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탐방⑯ 영화 속 ‘뇌전증(간질)’
무비탐방⑯ 영화 속 ‘뇌전증(간질)’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9.27 09:00
  • 최종수정 2019.09.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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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으로 고통 받는 병

[헬스컨슈머] 아마 간질이란 단어는 익숙하게 들어봤을 것이다. 뇌전증은 간질의 변경된 이름이다.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눈으로 보기에 정확한 이유 없이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의 모습을 보며 악령의 저주를 받은 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에 현대에 와서 사회적 낙인이 심했던 간질이란 병명을 뇌전증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이번 무비탐방 시리즈 16편에서 뇌전증에 대해 알아보겠다.


[영화 속 뇌전증’]

영화 '스노든', 스틸컷
영화 '스노든', 스틸컷

-스노든

<스노든>은 미국정부의 불법적인 행동을 폭로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주인공인 스노든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작을 하는 뇌전증 환자로 등장한다.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스노든은 컴퓨터를 다루는데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어서 CIANSA의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정부는 안보와 테러방지라는 명분으로 사람들의 모든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반인까지도 말이다. 이에 스노든은 증거자료를 모아서 이 모든 사실을 폭로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국가의 명분이 타당한지와 스노든이 반역자일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국가의 안보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어느 것이 우위일지 말이다. 또한 스노든이 무엇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느끼며 뇌전증의 고통에 빠진 것인지도 생각해보자.

영화 '사랑의 기도: 아들을 위하여', 포스터
영화 '사랑의 기도: 아들을 위하여', 포스터

-사랑의 기도: 아들을 위하여

이 작품은 97년도에 개봉한 미국영화로, 자세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 영화를 관람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영화는 로리라는 엄마가 자신의 아들인 로비의 뇌전증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다. 병원에서 가르쳐준 대로 아들을 간호하지만, 로비의 상태는 악화되어 간다. 이에 로리는 스스로 뇌전증에 대해 공부하며 치료방법을 연구하게 되는데, 그 결과 케토제닉이라는 식이요법을 시도하게 된다. 케토제닉 요법은 저탄수화물과 고지방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으로, 1920년대 어린이 뇌전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식이요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케토제닉 요법이 뇌전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은 아들을 위한 엄마의 간절한 노력,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뇌전증은 악령의 저주가 아니다]

이처럼 영화 속 인물들이 앓았던 뇌전증은 어떤 질환일까? 뇌전증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와 관련된 개념부터 알아두는 것이 좋다.

먼저, 뇌전증 발작은 대뇌피질세포들이 과하게 흥분함으로써 나타나는 신체증상이다. 뇌전증은 특별한 원인인자가 없음에도 뇌전증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뜻한다.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 이유는 치료의 차이에 있다. 뇌전증 발작은 신경세포가 한 번만 과하게 흥분한 것으로 반복되지 않으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뇌전증은 반복되는 증상을 보이므로, 약물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뇌전증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뇌전증의 원인

우선 뇌전증 발작과 뇌전증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중요한 원인으로는 뇌졸중, 선천기형, 뇌염, 유전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연령에 따라 발생 원인이 다르게 나타난다.

- 출생~6개월: 분만 전후의 손상, 뇌의 발달이상, 선천성 기형, 중추신경계 급성 감염

- 6~24개월: 급성 열성경련, 중추신경계의 급성감염, 분만 전후의 손상, 뇌의 발달이상

- 2~6: 중추신경계의 급성감염, 분만 전후의 손상, 뇌의 발달이상, 특발성(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은 경우), 뇌종양

- 6~16: 특발성, 뇌종양, 중추신경계의 급성감염, 분만 전후의 손상, 뇌의 발달이상

- 성인: 뇌외상, 중추신경계의 감염, 뇌종양, 뇌혈관질환(뇌졸중)

또한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대부분의 원인들은 뇌전증의 위험인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서 설명한 감염, 뇌종양, 외상뿐만 아니라 알코올이나 알츠하이머병, 뇌성마비 등도 위험인자에 포함되는 것이다. , 뇌전증은 주로 뇌의 문제로 인해 발생되는 뇌질환이었던 것이다.


[증상은 여러 종류의 발작’]

증상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뇌전증 발작이 반복된 것을 뇌전증이라고 부르니, 뇌전증 발작의 증상이라고 표현하여 설명하겠다.

이러한 뇌전증 발작의 증상은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크게 전신발작과 부분발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신발작은 발작이 대뇌에서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상태고, 부분발작은 대뇌의 일부분에서 발작이 시작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전신발작 (소발작, 대발작, 근육간대경련발작, 무긴장 발작)

전신발작의 종류에는 소발작, 대발작, 근육간대경련발작, 무긴장 발작 등이 있다. 소발작은 주로 소아에게서 발생하며 발작은 대게 5~10초 내로 나타난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발작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대발작은 전신발작의 가장 대표적인 발작 형태로, 갑자기 정신을 잃고 고함이나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며 눈동자가 돌아가는 증상이다. 또한 입에서 침과 거품이 나오고, 소변이나 대변을 지리기도 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거품을 물면서 발작의 증상을 나타나는 모습은 이러한 대발작인 경우가 많다.

또한 근육간대경련발작은 순간적으로 근육의 수축이 발생되는 것을 말한다. 마치 깜짝 놀란 사람처럼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증상이다. 무긴장발작은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으며 온 몸의 힘이 빠지면서 넘어지는 발작을 뜻한다. 이 경우 넘어지면서 머리나 얼굴을 다칠 위험이 있다.

-부분발작 (단순부분발작, 복합부분발작, 이차성 전신발작)

, 이제는 부분발작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부분발작의 종류에는 단순부분발작, 복합부분발작, 이차성 전신발작 등이 있다. 먼저 단순부분발작은 대뇌의 일부분에서 시작되며 전반적으로 퍼지지 않으며 의식이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쪽 손이나 팔이 까딱하고 움직이는 단순부분운동발작이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는 자율신경계증상 등이 나타난다.

복합부분발작은 단순부분발작과 달리 의식장애가 나타난다. 발작 및 의식장애와 더불어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어느 곳을 쳐다보는 등의 모습이 동반될 수 있다. 이 경우, 환자는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부분발작에 원인을 두는 이차성 전신발작이다. 명칭에 전신발작이 들어가더라도, 이 증상은 신경세포의 과도한 활동이 대뇌 전반적으로 퍼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부분발작에 해당된다. 전신발작과 헷갈린다면 위에 첨부한 사진의 3번째 경우를 참고하면 된다. 이러한 이차성 전신발작을 겪는 환자는 쓰러지면서 온몸이 강직되고, 팔다리를 규칙적으로 떠는 증상을 보인다. 또한 부분발작 중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형태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뇌전증의 치료는?]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 한번이라도 뇌전증 발작이 나타난 환자들은 즉시 치료를 하기 보다는 먼저 여러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검사 후 특별한 원인이 발견된다면 치료에 돌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경과를 관찰한다. 하지만 두 번이상의 뇌전증 발작이 나타날 경우에는 특별한 원인이 없더라도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약물치료는 항경련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항경련제는 뇌의 과도한 흥분작용을 억제하여 발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한가지의 약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약물을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

이전부터 많이 써오던 항경련제는 페니토인, 발프로에이트, 카바마제핀 등이 있다. 90년대 이후 개발된 새로운 항경련제로는 토피라메이트, 라모트리진, 옥스카바제핀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 전자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적으며 약물상호작용도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약물치료의 목표는 장기간 약을 복용하더라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증상을 조절하는 것에 있다. 한편,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의 70%는 증상의 완화가 가능하다. 물론 약물치료를 중단할 경우 재발할 가능성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뇌전증에 대해 알아보았다. 뇌전증은 흔히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는 거품을 물며 쓰러져서 온몸을 들썩이는 간질의 다른 말이었다. 또한 이러한 모습은 뇌전증의 일부분이었고, 뇌전증의 다른 형태도 여러 가지였다. 과거에 뇌전증 환자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환자가 괴상하다고 느껴져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현재 밝혀진 뇌전증은 뇌질환의 일종으로 어쩌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그러니 과거처럼 뇌전증은 치료하기 어렵다거나 악령의 저주라는 등의 속설들을 믿지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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