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우유급식 폐지’ 건강엔 어떨까?
‘학교 우유급식 폐지’ 건강엔 어떨까?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19.12.09 14:00
  • 최종수정 2019.12.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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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에서 실시되는 우유급식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자신을 한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은 우유는 완전식품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영양학적 가치에 대한 논란이 국제적으로 뜨거운 상태라면서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우유를 공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달 6일 시작된 해당 청원은 한 달간 총 5,774명의 동의를 얻고 지난 6일 종료된 상황이다.

우유는 완전식품이고 칼슘까지 풍부해 뼈에도 좋다며 오랫동안 건강한 식품의 대표 격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과 상반된 견해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우유의 유익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유, 영양학적 가치 없나?]

먼저 우유는 완전식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완전식품이란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을 뜻하는데 우유는 부족한 영양소가 많다는 것이다.

우유는 물 87%, 지방 4%, 단백질 3.5%, 유당 5%, 미네랄 0.7%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방과 단백질, 유당이 고르게 들어있는 반면 비타민은 부족하다. 살균과정을 거친 후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 100ml의 비타민 함량은 비타민 A 100UI, 비타민 B1 30mg, 비타민 C 0.5mg 정도로, 비타민 B1을 제외하면 권장섭취량에 비해 한참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청원도 이 점을 지적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으로 대표되는 3대 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우유가 단백질과 지방을 공급해주는 좋은 영양공급원이었지만, 영양과잉의 시대가 된 현재에는 영양학적 가치가 미미해 제도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우유 속 칼슘, 정말 뼈에 좋을까?]

우유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칼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우유에 들어있는 칼슘은 100ml100mg 내외로 성인기준 하루 권장량(700mg)14% 수준인데, 이는 해초류나 녹황색 채소 등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해초류 중 건미역은 959mg, 건다시마는 708mg의 칼슘이 들어있고, 채소 중에선 깻잎이 215mg, 달래가 169mg, 상추도 106mg 내외의 칼슘이 들어있다. 칼슘의 보고라고 여겨져 왔던 우유가 사실은 상추보다 칼슘이 적게 들었던 것이다

심지어 우유가 오히려 뼈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유에는 레티놀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레티놀 섭취가 칼슘의 뼈 흡수를 높이는 비타민D’의 흡수를 막는다는 것이다. 2015년 발표된 국내의 한 연구에서는 비타민D 섭취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레티놀을 섭취한 경우 골밀도가 떨어져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외 전문가들도 같은 입장이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월터 윌렛 박사는 우유에 들어있는 함황 아미노산이 골밀도를 낮추는 황산염을 생산해 골절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했다. 코넬대 콜린 캠벨 교수도 낙농업이 발달해 유제품 소비가 많은 미국, 스웨덴,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는 노인들의 골반 골절 사망률이 높은 반면,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의 나라에선 골다공증 발병률이 낮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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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에 따라 우유 안 받는 사람도 많아]

또 학창시절 우유로 인해 불편을 겪어본 사람들도 우유 급식 중단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유당불내증환자들이 대표적이다. 유당불내증은 우유의 유당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부족해 우유의 소화가 이뤄지지 않는 증상이다. 쉽게 말해 우유를 마시면 배가 부글부글끓게 되면서 가스로 인한 복부 팽만감이나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유당불내증은 한국인의 75%가 겪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어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네티즌은 학창시절 우유 급식을 먹을 때마다 화장실에 가 놀림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선천적으로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도 걱정이 크다. 이번 청원에 동의한 한 학부모는 아이가 우유 알레르기가 심해 아침에 학교를 보낼 때 마다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아이가 우유 알레르기 때문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면서 아나필락시스 쇼크(과민성 알레르기 반응)’가 올까봐 무섭다고 전했다.

 

[우유소비 줄고 대체품 매출 늘어]

한편 94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최대 우유 생산업체 딘 푸즈(Dean foods)’는 경영 악화로 지난달 파산했다. 우유의 대한 인식의 변화가 우유 소비 감소로 이어진 탓이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1인당 우유소비량은 1975년 이후 40% 이상 감소했지만 우유의 대체품 중 하나인 귀리 우유의 매출은 지난 1년간 636% 증가했다고 한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우유 대신 대체품을 찾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1997년 기준으로 31.5kg이었던 국내 1인당 우유소비량은 지난해 27kg까지 떨어졌다. 반면 한 온라인 쇼핑몰의 지난달 우유 대체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17% 증가했고, 또 다른 편의점 프랜차이즈에서도 대체품 매출이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