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삶에서 찾아보는 건강 비결: ⑤ 이탈리아
세계인의 삶에서 찾아보는 건강 비결: ⑤ 이탈리아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31 09:00
  • 최종수정 2019.10.3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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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세계인의 삶에서 찾아보는 건강 비결, 다섯 번째 편으로 다시 서유럽 이탈리아로 가보자. 이탈리아는 2017년 블룸버그 세계 건강 지수에서 100점 중 93.11점을 획득하며 163개국 중 가장 건강한 나라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한 청년 실업률, 높은 흡연율 등으로 정말 세계에서 손꼽히는 건강 국가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히 갈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실제 이탈리아에 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매일 아침 이탈리아의 각 도시에서 8~90세 이상의 사람들을 남녀불문 매우 자주 만날 수 있으며 그들 모두가 매우 활동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과연 이탈리아에는 어떤 건강 비결이 있는 걸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노 프라푸치노, 예스 에스프레소!]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를 사랑한다. 세계 어디에나 커피숍은 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아침에만 커피를 마시며, 커피를 받고 나면 바에 기대서 홀짝 마신 후 즉시 떠난다. 물론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나 미국의 풍경처럼 노트북을 가져와서 커피숍에 종일 머물러 있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하루에 에스프레소를 2~3컵씩 마시는데, 이때 소량의 설탕을 넣거나 아예 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타벅스의 대표 상품인 프라푸치노와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음료가 인기를 끄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인데, 이런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는 그들의 건강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커피는 맛과 풍미가 좋을 뿐 아니라 염증을 줄이고 세포 손상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아주 풍부하다. 이는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많은 질병의 원인인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노년기에 커피 섭취가 각 원인별 사망률과 반비례 관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는데, 이는 커피를 마신 노인이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심장병, 호흡기 질환, 뇌졸중, 당뇨병, 감염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낮았다. 또한,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기는 에스프레소는 소화기 계통에 작용해 대장암의 발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에 커피가 나쁜 평판을 받으며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정확히 증명된 바는 없다. 다만 55세 미만인 사람의 경우 하루에 커피를 4잔 이상씩 마시는 것이 사망률을 약간 높인다는 조사가 있었기 때문에, 커피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탄수화물 폭발? 이탈리안 스타일이 있다]

세계 사람들은 이탈리아 음식을 사랑한다. 세계 곳곳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레스토랑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이니, 탄수화물이 가득한 이탈리아 식단은 그만큼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음식, 정말 이탈리아 스타일이 맞을까?

사실 이탈리아 사람에게 하와이안 파인애플 피자를 먹이는 것이 가장 큰 고문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미국식 피자와 전통적인 이탈리안 스타일 피자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치즈와 소시지가 가득 둘러진 미국식 피자는 아무리 ‘이탈리아식’ 화덕에 구워 낼지라도 정통 이탈리아 피자가 될 수 없다. 게다가 설탕에 절여진 피클이나, 감자튀김, 파이 등 고열량 사이드 디쉬를 함께 먹는 것은 더더욱 이탈리아 스타일이 아니다.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로 베이컨과 크림소스가 범벅이 된 스파게티는 정통 이탈리아 파스타가 아니다. 정통 이탈리아식 파스타를 먹고 싶다면 일단 면을 ‘알 덴테(al dente)’로 제대로 삶는 방법부터 알아야 한다. 알 덴테란 심지가 이빨에 씹힌다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살짝 덜 익혀 씹히는 맛을 살린 조리법이다. 약간 딱딱한 면을 꼭꼭 씹어 먹으면 침 분비가 늘어나 소화가 더 잘 되며, 음식을 천천히 먹을 수 있어 포만감이 빨리 들기 때문에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파스타를 포함한 이탈리아 음식은 보통 올리브유로 조리된다. 샐러드를 먹을 때에도 랜치 드레싱은 찾을 수 없고, 올리브 오일이나 식초를 뿌려 먹는 것이 보통이다. 올리브유 안의 올레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 촉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비타민 E, 카로틴 등이 풍부하며,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도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식물성 기름도 기름이기 때문에 올리브유라고 과도하게 먹어서는 안 되며 파스타를 먹을 땐 다른 끼니에서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토마토가 없이 무슨 요리를 할 수 있겠냐는 말이 존재하듯 이탈리아 식단에서 토마토는 빠질 수 없는 재료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토마토를 황금 사과라는 뜻의 포모도로(Pomodoro)라 부르는데, 피자와 파스타 외에도 샐러드나 브루스케타 등에도 많이 사용된다. 토마토는 특유의 붉은색을 내는 성분인 라이코펜과 카로틴 등을 가지고 있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암 효과가 있다. 또한, 인체의 세포 노화를 막아주고 혈관을 깨끗하고 탄력 있게 만들어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이 외에도 토마토에 풍부한 비타민은 골다공증 예방과 소화 촉진, 피로 회복, 불면증 개선 등에도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사람들의 몸에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카로티노이드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편이며, 암 발생률 또한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낮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의사인 도메니코 팔리(Domenico Palli) 박사는 “이탈리아 식단을 구성하는 샐러드, 야채수프, 올리브유, 레드와인 등은 항산화 작용과 혈액 순환에 좋아 이탈리아 국민들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저녁식사 전 산책이나 할까요? 파세자타 문화]

혹시 파세자타(passeggiata)라고 들어보았는가? 우리말로 산책의 의미인 파세자타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저녁식사 전과 후 걷는 것을 칭하는 용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이지만, 보통 저녁 식사는 늦은 시간에 시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7시 이전에 여는 고급 레스토랑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때문에 저녁 예약을 여유롭게 잡아 놓은 후 식사 전 시내 중심가를 걷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파세자타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시간을 따로 내서 운동을 한다는 개념이 없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당연히 해야 하는 생명활동의 하나로 여긴다. 날이 추워서 관광객조차 받지 않는 동절기에도 파세자타 행렬은 여전하다. 이탈리아 전역의 도시들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보통 가족과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 전, 후로 산책을 한다. 한가롭게 시내를 거닐며 이웃과 친척들과 대화하는 것은 행복 지수의 상승과도 연관이 있다. 비록 이탈리아 사람들이 늦은 저녁을 먹더라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이 파세자타가 섭취한 칼로리를 소비하며 음식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파세자타 문화 외에도 유럽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많이 걷는 경향이 있다. 유럽 대도시의 경우 주차장을 찾는 것은 거의 악몽에 가깝기 때문에 차를 덜 이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도시 내 도로와 골목이 매우 좁기 때문에 대부분 직접 걸어서 이동한다. 또한 대부분의 마을이 봉건 시대에 건설되었다는 점도 영향이 있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언덕과 절벽 위에 마을을 건설한 결과, 이탈리아의 마을은 매우 언덕이 많고 수천 개의 계단들과 경사가 즐비하다. 이탈리아인들의 기대수명은 83세로 스페인, 호주, 스위스,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것으로 조사되는데, 이는 일상생활 속 걷기 운동이 장수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수 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의 건강 비결에 대해 알아보았다. 건강한 음식과 향긋한 커피, 낮잠 문화인 시에스타와 해질 무렵의 산책 파세자타를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진정한 '라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사람들의 경쾌한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짧은 격언과 함께 다섯 번째 편을 마무리하겠다.

La salute prima di tutto!

건강이 모든 것의 우선이다 – 이탈리아 명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