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직후 취침, ‘역류성 식도염’ 부른다
과음 직후 취침, ‘역류성 식도염’ 부른다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20.01.06 17:00
  • 최종수정 2020.01.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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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연말연시 이어진 송년회와 신년회에서 과음을 한 직장인 최 씨(30)는 매일 아침마다 속이 쓰리고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증상을 호소한다. 급기야 최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속이 쓰리고 신물이 올라올 지경에 이르러 병원을 찾았다. 최 씨의 병명은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최 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각종 송년회와 신년회 등 잦은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역류성 식도염을 앓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잦은 과음과 과식 직후 바로 잠드는 습관으로 지목된다.

 

[속 쓰림, 신물 나타나트림 많아지고 목소리 쉬기도]

역류성 식도염은 위 안에서 아직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식도 점막에 손상을 입히는 질환이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위와 식도의 경계 부위가 잘 닫혀져 있지만, 잦은 음주 등으로 이 기능이 약화되면 위와 식도 사이에 위치한 하부식도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는 것이다.

역류성 식도염의 주요 증상으로는 목의 이물감, 가슴 쓰림, 소화불량,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운 느낌, 신물 오름 등이 있다.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오랜 기간 잘 낫지 않는 만성 기침, 잦은 트림, 쉰 목소리, 구취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술자리 많은 12월과 1월 급증음주 습관 고쳐야]

이 같은 질환은 술자리가 잦은 12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특히 매년 12월에는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평균 744,843명이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진료를 받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12월과 1월의 잦은 모임이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잦은 과음이 소화기에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기름진 안주를 많이 먹는 경우 하부식도괄약근의 압력이 떨어져 역류성 식도염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도 역류성 식도염의 주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승한 교수는 기름진 음식 섭취와 음주만으로도 위 점막이 손상되는데, 이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않고 바로 취침하는 습관과 얼큰한 국물로 해장을 하는 습관은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키는 행위라며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음주량을 줄이고, 기름기가 많고 자극적인 안주는 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병행돼야]

한편 역류성 식도염은 20~30대의 젊은 층에게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젊은 층에게 흔히 나타나는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 비만이 위식도 역류 질환과 관련이 깊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은 경우 초기에는 증상에 따라 위산분비 억제제 또는 제산제, 그리고 장운동 촉진제 등을 통해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하지만 치료 도중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약물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면 다시 재발할 수 있으므로, 치료 일정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 역류성 식도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약물치료 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개선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복압이 높아져 역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과식은 삼가고, 식사 직후 눕거나 웅크리는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음주와 흡연은 역류성 식도염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금연, 금주는 필수다.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기름지거나 맵고 짠 음식은 위식도 점막을 자극하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과식 후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될 때 시원한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시는 습관은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방치 시 암 발생할 수 있어 주의]

역류성 식도염은 자연스레 호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방치 시에는 식도 궤양’, ‘바렛 식도’, 드물게는 식도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승한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일시적인 약물치료와 식습관 개선으로 증상이 개선되면, 곧 방심하게 돼 예전의 나쁜 습관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역류성 식도염 치료의 핵심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