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아지는 약, 어디까지 왔을까
머리 좋아지는 약, 어디까지 왔을까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19.12.09 09:00
  • 최종수정 2019.12.0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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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영화 ‘리미트리스’의 주인공 에디는 삼류 작가다. 그는 우연히 만난 전처의 동생으로부터 ‘NZT-48’이라는 신약을 건네받는다. 이후 변변찮던 그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한다. 약 복용 후 하루 만에 피아노 연주를 마스터하더니, 한 글자도 쓰지 못했던 소설을 일필휘지로 완성한다.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고, 주식시장에도 뛰어들어 순식간에 ‘월가’가 주목하는 ‘슈퍼개미’가 된다.

 

[머리가 좋아지는 약]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라는 소재는 SF 영화나 소설 속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만큼이나 자주 등장하곤 한다. 이렇게 해묵은 소재가 여전히 통하는 이유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약의 개발을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현실에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뇌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성 효과를 통해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이유로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사용되는 약이 있는가 하면, 노화 등의 이유로 저하된 뇌 기능을 개선시켜주는 약물도 존재한다. ‘리탈린’과 ‘콘서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약물들과, ‘콜린알포세레이트’라는 성분으로 알려진 ‘뇌기능 개선제’이다.

 

[공부 잘 하는 약?]

‘메틸페니데이트’는 중추신경흥분제’로서 각성 효과가 강력한 약물이다. 쉽게 말하자면 뇌와 척수를 자극해 정신기능을 상승시켜 집중력을 높여주고, 졸음을 쫓아주는 약물이다. 이 때문에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어, 주로 ADHD 환자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된다.

하지만 최근 수험생 자녀를 둔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이라고 소문이 난 탓에 약물을 오남용하는 경우가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건수는 320만 건에 달하는데, 이중 19세 미만 환자는 73.6%에 해당하는 235만 4000여 건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보고된 부작용 사례는 1,093건으로, 주로 식욕부진, 불면증, 두통과 같은 증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이후 메틸페니데이트의 처방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ADHD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약을 복용했을 경우 마약류를 복용했을 때와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 회복할 수 있다면]

반면 노화에 따라 손상된 뇌세포를 고쳐 뇌의 기능을 개선시켜주는 약물도 존재한다. 최근 약효 재평가 논의로 논란이 되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라는 성분의 약물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혈관뇌장벽’이라고 하는 뇌의 ‘거름망’을 통과해 ‘콜린’과 ‘인산글리세릴탈수소효소’란 물질로 분리된다. 여기서 ‘콜린’은 뇌기능 장애 환자들에게 부족한 ‘아세틸콜린’이라는 물질을 보충해, 뇌신경 손상으로 저하된 신경전달 기능을 정상화시켜준다. 반면 ‘인산글리세릴탈수소효소’라는 물질은 손상된 신경세포 기능을 정상화시켜 뇌 기능을 개선시키는 원리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치매환자들이 ‘도네페질’이라고 하는 치매약과 함께 복용했을 경우 더 나은 인지개선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 불안이나 긴장, 초조, 졸음, 수면장애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을 하거나 중장비를 조작하는 경우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암페타민, 마약으로 알려진 각성제]

‘암페타민’은 앞서 언급한 ADHD 치료제로서 메틸페니데이트와 비슷한 약효가 있는 반면, 의존성과 위해성이 강력해 마약류로 지정되어 국내에서는 처방뿐만 아니라 반입 또한 금지된 약물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ADHD 환자들이나 기면증(갑자기 졸음에 빠지는 질환)환자들의 치료 목적으로 처방되고 있지만, 국내의 오남용 사례와 마찬가지로 ADHD 환자가 아닌 학생들과 직장인, 운동선수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약물은 더욱 심각한 위해성과 의존성이 있다. 과다 복용 시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체중 감소에 설상가상 식욕까지 사라지면서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또 약효가 떨어지면 급격한 우울감이 생기기 때문에 우울감을 잊으려 또 다시 약을 찾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하지만 약을 지속해서 사용하는 경우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조현병과 유사한 망상과 환청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