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할인한 3000원대 건강식품, 마냥 좋아해도 될까
74% 할인한 3000원대 건강식품, 마냥 좋아해도 될까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5.22 09:00
  • 최종수정 2020.05.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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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최근 본지로 인상적인 제보가 들어왔다. 한 업체에서 자사의 건강식품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

실제 확인한 판매 채널은 업체의 공식 판매채널은 아니었다. 그러나 확실히 70% 할인 수준의 3000~7000원 사이의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10여종의 건강식품들을 판매중이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저렴한 가격책정의 배경?]

이러한 경우는 보통 둘중 하나다.

첫째, 원가를 일부러 높게 책정한 경우다. 이 경우에는 할인 기간동안 판매가가 원가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더 저렴해져서 할인률 폭이 상승해 소비자들에게 ‘싸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둘째, 애초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상시적인 할인을 하며 박리다매를 노린 경우다.

그러나 이 업체는 둘 모두 아닌 것처럼 보인다. 기존 가격도 그리 높지 않은데, 판매가격은 한술 더 떠서 몹시 저렴하다. 이 가격으로 산 제품이 정말 효능이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저렴함이다.

 

[과도하게 저렴한 가격이 위험한 이유]

물론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격 책정은 기업의 자유로, 박리다매 전략 역시 엄연한 합법적 경영 전략다. 좋은 물건을 싸고 저렴하게 판매하려는 업체의 노력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것이 일정 수준을 넘어버리면, 업체도 소비자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생태 교란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의 기준은 까다롭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기준은, 이런 ‘굿딜’에 맞춰진다. 덕분에 다른 업체들의 비슷한 상품의 가격은 종종 공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업체들의 가격 정책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필연적인 수요와 공급선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한번 ‘시장 생태 교란’이 시작되면, 그 여파는 온 업계를 뒤흔든다. 이는 장기적으로 건전한 경쟁관계에 해가 된다.

제값을 주고 팔면 욕먹는 업계에 뛰어들 업체는 많지 않고, 그렇기에 경쟁을 통해 선순환을 지속해야 할 건강식품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상품이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또다른 이유, 시장 잠식]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규모를 통한 압도적인 저가 정책으로 시장을 잠식한다. 그렇게 경쟁자들을 고사시킨 ‘공룡’들은, 이윽고 압도적이게 된 시장지배력으로 공급과 가격을 조정하기 시작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이 제약업계가 그렇다. 시장을 잠식한 뒤 가격을 수십배씩 올려버린 경우는 흔하다.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제약사 노붐 파마(Novum Pharma)는 ‘알로퀸’(Aloquin)이라는 여드름 치료크림의 가격을 18개월도 안되는 사이에 40배 가까이 올려 사회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한국에서도 국가예방접종사업(NIP)를 둘러싸고 다수 제약업체들이 3700억 규모의 담합을 진행한 것이 적발되어 재판을 진행중이다.

물론 해당 업체가 이처럼 시장 교란을 목적으로 두었다고 함부로 예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의도가 어찌되었건 그 결과가 염려스럽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