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108)뇌전증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소
[목요칼럼] (108)뇌전증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소
  •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 기사입력 2024.02.15 09:23
  • 최종수정 2024.02.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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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와 뇌전증
(출처: epilepsy.com/volunteer/spreading-awareness/international-epilepsy-day)

[헬스컨슈머] 지난 월요일(2월 12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었다. 2015년 세계뇌전증협회(IBE)와 세계뇌전증퇴치연맹(ILAE)에서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여 뇌전증 환자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해 매년 2월 두 번째 월요일로 제정했다.

뇌전증은 한때 간질이라고 불렸던 병이다. 간질은 경련(발작)을 일으키는 병이란 뜻이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를 나타내 의식 소실, 발작 등 뇌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것을 뜻한다. 대뇌 속 신경세포들은 서로 연결되어 전기적인 신호로 정보를 주고 받는데, 이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방출될 때 발작이 일어난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뇌전증은 상당히 흔한 질환으로 세계 인구의 0.5~1%에게 발생하고 있다. 영아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발병하는 흔한 만성 신경계 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뇌전증(간질)에 대한 편견 때문에 환자의 90%가 자신의 병을 숨기고 지내고 있다.

근래에는 사회적 문제가 되는 병역 비리 사건에 가짜 뇌전증을 악용한 사례가 늘고 있어 실제 환자와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병역 브로커들은 신경계질환 대부분이 치매, 뇌전증 등 MRI가 정상이라도 환자 본인의 의견이 중요해서 증상이 있어 발작하고 힘들다고 하면 약물 치료하며 경과를 지켜보는 맹점을 이용한다.

지난 12월에는 한 병역브로커가 의뢰인 40여명에게 가짜로 뇌전증을 진단받는 법을 알려주고 병역을 면탈받게 한 혐의로 징역 5년형이 선고되기도 하였다. 이들 중에는 유명 연예인과 프로 운동선수 등이 포함되어 사회적 문제로 더욱 이슈화 되었다.

(출처: medical-junction.com/anti-epileptic-drugs/#google_vignette)

뇌전증은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며, 약물로 뇌전증이 완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수술로 도움을 받게 된다. 뇌전증 환자 10명 중 7~8명이 약으로 조절되며, 이 중 3~4명은 장기간 동안 항뇌전증약(Antiepileptic Drugs)을 복용한다.

이러한 뇌전증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소는 비타민D이다.

비타민D 흡수 및 대사를 차단하여 비타민D 결핍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약물들이 있다. 특히 항뇌전증약인 페니토인, 페노바르비탈, 카르바마제핀 등은 간의 미세소체 효소를 강력하게 자극하여 외인성 또는 내인성 물질의 대사를 변화시킨다. 그리하여 비타민D 대사를 방해하여 비타민D 결핍 위험을 증가시켜, 골밀도를 낮추고 골절 위험을 증가시킨다.

더욱이 비타민D는 정상적인 뇌 기능에 기여하는 요소이다. 비타민D 결핍은 치매,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정신분열증, 뇌전증과 같은 신경정신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항뇌전증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비타민D 수치 관리에 주의하여 일반인보다 비타민D 복용량을 늘려야 한다.

(출처: youtube.com/watch?v=52wluLyqVyo)
(출처: youtube.com/watch?v=52wluLyqVyo)

 

2023년 8월 인도 가우하티 의과대학 병원 소아신생아과 연구팀은 항뇌전증 약을 복용중인 소아 뇌전증 환자에게 비타민D 보충을 하면 발작 빈도 감소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현대 소아과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ontemporary Pediatrics)》에 발표하였다.

2022년 8월 중국 난징 의과대학 아동병원 연구팀도 뇌전증 증상이 있는 소아 7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타민D를 보충하면 발작 빈도가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에 발표하며, 소아과 의사들은 뇌전증 환자를 위한 비타민D의 대중적 인식을 제고할 것을 촉구하였다.

2019년 5월 미국 UCLA 의과대학 신경과 연구팀은 고용량 비타민D가 간질 환자에게 부작용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 뇌전증 전문 의학저널 《뇌전증과 행동(Epilepsy & Behavior)》에 발표하였다.

뇌전증 환자에게 12주간 매일 비타민D를 5000IU를 복용시킨 결과 비타민D 수치는 크게 증가했지만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는 수치인 100ng/ml를 초과한 적은 없었고, 발작 빈도는 6주 치료 후 월 평균 5.2회에서 3.6회로 약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전증 치료에 사용되는 현재 약물들이 우울증이나 골다공증과 같은 부정적인 부작용을 갖고 있어 보다 안전한 치료법을 개발할 필요성에 의해 시행된 본 연구는 비타민D 보충제의 안전성과 발작 예방에 대한 잠재적인 효과를 입증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앞으로 계속된 후속 연구를 통해 독립적인 연구자들과 함께 결과를 검증하고 식품의약국(FDA)과 협력하여 비타민D를 간질 치료제로 인정받도록 만들 것이라고도 언급하였다.

미국 UCLA 의대 신경과 연구팀은 2016년 12월에도 뇌전증 치료를 위한 비타민D에 대한 연구 결과를 신경학 분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인 뉴롤로지(Frontiers in Neurology)》에 발표한적이 있었다.

연구팀은 지난 수십 년 동안의 기초 연구와 동물 모델에서 얻은 증거를 통해 비타민D의 항경련 효과를 확인하였다. 또한 역학 데이터와 다양한 사례 연구에서도 비타민D와 간질 사이의 연관성을 지적하고, 비타민D가 자체적으로나 또는 기존 항뇌전증약과 함께 뇌전증에 대한 잠재적인 치료법으로 사용될 수 있음도 확인하였다.

결국 본 연구를 통하여 약물내성 뇌전증(간질) 환자에 대한 비타민D 일일 5,000IU 복용의 안전성 및 예비 효능에 대한 1단계 연구(2019년 5월 발표한 연구) 임상계획을 승인받게 되었다.

(출처: myepilepsyteam.com/resources/vitamin-d-and-epilepsy-benefits-and-uses)
(출처: myepilepsyteam.com/resources/vitamin-d-and-epilepsy-benefits-and-uses)

 

비타민D 대사산물(칼시트리올)은 뇌척수액에서 발견되며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타민D 대사산물(칼시트리올)은 흑색질과 시상하부에서 높게 발현된다. 비타민D 수용체(VDR)도 소뇌, 시상, 시상하부, 기저핵 및 해마에서도 발견된다. 비타민D 수용체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은 도파민 생산의 주요 영역에 존재한다.

이러한 비타민D가 뇌전증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신경보호 효과 (Neuroprotective Effects)

비타민D는 신경 보호 효과와 관련이 있으며 뉴런의 건강과 기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뇌전증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활동과 관련이 있으며, 신경 보호는 뉴런 손상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여 잠재적으로 발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항염증 효과 (Anti-Inflammatory Effects)

뇌의 만성 염증은 간질의 발생 및 진행과 관련되어 있다. 항염증 효과가 있는 비타민D는 염증을 줄임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신경학적 환경에 기여하여 잠재적으로 발작의 빈도나 심각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칼슘 항상성의 조절 (Regulation of Calcium Homeostasis)

비타민D는 칼슘 항상성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장에서 칼슘이 흡수되고 체내에서 활용되는 데 영향을 준다. 칼슘은 신경 기능에 필수적이며, 적절한 조절은 신경 전달에 중요하다. 칼슘 수치의 조절 장애는 뇌전증의 특징인 신경의 과흥분성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조절 (Modulation of Neurotransmitters)

비타민D 수용체(VDR)는 신경 전달 물질의 조절과 관련된 영역을 포함하여 뇌의 다양한 영역에 존재한다. 비타민D는 신경 전달 물질의 활동을 조절하여 잠재적으로 뇌의 흥분과 억제 사이의 균형에 영향을 준다.

유전자 발현과 시냅스 가소성 (Gene Expression and Synaptic Plasticity)

비타민D는 비타민D 수용체(VDR)와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유전자 발현 조절은 시냅스 가소성 및 신경 흥분성과 관련된 요인에 영향을 미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냅스가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능력인 시냅스 가소성의 변화는 뇌전증의 발병 및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출처: charliefoundation.org/vitamin-d-and-seizure-control/)
(출처: charliefoundation.org/vitamin-d-and-seizure-control/)

 

뇌전증 환자들에게 비타민D 대사를 방해하여 결핍 위험을 증가시켜 뼈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항뇌전증 약으로부터 혈중 비타민D 수준을 보전하기 위하여, 더욱이 뇌전증을 예방하고 치료를 촉진하기 위하여 비타민D 복용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비타민D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비타민D 건강 수치(40~60ng/ml)를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는 적어도 일일 2000IU 이상 복용하고, 성인은 최소 일일 4000IU 이상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편차에 의해 흡수율이 최대 6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제각각 이므로 비타민D 수치를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가까운 동네 검진병원에서 비타민D 혈중 농도 검사를 받아보고 결과 수치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하면 된다. 복용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