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탐방⑭ 영화 속 ‘강박증’
무비탐방⑭ 영화 속 ‘강박증’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9.13 09:00
  • 최종수정 2019.09.11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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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반복이란 굴레에 묶인 병

[헬스컨슈머] 강박증은 어떤 생각이 떠올라 불안해하며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문을 제대로 잠갔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강박증의 대표적인 예이다. 기자 역시 안전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문을 닫고 나서 5번은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확인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강박증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이번 편에서 강박증에 대해 알아보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확인해보자.


[영화 속 강박증’]

영화 '에비에이터', 스틸컷
영화 '에비에이터', 스틸컷

-에비에이터

<에비에이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로 하워드 휴즈라는 억만장자의 실화를 다뤘다. 하워드(디카프리오)는 부모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으며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영화, 비행기 제작 등에 관여한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초대박을 치고, TWA항공을 인수하며 승승장구를 이루는 것 같아 보인다. 한편, 영화 속 하워드는 어린 시절, 각종 병들에 대해 알려주고 몸을 닦아주는 엄마의 영향으로 인해 세균을 피해야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비누를 가지고 다니며 끝없이 손을 닦기까지 한다. 또한 손을 씻은 뒤에는 화장실 문을 열지 못해서 망설이는 장면도 등장한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스틸컷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스틸컷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 작품은 98년도에 개봉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영화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창에 영화제목을 검색하면 많은 이들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를 자신의 글의 제목으로 숱하게 인용하고 있다. 영화는 로맨스 소설작가인 멜빈과 아픈 아들을 돌보는 식당 종업원 캐롤과의 사랑, 그리고 멜빈의 강박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멜빈은 냉소적인 성격의 작가로 똑같은 테이블에 앉기, 직접 가지고 온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하기 등과 같은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멜빈이 강아지를 돌보게 되고 성격이 달라지면서 그의 모든 것이 변화한다. 아무도 곁에 없었던 멜빈에게 우정과 사랑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선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라고 말이다. 사랑으로 강박증을 이겨낸 대표적인 영화가 아닐까싶다.


[무언가에 대한 집착, 강박증]

영화 속 인물들은 무언가에 대한 집착을 하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끝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강박증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원인

사실 강박증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과거에는 주로 성장 배경 등 심리학적인 요인으로 인해 강박증이 나타난다고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생물학적 요인도 연관되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 어느 연구에 따르면, 뇌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관련된 약물이 강박증 치료에 뚜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많은 연구를 통해 강박증 환자들의 (뇌 속)특정 신경회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물론 아직 연구단계에 있어서 명확하지는 않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증상

강박증은 특정적인 무언가를 보면 불안해지는 강박사고와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행동으로 나타난다. 보편적으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함께 나타나지만, 이 중 한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강박증은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강박증의 가장 흔한 유형은 오염과 청결에 관한 강박증이다. 영화 <에비에이터>의 하워드처럼 더러운 것에 오염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유형이다. 하워드는 끊임없이 비누로 손을 문지르는데, 실제 이 유형의 환자들은 특별한 것이 없더라도 더러운 것이 묻은 느낌이 들어 씻는 행동을 반복한다. 환자들은 심한 경우 샤워를 8시간 이상하기도 하며 이에 피부의 각질이 다 벗겨지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유형은 확인에 대한 강박증이다. 문을 제대로 잠갔는지, 가스나 수도를 끄고 나왔는지 등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유형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번 확인하고 안심하지만, 확인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은 한번 확인하더라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 불안해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 확인할 때, 독특한 행동방식을 만들어내어 반복한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 역시 문고리를 5번 잡아당길 때, 마음속으로 ’, ‘’, ‘’, ‘’, ‘이라고 외치며 확인하고 있다.

한편, 어떤 상황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어떤 행동을 번갈아 반복하는 강박증도 있다. 옷을 입었다가 벗기를 반복하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정렬에 대한 강박증도 있는데 보통은 물건을 대칭으로 알맞게 둬야지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이처럼 강박증의 종류는 다양하며 여러 유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등 증상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강박증,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

그렇다면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 강박증에 해당되는 것일까? 사실 무언가에 관한 집착이나 불안함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강박증은 아니다. 다만, 특정한 행동이 장기간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면 강박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복적인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스스로 난 강박증이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전문의를 통해 강박증을 정확히 진단 받는 것이 좋다.

한편, 강박증은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로 완화할 수 있다. 먼저 강박증 환자들이 가진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지행동치료에서 노출 및 반응방지라는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기법은 환자를 불안한 상황에 일부러 노출시키고, 강박행동을 일정시간 동안 못하게 금지시키는 것이다.

이 치료를 받게 되면 처음에 환자들은 불안해한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강박행동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불안한 마음이 줄어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노출 및 반응방지 기법은 강박증 치료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환자가 심각한 강박증을 지녔거나, 인지행동치료에서 효과가 없을 경우 약물치료를 사용할 수 있다. 약물치료를 받을 경우, 환자의 80~90%는 호전되며, 기존 증상은 30~60%정도가 줄어든다고 한다. 이때 행동치료와 함께 실시하면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이다. 원인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로토닌과 강박증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 약을 통해 부족한 세로토닌을 보충해주면 강박증이 호전될 수 있다. 다만, 호전이 될 때까지 보통 3개월이 걸리며 두통과 같은 부작용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강박증에 대해 알아보았다. 일부의 사람들은 강박증 환자들을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강박증 환자들은 그 행동을 멈추고 싶어 하며, 강박증은 50명 중에 1명이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이다. , 강박증 환자들은 미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남들보다 불안한 마음이 큰 것이며 이 또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니 당신이 무언가에 불안해하고 반복된 행동을 하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않길 바란다.

무엇보다 강박증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 스스로를 잡아먹는 일인 것을 기억해두자. 마치 <에비에이터>의 하워드 휴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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