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단] 우리아기 왼손잡이인걸까?
[엄마기자단] 우리아기 왼손잡이인걸까?
  • 이재정 엄마기자
  • 기사입력 2024.03.27 15:51
  • 최종수정 2024.03.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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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신랑과 나는 오른손잡이다. 신랑의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내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모두 오른손잡이다. 우리 부부의 첫째 아이도 오른손잡이고. 근데 이상하다. 둘째 아이는 항상 왼손을 먼저 쓴다. 수저와 포크도 왼손을 주로 사용하고, 간식을 줄 때도 왼손 먼저 내민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왼손잡이보단 오른손잡이가 다수이고 더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을 아는 터라 걱정되었다. 게다가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왼손잡이는 부정하다며 오른손잡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야기 하시는 터라 어른들의 시선도 걱정되었다. 우리 둘째는 왼손잡이인걸까?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 영아들은 양손잡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맞다. 영아들의 경우는 양손잡이이다. 이탈리아의 한 대학 연구팀은 임신부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태아가 임신 18주부터 특정 손을 더 자주 사용했고, 98%는 태어나서도 여전히 그 손을 사용했다 한다. 이 연구 결과가 정확하다면 왼손잡이의 여부는 임신 18주차 때 결정되지만 실상 대다수의 아이들은 세 돌 이전까지는 양손잡이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만 3세 전까지 양손을 사용하는 이유는 손의 힘이 부족해서 양 손을 번갈아 가며 사용해야하는 이유도 있지만, 아직 손으로 정교하게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점차 손을 미세하게 사용할 일이 많아지면서 주로 사용하게 되는 손이 정해지고 만 6세경에는 아이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확실해 진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가 생후 18개월이 되기도 전에 유난히 한 쪽 손만 사용한다면 신경학적 문제일 수 있으니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 대다수의 사람이 오른손잡이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 좌뇌가 신체의 오른쪽을, 반대로 우뇌는 왼쪽을 제어한다는 것도. 그리고 손처럼 한 쌍으로 존재하는 눈, 발과 같은 신체는 좌우 중 한 쪽 대뇌반구가 운동을 우세하게 통제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것에 대한 가설 중 하나는 인간이 언어와 수학적인 사고가 발달하면서 좌뇌가 발달해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가설일 뿐 정확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기자는 궁금했다. 뇌의 영향이 아니라면 가족 중 왼손잡이는 없는데, 유전으로 왼손잡이가 있을 수 있을까? 우성과 열성으로 나뉘는 것처럼 말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부부 중 한 명이상이 왼손잡이인 경우와 부부 모두 오른손잡이인 경우, 앞선 부부의 자녀가 왼손잡이일 확률이 조금 더 높다고 한다. 그러나 부부 모두가 왼손잡이라 해도 자녀가 왼손잡이가 될 확률은 25% 정도라고 하니 오른손잡이의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면 꼭 유전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보다 창의적일까?
과거 왼손잡이를 터부시하는 어른들의 말씀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언젠가 매체에서 왼손잡이의 뇌는 우뇌를 발달시켜 더욱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나고 똑똑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실제로 뉴턴이나 아이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사람들이 왼손잡이였기에 그 얘기는 실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에 의하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지능발달의 차이는 크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왼손잡이의 인지능력이나 창의성, 예술성에 대한 특수함에 대해서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는 말이다.

■ 왼손잡이 아이, 오른손잡이로 교정해야 할까?
기자가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왼손잡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점차 사라지긴 했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왼손잡이인 사람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기자의 절친한 친구도 오른손보단 왼손 사용이 훨씬 편하고 일의 능률도 있다고 늘 이야기 하곤 하니 말이다. 그러나 내 아이가 왼손잡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세상에서 왼손잡이를 위한 것은 현저히 적은 것도 그러하고.. 대표적으로 가위도 왼손잡이 가위가 따로 있을 만큼 일반적인 가위는 오른손으로 잘라야 잘 잘라지지 않는가? 그래서 오른손을 주로 사용 손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이렇게 고민이 될 때 불의한 사고나 선천적인 몸의 불편함으로 인해 아이들의 재활치료를 돕는 지인이 생각나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러니 펄쩍 뛰며 이야기했다. ‘양손잡이가 편하고 더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그거 낭설이다.’ 라며, 억지로 아이의 주로 사용하는 손을 바꾸려 하는 것은 아이의 소근육과 뇌 발달 측면 모두에 안 좋고 아이에게 좌절감이 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느 쪽 손을 사용하더라도 아이의 문제가 아니니 그저 아이가 잘 적응해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욱 좋다 말했다. 

왼손잡이 아이를 둔 부모가 쓴 글들을 찾아 읽고, 재활치료사 지인의 이야기도 듣고, 왼손잡이로 평생을 살아온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걱정된다고 하는 한편으론 내심 정말로 우리 아이가 왼손잡이라면 진짜 똑똑한 거 아니야? 혹시 예술가 되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라는 헛된 기대는 내 망상이었고, 도리어 아이를 통해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 욕심을 냈다는 생각에 밀려온 부끄러움 역시 온전히 내 몫이었다. 

여전히 우리 둘째 아이는 왼손을 주로 사용한다. 오른손도 제법 잘 사용하기는 하지만 무언가를 집고, 탐색할 때 먼저 뻗어 사용하는 것은 왼손이다. 그러나 이제 왼손잡이라서 기대하거나 걱정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오른손잡이가 훨씬 많은 세상에서 아이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고리나 변기 레버, 주거지의 공동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것, 심지어는 자동차 시동 버튼까지 살펴보니 내 주위에는 오른손잡이를 위해 설계된 것이 많았다. 심지어 학창시절 왼손잡이 친구의 노트필기는 언제나 연필이나 볼펜 잉크가 번지고 친구의 손날은 시커맸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니 어쩌면 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에게 있어 왼손잡이라는 것은 좌절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찾아보니 왼손잡이용 어린이 젓가락도 있었고, 왼손잡이용 가위도 있었다. 왠지 내 왼손잡이여도 괜찮다! 라는 내 결심을 응원해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 아이의 주 사용 손이 왼손인,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이가 좌절감을 느끼기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는 다를 뿐이지 틀린 게 아니라고, 다만 오른손잡이가 많아서 조금 불편한 것들이 있는데 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