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쓴 샴푸가 자궁으로 내려간다?
머리에 쓴 샴푸가 자궁으로 내려간다?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19.12.10 09:00
  • 최종수정 2019.12.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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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몇 년 사이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괴담이 있다. 샴푸나 화장품 등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이 피부로 흡수되어 몸속에 쌓인다는 이른바 경피독괴담이다.

이러한 괴담에는 심지어 병원에서 여성의 자궁에 생긴 혹이나 유방암 조직을 절제하면 샴푸 냄새가 수술실에 진동을 한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들어있다. 샴푸의 성분들이 여성의 자궁과 같은 신체 부위까지 그대로 내려가 쌓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병원 관계자의 증언이라는 말까지 덧붙으면서 소문은 신빙성을 얻어가고 있다.

 

[샴푸가 두피로 흡수된다는 경피독]

경피독이라는 말은 이나즈 노리히사라는 일본 작가가 쓴 책 경피독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당 작가는 화장품에 흔히 들어있는 계면활성제나 향료, 색소 등의 유해 화학물질은 두피와 같은 피부를 통해 흡수된다면서 계면 활성제가 각종 여성 질환이나 아토피와 같은 환경 병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면활성제가 무엇이길래?]

우선 계면활성제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계면활성제는 쉽게 말해 섞이지 않는 두 물질을 섞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물과 기름이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피지나 외부로부터 오염된 물질들을 효과적으로 씻어내기 위해 이러한 계면활성제들이 샴푸와 치약 등에 첨가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계면활성제가 섞이지 않는 것을 섞기 위한 목적으로 첨가된다고 하니 대단히 인위적인 화학물질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계면활성제는 자연 속에서도 존재하는 물질이다. 대표적인 것이 레시틴이다. 레시틴은 우유나 콩, 계란 등에 들어있는데, 우유가 지방과 물로 분리되지 않는 이유도 레시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계면활성제는 우리 몸에서도 만들어져 폐와 같은 장기의 기능을 돕거나 면역 작용을 한다.

 

[계면활성제, 정말 위험할까?]

경피독을 주장하는 측은 이러한 계면활성제 중 샴푸에 주로 첨가되는 합성 계면활성제를 지적한다. ‘SLES’로 알려진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성분이 대표적인데, 특히 과거에 이뤄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예로 들면서 이 같은 성분이 인체에도 치명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것이다. 해당 실험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을 법한 고농도의 계면활성제 용액을 쥐의 피부에 발라두고 65일 동안 헹구지 않은 채진행됐다. 심지어 9% 이하의 낮은 농도에서는 특이사항이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우리가 사용하는 샴푸는 합성 계면활성제가 아주 적은 농도로 첨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만 사용하고 물로 헹궈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해당 연구에서도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안전하다고 명시해두었지만 결과가 와전됐다. 2010년에 발표된 논문에서도 합성 계면활성제의 안전성은 다시 한 번 확인된 바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정말 샴푸가 자궁으로 갈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샴푸냄새 괴담또한 사실이 아니다. 우리의 피부는 세균이나 물 등 외부 물질로부터 인체 내부를 보호해주는 방어막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또 산성상태를 유지해 외부 박테리아를 죽이는 역할도 하는데, 가장 두꺼운 허벅지 피부의 두께는 6mm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피부는 매우 촘촘한 거름망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과할 수 있는 물질은 많지 않다. 게다가 어떤 성분이 이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몸 안으로 들어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모세혈관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샴푸는 입자가 크기 때문에 모세혈관을 타고 내려갈 수 없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괴담을 두고 샴푸냄새는 천차만별인데 도대체 어떤 샴푸냄새가 난 것이냐는 의문과 함께 하루 종일 발라놓는 바디로션 대신 잠깐 바르고 헹궈버리는 샴푸냄새가 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샴푸의 성분들이 자궁으로 갈 수 있냐는 질문에 말도 안 된다면서 가능성을 일축했다.

 

[‘케모포비아공포마케팅’]

이 같은 괴담은 한 화장품 업체에 의해 확산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당 업체는 일본에서 시작된 경피독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계면활성제가 들어있는 화장품이 유해하다고 경고하는 한 편 자신들의 화장품은 안전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심, ‘케미포비아를 이용한 공포 마케팅전략이다.

이에 또 다른 업체들도 같은 전략을 사용하면서 두피는 자궁이라는 광고 카피는 의학적인 사실처럼 여겨지게 되고, 두피에서 자궁까지 내려가는데 ‘12가 걸린다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덧붙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두피는 자궁또는 경피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글들의 대다수는 특정한 화장품을 홍보하거나 직접 판매하려는 목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안심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들은 모두 각 회사별 자체 기준과 국가의 안정성 부서를 통해 꼼꼼히 검사를 받는다면서 어떤 화장품도 위험도가 기준치를 넘는다면 판매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