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정보는 많다, 하지만 믿을만한 정보는 드물다. 그렇기에 이제는 신뢰할만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볼 때가 되었다.
정남식 박사는 제 15대 대통령 심장 주치의, 의학한림원 회장, 세브란스 병원 병원장, 연세대 의료원장,
미국/일본 심장학회 국제 편집위원, 한국 심장학회 이사장, 한국 심초음파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한
대한민국 최고의 심장 전문의중 하나로 불린다.
현재는 서울 서초 ‘필메디스’원장으로 재직중이다.
통계적으로 돌연사의 원인 중 1위가 바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의 심혈관 질환이다. 하지만 그 주요 위험인자로 평가받는 고혈압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에이, 약 좀 먹지 뭐’ 정도의 평가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소리없이 다가와 당신의 심장을 노린다]
침묵의 암살자, 그야말로 고혈압을 묘사하기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고혈압은 소리 없이 다가와 내 몸에 자리한다. 즉,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뜻이다.
두통, 현기증, 불안감, 무력감, 가슴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뒷목이 뻣뻣하거나 당김, 피로, 이명(귀의 울림) 등의 증상을 말하기도 하지만 애매하다. 이렇듯 특정한 증상이 없다 보니 여러 해 동안 고혈압이 있어도 모르다가 덜컥 심혈관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때문에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현재로선 혈압 측정만이 본인이 고혈압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최소 두 번 이상 다른 날짜에 혈압을 측정해보고, 그 결과가 반복적으로 140/90mmHg으로 나타났을 때 고혈압이라 판정한다. 물론 그 측정값만 가지고 고려할 수는 없는데, 가장 대표적 변수인 당뇨병이나 신장 질환이 있다면 130/8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고혈압의 피할 수 없는 원인-노화]
혈관은 내막, 중막, 외막으로 이뤄져 있다. 내막을 구성하는 내피세포고혈압 자체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혈압이 높을수록 동맥 안의 압력도 높아져 동맥 안의 내피세포 등이 손상되고, 침전물도 많이 생겨 동맥경화증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이는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 신부전, 만성 신부전, 망막 출혈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고혈압은 늘 관리하고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에는 1차성, 2차성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1차성 고혈압은 다른 이름으로 본태성/원발성 고혈압이라고도 부르며, 이는 본래 고혈압 자체로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1차성 고혈압은 원인이 복합적이라 한 가지 특정 원인으로 한정하기 어렵다.
반면 원인을 알 수 있는 고혈압을 2차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약물을 복용한 경우, 신장이 나쁘거나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그 밖에 혈압 상승 물질을 만드는 일부 종양이 있는 경우에 나타난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1차성 고혈압으로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높아지므로, 의료계에서는 노화를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나이가 든다고 반드시 고혈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체중 조절,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면 고혈압은 비껴갈 수 있다.
반면 과다한 염분 섭취, 지나친 음주, 식사에 의한 칼륨 섭취 부족, 신체 활동 부족, 특정 약물 복용, 오래 지속되는 스트레스, 흡연에 오랫동안 노출되는 경우는 고혈압을 조심해야 한다. 또 과체중일 때, 45세 이상의 남성이나 55세 이상의 여성일 때, 고혈압 가족력이 있을 때, 고혈압 전 단계일 때(혈압이 120~139/80~89mmHg)도 독자들 스스로가 고혈압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나의 노파심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고혈압은 가족력을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계적으로 양친 모두가 고혈압이면 약 60%, 양친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약 30%, 양친 중 아무도 고혈압이 없으면 약 5%의 확률로 자식에게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이는 고혈압 자체가 유전되는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운동 부족, 비만, 염분 과다 섭취, 음주, 추위, 흡연,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의 환경인자에 심장이나 혈관이 과민하게 반응하기 쉬운 성질을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가 고혈압이라고 해서 걱정만 하지 말고, 고혈압 위험인자들을 피하도록 노력하면 고혈압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다음 글에선 병원에 들리기엔 시/공간적, 또는 기타 여건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혈압측정과 약물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보고자 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병원에 가서 전문 의료인에게 관리를 받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