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 당신에게 전혀 도움이 안 돼요
식이섬유, 당신에게 전혀 도움이 안 돼요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6.17 16:05
  • 최종수정 2020.06.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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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밥에서 추출한 식이섬유?

[헬스컨슈머]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있어 변비 등을 위시한 장건강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화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식이섬유(섬유질)에 주목하곤 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섬유질은 장에 유익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또한 현대인들의 숙명적인 과제인 다이어트에도 빠질 수 없는 영양소라는 말도 있다. 게다가 변비를 해결해주는 이 훌륭한 성분을 많이 먹으면, 대장암까지 예방된다는 말이 있다. 과연 이 ‘상식’들이 진짜일까?

식이섬유가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들, 굳이 식이섬유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건강에 유익해 보인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식이섬유가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들, 굳이 식이섬유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건강에 유익해 보인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식이섬유가 좋다는 환상]

많은 사람에게 충격적이게도, 이는 거짓이다. 오히려 섬유질이 장을 자극한다면, 건강에 해롭다. 특히 장염환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대장의 입장에서 보면, 섬유지는 소화를 방해하는 성가신 물질이며, 다른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는 억제제다.

식이섬유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처음 이러한 의견이 제기된 연구도, 단지 ‘섬유소가 많이 함유된 자연식품을 먹었더니 이러한 질병의 발병률이 낮아졌다’는 결론이다. 바꿔 말하면, 야채와 과일에 함유된 다른 수많은 성분들이 그 이유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변수들이 통제된 상황에서 섬유질 섭취량만 늘려본 연구 결과, 변비와 대장게실염, 대장암 발병률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미국의 ‘Nurses Health Study’(1976년부터 미국 여성 간호사를 대상으로 매년 조사를 진행하는 기관)에서 88,757명을 대상으로 섬유질 섭취량과 대장암 발병 비율을 조사해본 결과,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하버드대와 미 국립암연구소에서 1986년에 시작한 장기 연구)에서 47,94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재까지 이 두 연구의 결론을 반박할만한 결론이 나온 공신력있는 연구는 전무하다.

섬유질이 아니라, 섬유질이 있는 식품이 좋은 것이다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섬유질이 풍부한 자연식품은, 대개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그리고 썩 맛이 훌륭하진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식품들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애초에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샐러리, 양배추, 당근, 사과 등을 평소에 많이 먹는 아이가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겠는가.

애초에 건강하게 먹는 사람이니 신체기능도 우수하고, 그렇기에 장 활동 역시 활발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부자인 사람은 대부분 자가용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가용을 가지는 것이 부자의 조건이다’라고 넘겨짚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식용과 공업용 목재는 다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중요한 차이일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톱밥을 먹고 계시는군요]

어떤 의사가 자기 환자에게 “장건강과 암 예방을 위해, 섬유질이 풍부한 톱밥을 매일 한 컵씩 드세요”라고 한다면, 그 의사는 당장에 정신나간 사이비 취급을 받으며 인터넷에서 유명해질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들이 장 건강을 위해 구매한 더욱 비싼 ‘식이섬유 함량 제품’ 중 상당수에 이와 같은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고함량의 식이섬유’라고 광고 카피를 내걸은 많은 식품들에 실제로 톱밥이나 목재, 곡물 찌꺼기에서 추출한 식이섬유가 함유된다.

물론 이와 같은 식이섬유 역시 식용 허가를 받은 재료들로서, 인체에 유해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야채와 과일을 통한 자연적인 식이섬유 섭취 방법과 목재 등에서 추출한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방법을 비교한다면, 후자를 선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식이섬유 섭취와 관련된 이 가짜 상식은, 이미 너무 깊게 뿌리박혀 있다. 소비자의 지혜로운 선택이야말로 이를 극복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