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대 조현병 환자, 흉기로 살해’

[헬스컨슈머] 아마 당신은 이와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최근 다수의 범죄자들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이것은 환자의 수가 50만 명이라고 알려져 있는 만큼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그렇다면 조현병은 정확히 무엇일까? 이것은 새롭게 발견된 질환이 아니라, 과거 우리가 불러왔던 ‘정신분열증’을 뜻한다. 이번 무비탐방 7편에서는 조현병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 속 ‘조현병’]

-뷰티풀 마인드

이 영화는 조현병 환자를 심도 깊게 다룬 작품으로, 수학자인 존 내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존 내쉬는 20살 때 어느 논문으로 학계의 스타로 떠오른 천재 수학자이다. 젊은 나이에 교수를 시작으로, 소련의 암호해독이라는 중대한 국가임무까지 맡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련 스파이가 자신을 미행한다고 생각하며 목숨의 위협까지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 과정에서 조현병을 앓으며 환각, 망상 등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존 내쉬의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셔터 아일랜드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반전영화의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을 봤을 영화이다. 영화 속 셔터아일랜드는 교도소와 정신병원이 있는 고립된 섬이다. 어느 날, 이곳에서 환자가 실종되고 연방보완관인 테디(디카프리오)와 척은 수사를 위해 셔터아일랜드로 들어오게 된다. 수사를 하면서 발생되는 괴이한 일들, 그리고 테디의 아내를 죽인 범인 ‘래디스’에 대한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테디는 혼란스러워한다. 아마 조현병을 담아낸 가장 대표적인 영화가 아닐까 싶다.

-해빙

이 영화는 무엇이 진실인지, 관객조차도 혼란스럽게 만드는 스릴러 장르이다. 주인공인 내과의사 승훈(조진웅)은 병원이 망하고, 이혼도 하게 되어, 선배병원에 취직하고자 어느 도시로 이사 오게 된다. 어느 날, 승훈은 정노인(신구)의 수면내시경을 하던 도중, 그의 살인고백 비슷한 말을 듣게 된다. 게다가 그 도시에 살인사건까지 발생하고, 승훈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승훈은 진실을 찾고자 하지만, 이상한 일들로만 가득하다. 결론적으로, 승훈은 조현병 환자로 밝혀졌다. 하지만 영화는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반전과 주위 인물들의 진실이 숨겨진 영화이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 ‘조현병’의 원인]

이처럼 영화 주인공들은 조현병으로 인해 환각, 환청, 망상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현병은 정확히 무엇이길래 그들을 괴롭게 만드는 것일까? 조현병이란, 위의 증상들과 더불어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는 정신질환을 뜻한다. 또한 조현병은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며, 그에 따라 환자의 증상은 큰 차이가 있다.

-원인은 여러 요인의 복합적인 결과

현재까지는 조현병의 원인은 1가지가 아니라, 여러 요인의 복합적인 결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는 생물학적인 요인(유전, 뇌 이상), 환경적인 요인이 조현병의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먼저 조현병의 발병은 혈연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인들이 조현병을 앓을 확률은 약 1%인 반면, 환자의 직계가족은 10%의 확률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어느 연구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 중 한명이 조현병일 경우, 다른 한명의 발병률은 약 50%에 이르렀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 하나로 조현병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환경적적 요인, 심리적 요인 등이 결합해야 비로소 조현병이 발병된다고 한다.

뇌의 이상도 조현병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뇌에는 뇌세포가 있고, 이 세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연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이다.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불균형할 때 조현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조현병의 원인으로 환경적인 요인도 빠뜨릴 수 없다. 환경적인 요인 즉, 성장과정이나 심리적 요인 등이 조현병의 발병에 영향을 준다. 다만, 환경적 요인보다는 생물학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은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현병은 정확히 어떠한 증상을 보일까? 조현병의 증상은 쉽게, 괴이한 증상을 보이는 ‘양성 증상’, 감정반응이 둔해지는 ‘음성 증상’,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인지 증상’, 급성기를 벗어나서도 남아있는 ‘잔류 증상’ 이렇게 4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양성 증상

조현병의 양성 증상이란, 겉으로 드러나는 비정상적이고 괴이한 증상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환각(환청·환시), 망상 등이 있다. 환각은 다른 사람들이 보거나 만지거나 하는 감각을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잘못’ 봤으면 착각이지만, 환각은 없는 존재를 느끼거나 보는 것을 의미한다.

환청은 타인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를 당사자는 듣는 것이다. 내용은 다양하지만 보편적으로 속삭이거나,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명령을 내리는 등의 환청이 있다. 환청이 들리는 사람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경우가 많다.

망상은 어떤 A에 대해 (사실이 아님에도)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나를 감시해요‘라는 생각이 바로 그 예이다. 타인이 A가 아니라며 증거를 제시하고 설명해도, 망상을 하는 사람은 A를 절대적으로 믿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성 증상

조현병의 음성 증상이란 정상적인 감정반응이나 행동이 둔한 상태가 되고, 사회적 위축 등을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이처럼 조현병 환자 중에서는 감정표현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으며, 심한 경우 아무런 감정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감정과 행동이 둔해진 환자들은 식사예절, 위생관리, 적절한 옷차림 등을 신경 쓰지 않기에 이를 수 있다.

-인지 증상

조현병의 인지 증상은 집중력 결핍, 새로운 정보 학습능력 저하 등을 뜻한다. 앞서 언급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살펴보면, 존 내쉬는 천재 수학자였지만 조현병을 앓고 난 후 쉬운 문제도 풀기 어려워한다. 이처럼 인지 증상을 보이면, 예전에 능숙하게 처리하던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된다. 인지 증상은 양성 증상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편은 아니지만, 환자가 직장이나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잔류 증상

조현병의 잔류증상은 음성 증상과 인지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잔류기간을 의미한다. 환자들은 급성기를 벗어나 이러한 잔류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때, 잔류증상이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재활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조현병의 치료]

이처럼 조현병은 그 원인이나 증상이 다양한 편이다. 그에 따라 치료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약물치료

먼저, 조현병의 약물치료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가장 강력한 치료방법임이 증명되었다.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환청 등은 며칠 내로, 망상은 몇 주 내로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를 받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2달 정도가 지나면 급성기 증상(대체로 양성 증상)의 상당 부분이 완화된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약을 ‘고전적 항정신병 약물’이라고 부른다면, 90년대 이후 개발된 신약들은 ‘비전형적 항정신병 약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근육경련이나 초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대사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서, 당뇨나 고지혈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는 후자의 부작용을 보완하여 개발된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다.

-심리·사회적 치료

이처럼 약물치료를 통해서 조현병은 어느 정도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환자는 조현병으로 인해 심신이 지친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 적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들은 심리·사회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먼저 스스로 병을 관리(재발 및 악화)할 수 있도록 질병관리 기술을 배워야 한다. 또한 인지증상으로 인해 작업능력이 저하된 상태이므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서 취업상담, 의사소통 기술 훈련 등을 배울 수 있다.

약물치료를 받지만 환청이나 망상 등이 지속될 경우, 인지행동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치료과정에서는 환청에 대한 대처, 어떻게 하면 증상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게 된다.

한편, 환자와 가족들의 모임인 ‘자조모임’도 존재한다. 자조모임이란,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목적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자발적인 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이러한 모임은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조현병에 대해 알아보았다. 조현병을 앓게 되면, 남들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들을 환자는 느낄 수 있다. 그로인해 환자들은 매일을 불안함에 살게 된다. 업무능력도 저하되며, 웃음을 잃게 될 수 있다. 또한 조현병은 뇌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뇌질환’으로 보고 있으며, 약물도 잘 개발되어 있다. 따라서 몇 가지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면 타인의 눈치를 보며 숨기기보다는 치료를 받으면서 삶의 안정을 찾아보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