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님, 방금 소스 두 번 찍으셨죠?”
“대리님, 방금 소스 두 번 찍으셨죠?”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19.12.12 09:00
  • 최종수정 2019.12.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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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최근 미국에서 시작돼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주제가 있다. 한입 베어 문 음식물을 또 다시 소스에 찍어먹는 이른바 더블딥(Double-dip)’이라고 불리는 식습관이다.

 

[“그냥 너 혼자 다 먹어”]

이 같은 습관은 한 입에 먹기엔 너무 큰 음식물을 먹을 때 주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나쵸칩과 같이 조각이 큰 음식은 두 번 이상 베어 물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여럿이 먹는 소스에 찍는다면 음식에 묻은 침이 소스와 섞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인들은 이 같은 습관을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나쵸칩 브랜드가 2013년 천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파티에서 타인의 더블딥을 목격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54%소스를 먹지 않겠다고 답했다. 심지어 25%의 응답자는 따끔하게 한 마디 하겠다고 답했다. 더블딥이 파티의 흐름을 끊을 만큼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국물 반, 타액 반]

반면 한국은 여럿이 함께 하는 식사자리에서 더블딥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점입가경인 것은 찌개나 전골 등 국물요리를 먹을 때다. 한국인들의 숟가락은 밥과 국물, 입을 오가느라 분주하다 못해 닳을 정도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문화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누리꾼은 밥알이 묻은 숟가락을 국물에 담그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다시 한 번 입에 넣은 뒤 국물에 담그는 동료를 보고 식욕이 뚝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식사가 끝나갈 때 쯤이면 국물 반, 침 반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위암, 간염도 나눠 먹는 꼴]

문제는 이러한 습관이 단순히 식욕이 떨어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디스커버리 채널이 더블딥이 소스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실험한 결과, 구강 내에 있던 세균이 소스에서 발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바꿔 말해 소스나 국물이 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은 위염과 위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 주로 위장 점막에 서식하지만 위액이 역류하면서 입안까지 올라오기도 한다. 때문에 보균자의 타액이 다른 사람의 입에 들어갈 경우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또 올해 유행한 바 있는 ‘A형 간염도 전염될 수 있다. A형 간염은 급성 간염으로도 이어지는데, 구토, 발열, 복통뿐만 아니라 검은색 소변, 탈색된 대변, 전신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무서운 병이다. 특히 A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다른 간염과는 달리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집단으로 발병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릇과 술잔, 제발 따로 쓰세요]

이에 전문가들은 식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방송을 통해 위암의 씨앗인 헬리코박터 균은 보균자가 한 명만 있어도 전염될 수 있다면서 우리 문화 중 술잔 돌리기나 함께 찌개를 떠먹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 같은 습관이 가족끼리도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한의사는 아이에게 밥이나 과일을 먹일 때 입으로 잘라주는 경우도 세균을 옮기는 나쁜 습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