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단] 아이들은 왜 ‘똥’만 나오면 좋아할까?
[엄마기자단] 아이들은 왜 ‘똥’만 나오면 좋아할까?
  • 김태희 엄마기자
  • 기사입력 2024.03.27 15:48
  • 최종수정 2024.03.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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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기자의 첫째 아이(34개월)가 스스로 배변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똥 이야기를 자주하며 그 단어만 나오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의 활동사진을 보내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똥’모양의 찰흙 덩어리들과 그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같은 반 친구들의 모습이 많이 찍혀있었다. 아이들에게 ‘똥’ 이야기는 만병통치약 같은 존재이다. ‘똥’이란 단어만 들어가도 까르르 자지러지는 아이들. 아이들은 왜 그렇게 ‘똥’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아이들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아이들은 똥뿐만 아니라 방귀, 응가 등 지저분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실제로 동화책들과 유튜브 등의 영상을 보면 배설과 관련된 소재들이 엄청 많이 나와 있다. 아이들은 왜 이렇게 좋아할까?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똥=나, 아이가 스스로 처음 창조하는 물건이에요!

배변활동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 똥은 남다른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나도 어른처럼 배변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 중에는 변기를 무서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것들이 변기 속으로 풍덩 떨어졌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집어삼킬 것 같은 두려움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똥은 단순히 분비물이 아닌 또 다른 자신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래서 배변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자존감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배변 교육 중에 야단을 치거나 배변 실수를 했을 때 부모가 화를 내고 응가 냄새를 맡고 표정을 찡그리는 표정은 피해야 한다.

 

아이들이 똥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1. 어감이 재미있다!

똥은 한 글자이면서도 경음으로 이뤄져 있어 입에 잘 달라붙고 유쾌한 느낌을 준다.

2. 어른을 무너뜨리는 쾌감이 있다!

지저분한 이야기를 할 때 어른들은 당황하고 손사래를 친다. 이때 아이들은 어른을 무너뜨리는 느낌을 받고 큰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마냥 크고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똥’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와르르 무너트릴 수 있으면서도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끼며 자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다.

3. ‘똥’이라는 존재가 주는 해방감과 기쁨이 있다!

항문기에 해당하는 1~3세 아이들은 자신의 몸에서 나온 배설물을 보며 본인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냈다는 해방감, 기쁨 등을 느낀다. 배변 후 느끼는 시원함도 아이들이 똥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유치한 개그에 빠지는 4세부터는 몸에서 나는 소리에 부쩍 흥미를 갖는데 방귀나 똥 이야기는 웃음코드가 된다.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으로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약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다면 ‘그 말과 단어는 지금 하는 것은 좋지 않아’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기자의 첫째 아이가 약30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스스로 배변을 통제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배변 후 물 내리기 전 ‘응가야, 잘 가’하면서 인사를 하는데 처음에는 왜 그렇게 아이가 울음바다가 될 정도로 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똥’이 또 다른 자신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이를 이해하게 되었고 요즘은 스스로 배변을 한 것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