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 아니라고?…“물, 많이 마실 필요 없어”
‘다다익선’ 아니라고?…“물, 많이 마실 필요 없어”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20.01.17 17:00
  • 최종수정 2020.01.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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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통용되어왔다. 물이 피부를 매끄럽게 만든다는 주장에서부터 각종 질병 예방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암 예방에도 좋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물은 생명의 근원이면서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적정 물 섭취량을 8잔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도 거들어, 각종 미디어에 출연해 하루에 물을 8(2리터) 이상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조언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경우 만성탈수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반드시 물을 2리터 이상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 권장섭취량 8, “근거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반대되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 양상이다. 물을 하루 8잔 이상 마시는 것이 건강이나 피부에 좋다는 주장은 정확한 근거가 없으며, 물은 목이 마를 때만 마셔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하루에 8잔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몸에 좋다는 인식이 칠면조를 먹으면 졸리다라는 주장만큼이나 잘못된 통념이라며 ‘7대 의학 미신으로 규정한 바 있다. 영국 BBC도 이 같은 주장을 ‘6대 의학 미신으로 소개하면서 의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8잔 섭취’, 와전된 것?이로울 것 없다는 주장도]

이 같은 주장은 1945년 있었던 미국 영양학회에서 사람은 하루 평균 8(64oz)의 수분(fluid)을 소비한다는 말에 근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8잔 분량의 수분이 호흡과 땀, 소변 등으로 배출된다는 것이, 어느새 하루에 8잔의 을 마셔야 한다는 의미로 와전돼 퍼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언뜻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허점이 있다고 반대론자들은 지적한다.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물에는 상당한 양의 수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렇게 섭취하는 수분의 양만 따져도 평균 4~5잔 분량이라는 것이다. 즉 이것을 제외하면 추가로 마셔야 할 물의 양은 3~4잔정도 밖에 되지 않고, 이외에 추가적으로 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억지로 물을 많이 섭취할 필요는 없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측은 물을 초과해서 마시더라도 건강상의 이익이 크지 않다고 덧붙인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필요한 수분을 섭취하고 초과되는 잉여 수분은 오줌과 땀으로 배출한다는 것이다.

 

[많이 마시면 죽을 수 있어운동 후 주의해야]

나아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물 중독으로 잘 알려진 저나트륨혈증이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 몸은 항상성이 있기 때문에 혈중 나트륨 농도를 0.9% 수준으로 유지하게 된다. 소량의 나트륨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양의 수분이 단시간에 체내로 들어올 경우, 쉽게 말해 혈액이 묽어져 나트륨 농도는 내려가게 된다. 이런 경우 수분이 뇌세포까지 흘러들어가 뇌부종을 초래할 수 있고, 두통과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 심한 경우 의식장애나 호흡곤란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의 치사량은 몸무게 1kg 90g 정도로, 체중이 70KG 정도인 성인의 경우 6.3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마라톤 등의 운동으로 땀을 흘려 나트륨이 손실된 와중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경우 적은 양의 물로도 저나트륨혈증에 빠지기 쉽고, 정신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나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물을 지나치게 섭취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많이 마시면 살쪄 보인다?]

또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다이어트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물이 몸을 살쪄보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수분을 지나치게 섭취한 경우 소변과 땀을 통해 수분을 배출하게 되지만, 배출량에는 한계가 있다. 이때 신체는 근육이나 혈관 등 다른 기관에 수분을 저장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몸이 붓는 증상인 부종이 나타나게 된다.

일례로 시합을 앞둔 보디빌더나 격투기 선수들이 근육의 선명도나 계체량 통과를 위해 수분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이 같은 원리를 반대로 이용한 것이다. 물은 칼로리가 없어 실제로 몸 속 지방을 늘리지는 않지만, 수분이 몸을 살쪄보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물은 부피 대비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질이기 때문에 실제로 몸을 무거워지게 만든다.

 

[목 마를 때만 마셔도 충분고령자는 습관 들여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분은 생명유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억지로 지나치게 먹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영국 UCL 대학병원 커트니 킵스 박사는 건강한 사람의 뇌는 신체가 탈수되기 전에 물을 마시도록 갈증을 자극한다면서 갈증을 느낄 때만 마셔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약자의 경우 물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뇌가 갈증을 느끼는 체계는 60세 이상일 경우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일 경우 예전보다 갈증을 덜 느끼는 경우가 많아 젊은 사람들보다 탈수가 일어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