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DHC 사태’, 소비자는 우매하지 않다
‘한국콜마·DHC 사태’, 소비자는 우매하지 않다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8.15 09:00
  • 최종수정 2019.08.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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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

[헬스컨슈머]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에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 기준에는 제품의 가격, 품질,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하여 국내에서는 자발적인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기준은 정치적 문제, 또는 애국심일 것이다.

, 엄밀히 말해 일본 불매운동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오랜 역사와 갈등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이 직접 들고 일어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제품의 근원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업의 대주주가 일본인이거나 일본에 자회사가 존재하는 경우 등 일본과 관련된 기업들은 거침없이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라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의 매출이 하락하며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소비기준이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본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상황이다.

한편, 일본 불매운동이 시들지 않고 활활 타오르면서 이와 관련한 말실수를 하게 될 경우에 불매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국콜마와 DHC 사태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화장품 업계의 큰 손 한국콜마가 고꾸라지는 이유]

한국콜마는 국내 화장품 연구개발 전문업체로, 제품의 디자인부터 완제품 개발 후 납품까지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품의 상당수가 한국콜마를 거쳐서 나온다.

화장품 유명 업체인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AHC, 애터미 등 제품에도 한국콜마의 원료가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에서 화장품 사업을 함께 하는 한미약품, 제일약품 등도 한국콜마의 거래처이다. , 한국콜마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제품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한편, 한국콜마가 일본불매운동과 관련하여 현재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일 월례조회 시간에 발생했다. 한국콜마는 신사옥 이전을 기념한 월례조회 시간에 극보수 성향의 유튜버 리섭TV’의 영상을 틀어 직원들에게 보여줬다.

해당 영상에서는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는 등의 발언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이 논란이 되자, 11일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한국콜마의 입장은 감정적 대응 대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자는 의도였다만 여성비하와 친일기업 등의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화장품 유명 브랜드 ‘DHC’가 매를 맞는 이유]

한편 DHC는 일본의 화장품 브랜드로, 국내에는 한국지사인 DHC코리아가 존재한다. DHC 역시 일본불매운동 대상 중 하나였지만, 최근에 유독 논란이 되며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사건은 DHC의 일본 유튜브 채널 ‘DHC TV’에서 한국인의 일본 불매운동을 비하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되었다라는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에 소비자들의 분노가 가중되자 13DHC코리아는 해당 방송은 본사의 자회사(일본 DHC)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DHC코리아는 방송의 발언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을 비하하는 방송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14일 일본 ‘DHC TV’측은 혐한역사 왜곡 방송이 아니라며 방송을 계속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이들은 자사의 프로그램 내용이 어디가 어떻게 혐한적인지, ‘역사왜곡인지를 구체적인 사실로 지적해줬으면 좋겠다라며 “(이런 이유로)불매운동이 전개되는 것은 언론봉쇄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소비자가 보여주는 힘은 나약하지 않았다]

-한국콜마와 DHC에 대응하는 소비자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한국콜마와 DHC의 논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먼저 한국콜마의 경우, 온라인에 한국콜마 불매리스트가 떠돌고 있다. 한국콜마와 관련된 화장품 브랜드의 이름 역시 언급되며 한국콜마가 만든 화장품은 사지말자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불매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한다. 한국콜마는 특정 브랜드가 아니고, 다양한 브랜드에 관여하고 있는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특정 제품을 꼽아서 불매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콜마 불매운동의 의미는 회장의 사퇴까지 이르게 했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남아있다.

반면 DHC는 특정 브랜드이기 때문에 불매운동이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SNS에서는 ‘#잘가요DHC’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고 많은 소비자들이 DHC의 불매와 퇴출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유명 H&B(헬스&뷰티) 스토어들은 DHC 제품 발주를 중단하거나 소비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뒤에 배치했다. 롯데닷컴, SSG닷컴과 같은 대형 온라인몰도 DHC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는 개돼지가 아니다

민중은 개돼지다

이것은 몇 년 전, 어느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 언급하여 크게 논란이 된 발언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논란은 금방 지나갈 것이니 기다려보자는 대사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일부의 사람은 국민들이 개돼지라서 아무 것도 모르고, 냄비근성을 가지고 있어서 논란에도 금방 잠잠해질 거라고 보고 있다.

이번 일본 불매운동의 경우에도, 일본 SPA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임원이 불매운동의 영향력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라며 한국인의 냄비 근성을 지적하는 듯한 발언을 하여 논란이 되었었다.

하지만 소비자는 어리석지 않았으며, 일본 불매운동은 한 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유니클로의 매출하락이다. 국내 유니클로의 지난 7월 매출은 전년 대비 20~30% 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일본여행 보이콧이 확산되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인들이 줄어들고 있다. 유명 여행업체의 경우 8월 일본상품 예약률은 전년 대비 70%나 감소했다. 특히 일본의 소도시 같은 경우, 불매운동의 여파로 저가 항공들이 노선을 줄이기 시작했고, 일본 상인들 역시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 불매운동은 가까운 일상에서도 진행 중이다. 의류, 맥주, 화장품, 음료수 등 모든 것이 그 대상이다. 특히 일본 맥주는 편의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불매운동으로 인해 7월 한 달 간 일본 맥주 매출이 전월 대비 51%나 감소했다.

이처럼 한국콜마, DHC사태나 그 밖의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하여 소비자들의 힘은 꽤나 대단했다. 자국민 스스로도 알고 있을 한국인의 냄비근성은 옛말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한층 더 성숙해졌고, 자신만의 판단으로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또한 (정치적인 문제와 별개로)이러한 변화는 소비의 형태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줄 수 있다. 더 알아보고, 생각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제품들을 관찰할 수 있는 눈이 되기 때문이다.

1945년 첫 광복을 맞은지 74번째의 광복절이 된 오늘, 대한민국의 새로운 움직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