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횟수 따라 치매 위험 달라…출산 5회, 최대 47% 높아져
출산 횟수 따라 치매 위험 달라…출산 5회, 최대 47% 높아져
  • 박신안 기자
  • 기사입력 2020.09.09 14:10
  • 최종수정 2020.09.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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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경험 여성, 출산 횟수 따라 치매 위험 다르게 나타나
치매 위험, 무출산 8% 감소에 비해 5회 이상 한 여성은 47% 높아
11개국 1만 5,000여명 대상 분석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출산 횟수에 따라 치매 위험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은 치매 위험이 8% 감소했으나, 5번 이상의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경우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아졌다.

치매는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일 정도로 남성에 비해 여성이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 유병률이 높다. 발병 후 진행 속도도 남성에 비해 여성이 빠른 편이다.

이러한 성별의 차이에는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 있지만, 특히 여성만의 고유한 경험인 출산이 호르몬의 변화를 유발해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동안 출산이 치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드물었다. 또한 기존 연구들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 혼선이 있었다. 이에 치매와 여성의 출산 횟수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팀은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브라질 등 총 11개국 3대륙의 60세 이상 여성 14,792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출산이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치매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이, 교육 수준, 고혈압, 당뇨 등의 인자를 보정(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통계적으로 처리하는 것)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출산을 5번 이상 경험한 여성은 한 번만 출산한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산 경험이 없거나 2~4회 출산한 여성의 경우, 1회만 출산한 여성과 비교해 치매 위험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대륙별로 그룹을 나누어 분석했을 때, 유럽, 남미와 달리 아시아에서만 예외적으로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60세 이상 여성이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면 자의적인 비출산이라기보다는 불임이나 반복적 유산 때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불임을 유발하는 호르몬 질환은 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반복적인 유산 역시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출산을 5차례 이상 한 여성은 한 번 한 여성과 비교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 박신안
출산을 5차례 이상 한 여성은 한 번 한 여성과 비교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 박신안

연구팀은 “5번 이상 출산한 여성은 기본적으로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 등 치매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 동반될 확률이 높고, 출산에 따른 회백질 크기 감소, 뇌 미세교세포의 수와 밀도 감소, 여성호르몬 감소도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산이 여성의 높은 치매 유병률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11개 국가 코호트(집단) 연구를 통해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향후 이번 코호트에 포함되지 않은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연구를 비롯해 아이를 많이 출산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전을 통해 치매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도 후속 연구를 진행해 치매 조기 진단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도움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