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강원도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된 대형 산불이 단순한 산림 피해를 넘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유해물질과 연기로 인해 호흡기 질환이 악화되고,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적 후유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불 연기에는 초미세먼지, 일산화탄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물질은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뿐만 아니라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벤젠 등 발암물질은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백혈병, 생식장애, 저체중아 출산 등의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산불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충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주거 상실, 대피 생활, 생계 불안 등은 개인의 심리적 안녕에 큰 상처를 남긴다. 실제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불안장애 등이 산불 피해 주민 사이에서 다수 보고되고 있으며, 심리적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와 더불어 산불 진화와 복구 작업에 투입된 소방, 경찰, 공무원 등 재난 대응 인력의 심리적 소진(번아웃)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장시간 고강도 작업과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이들이 겪는 정서적 탈진은 현장 대응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재난 대응 인력을 위한 심리상담과 회복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정서적 회복을 위한 별도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안동시는 “재난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트라우마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인 심리적 돌봄과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회성 지원을 넘어, 피해자뿐 아니라 현장 인력까지 포함한 지속적인 심리 지원 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실내 공기질을 유지하고, 외출 시에는 N95이상의 방역 마스크를 착용하며, 증상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의료기관 방문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상담센터 및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 참여를 통한 정서적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정부는 산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지역 보건소에 임시 진료소를 설치하고, 공기청정기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안동시의 경우 산불로 인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심리지원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산불 예방에 있다. 논두렁 태우기 금지, 불법 소각 단속 강화 등 예방 정책과 함께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