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겨울 끝?…‘환절기’가 더 위험하다
지긋지긋한 겨울 끝?…‘환절기’가 더 위험하다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20.02.13 18:03
  • 최종수정 2020.02.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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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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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최근 낮 기온이 영상권을 웃도는 등 날씨가 제법 풀리면서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지고, 등산이나 낚시 등 야외활동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겨울이 끝났다고 건강관리마저 끝내는 것은 금물이다. 환절기에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날도 부지기수인데, 이때 우리 몸은 급격한 기온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요즘 같은 환절기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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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했던 양반이일교차 1마다 부정맥 위험 높아져]

우리 몸의 혈관은 겉에선 티가 나지 않지만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온이 떨어지면 급격히 수축하게 되고, 기온이 올라가면 다시 이완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 과정에서 심장에 이어져있는 심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는 경우 각종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협심증심근경색이다.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은 막히거나 지나치게 수축하는 등의 이상이 생길 경우 심장 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협심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 다행히 혈액 공급이 재개된다면 일단 고비를 넘기는 셈이지만,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심근경색이 나타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방세동 등의 부정맥이 이어지고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심혈관계 질환은 앞서 언급했듯 외부 기온이 떨어질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겨울이나 환절기에 발생 건수가 더욱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1년 사이 부정맥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교차와 부정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일교차가 1도 커질 때마다 부정맥 발생 위험도 그에 비례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심정지 환자의 119 이송 건수가 2월과 3월에 집중되어 있는 것 또한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심근경색은 평소 멀쩡하던 사람에게도 갑작스레 찾아와 그저 황망하게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 심근경색의 골든타임은 3시간으로, 심장을 쥐어짜는 것처럼 심한 통증이 갑작스레 나타나거나, 통증이 왼팔과 턱까지 번지는 경우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통증이 일시적으로 멎었다고 해도, 갑작스레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평소 술, 담배나 짜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중장년층이나 기존에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지병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이 더욱 높기 때문에 환절기 일교차를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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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통보다 심한 통증통증의 왕 대상포진주의해야]

대상포진도 환절기에 특히 발병이 잦은 질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어릴 적 수두를 앓았거나 수두 예방주사를 맞은 경우, 수두 바이러스가 인체 내 배근신경절이라는 곳에 잠복해있게 되는데 성인이 된 이후 면역력이 떨어지면 대상포진이라는 병으로 나타나게 된다.

대상포진은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발병연령이 점차 낮아져 중장년층과 청년층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60%50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환절기에는 건강하던 사람도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만큼 평소 면역력이 약한 중장년층의 경우 환절기를 더욱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초기에는 오한과 발열, 근육통 등의 전형적인 몸살 증상이 나타나고 이어서 옹기종기 모인 형태로 나타나는 피부발진과 수포가 올라오게 된다. 또 대상포진은 통증의 왕이라고도 불릴 만큼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게 되는데, 의학적 통증 척도에 따르면 대상포진의 통증 점수는 22점으로 18점인 산통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은 발병 3일 이내에 항 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경우 치료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몸살과 유사한 초기 증상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우 증상이 더욱 악화돼 통증이 심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유증에 해당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길게는 수개월 이상 지속돼 삶의 질이 극도로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대상포진은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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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우습게 여기다가 폐렴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절기에는 대상포진 뿐만 아니라 폐렴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폐렴은 우한폐렴과 같은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폐렴구균이라는 세균에 의한 폐렴이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렴 발병 초기에는 발열과 기침, 가래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 감기로 오해하고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증세가 악화되는 경우 호흡곤란이나 고열, 두통, 근육통, 구토, 설사 등의 복합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폐렴에 걸리는 경우 패혈증이나 폐농양 등의 합병증으로 손쓸 틈도 없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폐렴은 백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폐렴의 원인 중 가장 흔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는 경우 폐렴에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국가에서 폐렴 백신을 1회에 한해 무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해당되는 경우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