 약이 사람마다 똑같은 효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인 효능을 위해 약물의 용량을 설정해놓은 것이므로 약물이 가지는 부작용이 그 누구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약을 복용할 때는 약과 독의 경계에서 약물을 복용하고 있음을 알고 있고 복용하는 약물은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 잘 숙지하고 있어야한다.

이처럼 약국에서 듣는 간단한 복약지도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있다. 자신이 복용하게 될 약의 정확한 효과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몇 번, 언제 복용해야 하며 자신이 피해야할 음식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또는 만약 방문한 약국에서 복약지도를 제대로 해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약사에게 되물어 안전하게 약물을 사용해야한다. 건강하고 현명한 소비를 위해 스스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