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은 왜 알록달록한 색을 쓸까?
알약은 왜 알록달록한 색을 쓸까?
  • 권세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0.09.03 12:56
  • 최종수정 2020.09.0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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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이 다양한 색과 모양, 크기를 가지는 이유

[헬스컨슈머]여러 종류의 약이 함께 조제된 약봉투를 받아본 분이라면 왜 어떤 약은 빨갛고 어떤 약은 노란지, 왜 어떤 약은 둥글고 어떤 약은 길쭉한지 한번쯤은 궁금해봤을 것이다. 약은 왜 이렇게 다양한 색과 모양, 크기를 갖게 된 것일까?

[약, 색깔과 모양, 크기로 구분해]

그것은 바로 각각의 약을 서로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비슷해 보이는 약들이지만, 성분이 무엇이냐에 따라 사용되는 목적이 전혀 다르고 같은 성분이라도 용량이 여러 개 있을 수 있다. 만약 모든 약의 색, 모양, 크기가 같다면 우리는 각각의 약을 전혀 구별할 수 없을 것이고, 이는 안전하고 올바른 약의 사용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모양이 똑같이 동그랗고 하얀 두 종류의 약이 있다고 해보자. 일단 우리는 이들을 구분하기 위해 표면에 특정 숫자나 기호, 문자 등을 새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약의 성분만 해도 수천 종이 넘고, 같은 성분이라도 수백 개의 제약회사에서 각각 제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에 유통되는 약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 많은 약들을 숫자나 기호, 문자만으로 구별하는 것은 한양에서 김서방 찾는 것만큼이나 아주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특히나 약국에 자주 방문하시고 많은 약을 복용하고 계신 어르신들의 경우 이렇게 작은 글씨로 깨알같이 적혀있는 식별표시들을 구분하기가 더욱 쉽지 않으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약을 구별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은 바로 서로 다른 색, 모양, 크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먹는 약들은 마치 종합 사탕 선물세트처럼 다양한 형태를 알록달록하게 뽐내게 된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실제 구분 예시]

이해가 쉬운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어르신들이 많이 드시는 당뇨약 중에 글리메피리드라는 성분이 있다. 이 약은 1mg, 2mg, 4mg의 세 용량이 존재하며, 각 용량별로 핑크색, 초록색, 하늘색의 눈사람 모양을 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복용하고 계신 혈압약으로는 암로디핀이 있는데 이 약은 팔각형 또는 육각형의 각진 모양의 특징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약은 250mg, 500mg, 1000mg의 세 용량으로, 용량이 커질수록 약의 크기도 커짐으로 구별이 용이하다.

만약 이 약들을 숫자나 기호, 문자로만 구별한다면 어땠을까? 십중팔구 내가 복용했던 약이 어떤 것이었는지 헷갈려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다른 약을 복용하고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직관적이고 인상적으로 인지되는 '색'을 이용하여 (가능하다면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도 이용하여) 구별함으로써, 우리는 눈으로만 봐도 이 약이 본인이 먹었던 약인지 아닌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이렇듯 약의 다양한 색, 모양, 크기의 이면에는 복용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약을 좀 더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소소하지만 큰 배려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약을 드실 때 이런 색깔들을 볼 때마다 그 배려를 기억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