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쯔 유죄 판결'로 돌아보는 SNS 경제
'밴쯔 유죄 판결'로 돌아보는 SNS 경제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8.13 14:30
  • 최종수정 2019.08.13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리에이터'를 믿어야 하는가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협찬받아서 그런게 아니라, 제품이 정말로 괜찮아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왜인지 모르게 이 대사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당신. 축하한다, 당신은 뉴미디어 시대의 인플루언서 경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오늘날은 TV나 신문 등의 전통적인 매스미디어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튜브나 온라인 뉴스 등의 뉴미디어가 더욱 강력한 시대이다. 엄밀히 말해 뉴미디어와 모바일 미디어의 경계선은 아직 논란이 많지만, 그런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넘어가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소위 말하던 ‘언론 공룡’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한민국 3대 지상파 방송국인 SBS의 수입이 말도안되게 쪼그라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이러한 흐름 속에서, TV 광고 등의 전통적인 방식보다 인스타, 유튜브 크리에이터 협찬 광고가 더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른바 인플루언서라 칭하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유명인에게 제품을 제공하고 자기 계정이나 1인 방송에서 사용장면과 후기 등을 의뢰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도 엄연한 마케팅의 일부로서, 협찬의 방식은 기존 TV 프로그램에서도 흔히들 사용하고 있다. 당장 지난해 최고의 드라마로 평가받는 <도깨비>에서도 많은 브랜드가 덕분에 재미를 보지 않았나.

하지만 문제는, 이런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다. 기업과 인플루언서의 협업이 전통적 방송처럼 물건을 제공해주는 협찬 수준이라면 별 문제야 없겠지만, 물건 외에 수백, 수천만원 규모의 금전이 제공된다면, 과도한 대가성과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순일 것이다.

 

[‘저는 이거 먹고 살 뺐어요’ 한마디 하면 5000만원?]

대형 유튜브 규제 및 유튜버 '**튜브'제재 청원합니다. 이것은 최근 화제가 되었던 유튜브 규제 국민청원이다. ‘크리에이터’하면 흔히 생각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게는 월 수억씩 챙겨가는 것이 건전한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특정 산업에 개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막대한 수입이 정당한 방식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상위 1% 크리에이터들이 이처럼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것도 알고 보면 이 '협찬' 때문이기에 말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독자가 100만 명 이상의 유명 크리에이터가 특정한 브랜드나 제품을 메인으로 해서 방송하는 대가가 50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꼭 그런 정도가 아닌 간접광고 수준으로 제품을 30초 정도 짧게 노출시켜만 줘도 최고 2500만원까지 준다고 하니 놀랄 노자다.

[내가 협찬 받았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물론 전통적인 방식의 방송에서도 광고 방식은 항상 사회적 논란이 되어왔고, 얼굴 한번 비추는 연예인이 수천만원씩 받아가는 것 역시도 일반 소시민들의 근로의욕을 꺼트리는 것이야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통적 매스미디어는 그 긴 시간동안 정착된 법률과 규제가 나름대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실제로 방송에서 연예인이 대놓고 ‘이 제품 좋다’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뉴미디어는? 규정이 어떻게 되어있던지, 현실적인 SNS는 그리 정직해보이지는 않는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이런 경우에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협찬 사실을 밝히지 않고 실제 후기처럼 콘텐츠를 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위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의하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은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허위·과장 광고를 금지한다. 특히 협찬광고에 대해서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광고지침)이라는 가이드라인까지 명시되어 있다.

이 지침에 의하면 크리에이터는 광고주와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해야 한다. 즉 본인의 컨텐츠에 협찬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권고에 의하면 흔히들 사용하는 ‘우연한 기회에 A사 제품을 알게 되었어요’ ‘이 글은 A사의 제품을 체험한 후 제가 느낀 점을 그대로 작성하였음’, ‘이 글은 정보/홍보성 글임’ 등의 표시는 위법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이다.

​공정위가 지침으로 제시한 권고 문구는 아래와 같다.

[권고 문구]

추천, 보증 등의 대가로 현금, 물품 등을 지급받은 경우 ‘경제적 대가’ 또는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 표현(현금, 상품권, 수수료, 무료제품)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표기하여야 한다.

<권고문구1> 저는 위 00상품을 추천(보증, 소개, 홍보 등)하면서 aa사로부터 경제적 대가(현금, 상품권, 수수료, 포인트, 무료제품 등)을 받았습니다.

<권고문구2> ‘유료광고’, ‘대가성 광고’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표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위법을 저질러도 문제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현행법상 규정을 어겨도 크리에이터에게는 별다른 처벌이 없다.

현행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협찬 사실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광고주는 형사제재와 행정처분을 받게되는 반면, 크리에이터에 관한 조항은 따로 없다.

만약 크리에이터에게 광고비를 지불하고 제품을 광고했지만 협찬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적발되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 실제로 공정위는 해당 혐의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했지만 ‘크리에이터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러니 SNS 경제라는 신생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직은 소비자 스스로의 현명함에 기대야 한다]

최근 유명 유튜버인 ‘벤쯔’가 위법 광고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한 본지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유명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임블리’ 역시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많은 법적 공방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당수의 크리에이터들이 소비자들을 기만하며 정당하게 일하고 있는 다른 정직한 크리에이터까지 도매금으로 넘겨버리고 있다.

​이처럼 수천만원대의 불공정한(?) 돈을 손쉽게 벌어들이며, 위법이 탄로나도 현행법상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만원대의 돈이 계좌에 들어오는 사람이, 그 제품의 효능이나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한 책임감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지는 소비자들 스스로 판단해볼 일이다. 돈은 사람보다 정직하다지만, 그 사람을 정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로 돈이기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