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치의의 심장사용설명서 4
대통령 주치의의 심장사용설명서 4
  • 정남식(전 대통령 주치의, 필메디스 내과의원 원장)
  • 기사입력 2019.06.21 15:23
  • 최종수정 2019.06.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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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정보는 많다, 하지만 믿을만한 정보는 드물다. 그렇기에 이제는 신뢰할만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볼 때가 되었다.

 
친절한 전문가

정남식 박사는 제 15대 대통령 심장 주치의, 의학한림원 회장, 세브란스 병원 병원장, 연세대 의료원장,

미국/일본 심장학회 국제 편집위원, 한국 심장학회 이사장, 한국 심초음파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한

대한민국 최고의 심장 전문의중 하나로 불린다.

현재는 서울 서초 ‘필메디스’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이번 편에서는 지난번에 예고했던 대로 혈압측정 요령을 간단하게나마 알려드리고자 한다.

현재 혈압측정기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여러 공공기관들의 노력으로 상당히 많이 보급되어 있다.

덕분에 혈압을 측정하기 위해 병원이나 보건소까지 갈 필요도 없다. 동네의 동사무소만 가도 혈압 측정기가 놓여 있고, 심지어 지하철 역사 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혈압 측정기다. 또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집에서도 간이 측정기를 구비 해놓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처럼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혈압 측정을 굉장히 가볍게 생각하며 제대로 된 사용 요령에도 관심이 없다.

결론적으로, 혈압 측정기는 적절하게 사용하고 그 결과를 이해한다면 본인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료측정장비이다. 따라서 정확한 사용 요령을 기억하고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혈압 측정 요령]

정확한 측정값을 위해서는

  • 앉아 있을 때, 누워서 휴식할 때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좋다. 혈압을 측정하기 5분 전부터 안정을 취하는 것이 정확한 검사결과에 도움이 된다. 이것은 운동효과로 인한 혈류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 혈압 측정하기 30분 전에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이것 역시도 카페인이나 니코틴 등의 성분이 혈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 짧은 소매의 옷을 입는다. 일반적으로 혈압 측정은 팔 둘레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측정기구와 팔 사이에 옷이 끼어 있으면 측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측정 전에 화장실에 다녀온다. 방광이 가득 차 있는 경우 역시도 혈압 측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집에서 자체적으로 측정할 경우

  • 등을 기댄 자세로 앉아 바닥에 발을 편평하게 둔다.
  • 팔은 심장 높이에서 탁자 위에 편하게 둔다.
  • 최소 2분의 간격을 두고 두 번 측정한 결과의 평균을 낸다.

우리나라 만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2005 국민건강영양조사) 만 30세 이상에서는 약 1/4~1/3, 60세 이상에서는 약 절반이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고혈압이 있다고 본인이 아는 사람은 약 60%, 고혈압 치료를 받는 사람은 약 47%였다. 또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 중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비율은 30.8%,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 중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경우는 약 55%였다.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혈압은 생각보다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에 비해 본인이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거나 치료를 받거나 치료를 해서 적정 혈압으로 조절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고혈압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지 말고, 수시로 혈압 측정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 치료를 할 때 140/90mmHg이 일반적인 고혈압 치료의 목표 수치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만성 신장 질환이 있다면 130/80mmHg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바로 생활습관의 개선이다. 이 부분은 누구나 다 알 정도로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더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생활습관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약물이 있다]

하지만 장기간의 좋지 못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인체의 균형이 심각하게 깨져버린 경우에는,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생활 습관을 개선했는데도 정상 혈압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혈압 강하제를 사용해볼 수 있다. 혈압약은 종류와 작용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반드시 주치의의 처방을 따라야 하는데, 혈압 치료약은 한 가지를 먹을 수도 있고, 두 가지 이상 먹을 수도 있다. 한 가지 약의 용량을 늘리는 것보다 두 가지 이상의 약을 정량 사용하는 것이 혈압을 낮추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압약은 대체로 오랫동안 꾸준히 먹어야 한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약물을 복용한다’라는 것에 굉장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동안 혈압약을 복용하다가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그때부터 약물복용을 중단하시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꼭 기억하셔야 할 부분은, 그것까지도 약물 덕분에 유지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혈압약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몇 달, 길어봐야 1년 안에 다시 혈압이 올라간다.

이처럼 고혈압 환자들 중 약 40~50%가 약물 요법을 시작한 지 1년 안에 그만둔다. 대부분의 경우 갑자기 약을 중단하면 다시 혈압이 오르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에 따라 2~3개월 동안 서서히 약을 줄여야 혈압 재상승을 방지할 수 있다.

물론 세상일이 그렇듯이 예외적으로 특정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2차성 고혈압은 원인을 없애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체 고혈압 중 명확한 원인을 가진 2차성 고혈압은 5% 정도 밖에 되지 않고, 특정 원인이 사라져도 나이가 들면서 특정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혈압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문에 약의 용량 조절은 주치의와 상의하고, 치료를 통해 약을 중지했더라도 혈압을 수시로 측정해 다시 혈압이 오를 때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약을 먹어야 하다 보니 부작용을 걱정하는 환자들도 간혹 있는데 혈압약의 부작용에 비해 고혈압 상태를 치료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의 위험이 훨씬 크다. 또 대부분 부작용 발생 횟수나 위험성은 매우 적고, 정기적인 혈액 검사로 부작용을 체크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즉, 혈압약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저울질해보면 결국엔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주로 사용하는 혈압 약물의 종류]

혈압 강하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ACE) 억제제 - 일반적으로 혈관을 좁아지게 하는 원인인 안지오텐신Ⅱ라는 호르몬을 만들지 못하게 해 혈압을 낮춘다.

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 - 안지오텐신Ⅱ가 혈관에 작용하지 못하게 혈관에 있는 안지오텐신Ⅱ 수용체를 차단하는 혈압약으로 혈관이 이완되고 넓어지게 하는 작용을 해 혈압이 내려간다.

칼슘 채널 차단제 - 혈관 수축 작용이 있는 칼슘이 심장과 혈관의 근육세포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춘다.

이뇨제 - 신장이 몸에서 과도한 수분과 염을 배출하게 도와준다. 이는 혈중 체액의 양을 줄여 혈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또 일부 혈관 이완작용으로 혈압을 낮춘다.

신경계 억제제 - 뇌로부터 신경 자극을 조절해 혈관을 이완시킨다. 때문에 혈관이 확장되어 혈압이 내려간다.

알파 차단제 - 혈관을 수축하는 신경의 알파 수용체를 차단해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내린다.

베타 차단제 - 교감신경 베타 수용체를 차단해서 혈압을 낮춘다. 특히 심장이 보다 적은 힘으로 서서히 박동하게 도와 심장을 쉬게 만들기 때문에 협심증이나 심부전이 있는 고혈압에 효과적이다.

알파베타 차단제 - 알파 차단제와 마찬가지로 혈관으로 향하는 신경자극을 줄이고, 베타 차단제와 같이 심장박동을 느리게 한다. 이에 따라 혈압이 내려간다.

혈관 확장제 - 혈관 벽의 근육을 직접 이완시켜 혈관을 열어줘 혈압이 내려간다.

 

[당신의 지친 몸]

여기까지 간단히 혈압 측정과 고혈압 약물에 대해서 언급해보았다.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의 건강한 생활습관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게 잘 안되니 몇 십년에 걸친 만성질환이 결국 우리의 몸에 들어앉았을 터이다. 매일 피곤에 찌든 출퇴근길, 지친 몸뚱어리는 운동은 커녕 밥 한끼 잘 차려 먹을 한 줌 체력도 남아있지 않다. 그런 일상을 술 한 잔, 담배 한 개비로 위로하는 것을 그 누가 비판할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 몸도 그런 주인을 이해하기에 버티고 버티다 ‘만성질환’이라는 난관에 마주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스스로의 몸을 조금만 배려해보자. 조금 더 걷고, 조금 덜 먹다 보면 당신의 몸도 그것을 알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