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114)'현대판 불로초' 찾기
[목요칼럼] (114)'현대판 불로초' 찾기
  •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 기사입력 2024.03.28 10:21
  • 최종수정 2024.03.28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타민D와 노화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새로운 개념

[헬스컨슈머] ‘노화 정복’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노화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18년 발표한 질병분류에서 질병코드(XT9T)를 부여할 만큼 큰 관심사항이다. 세계 연구진이 앞다퉈 노화역전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최근 ‘현대판 불로초’인 노화 치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앞다투고 있다.
미국 대표 장수펀드의 하나인 롱제비티 비전펀드를 운영하는 피크스테이트벤처스의 세르게이 영 대표는 노화 연구 스타트업 18곳에 투자했다. 실리콘밸리의 큰손 피터 디아만디스는 테슬라 창립자인 일론머스크, 제임스 캐머런 감독 등과 우주·노화 산업에 투자하는 엑스프라이즈재단을 세웠다.
사우디의 노화연구 지원단체 헤볼루션은 향후 5년간 전임상 단계의 노화 연구 49개에 1억15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빈 살만 왕세자는 세계 각지의 항노화 연구에 매년 10억달러 이상을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및 러시아 억만장자 유리 밀러 등은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연구하는 알토스랩에 30억달러를 투자했다. 챗GPT 개발자인 샘 올트먼은 노화세포 제거 기술을 개발 중인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에 1억8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출처)게티이미지코리아

 

산업계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도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 예산은 2018년 25억달러에서 지난해 44억달러로 76%가량 증가했다.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 산하 의학연구위원회는 지난해 말 수명 연장 관련 연구에 5000만파운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CGG)의 예산은 2020년 11억엔에서 2022년 56억엔으로 급증했다. 대부분 기초연구 단계이지만 최근 5년간 한국 정부도 항노화 치료제 R&D 투자에 연평균 250억원을 투자했다.

노화 치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도 계획 중이다.
세계적 내분비학자인 미국 알버트아인슈타인 의대 니르 바질라이 교수는 당뇨약 메트포르민이 항노화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노인 3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노화연구책임자를 지낸 조안 매닉 토네이도 테라퓨틱스 대표는 라파마이신을 기반으로 한 항노화 신약을 올해 사람 대상 임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 라파마이신 외에 NAD(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디뉴클레오타이드) 증강제, 타우린, 멜라토닌 등 다양한 물질이 불로초 후보군에 올라 있다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물질이 하나 있다.
면역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 노화 방지 연구자인 주앙 페드로 데 마갈하에스, 억만장자 장수 투자자인 크리스찬 앵거마이어가 복용하고 있는 비타민D 보충제다.
장수에 투자하거나 노화를 연구하거나 개인적으로 노화에 대처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노화 방지 캡슐이 하나 있다면 바로 비타민D일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1월 폴란드 과학 아카데미와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 합동 연구팀은 비타민D가 어떻게 질병을 예방하고 동시에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는지를 설명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영양학회지인 《뉴트리언츠(Nutrients)》에 발표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면역력은 병원균과 기생충에 저항하는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비전염성 질병과 노화 과정 자체에 대항하는 능력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결국 면역력이 낮으면 노화가 촉진되고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적절한 비타민D 수치는 면역 회복력을 안정시키고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며 염증과 세포 스트레스를 포함한 다양한 노화 특징을 완화하여 건강한 노화에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비타민D 결핍은 면역 체계의 오작동을 유발하여 감염성 질환이나 자가 면역 질환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D는 뼈와 골격근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의 항상성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강한 노화의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신체의 개별적인 필요에 맞게 충분한 양의 비타민D를 섭취하면 면역 저항력을 안정시키고 많은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며 낮은 노화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면역력이 좋으면 노화가 지연된다는 이론은 그동안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져 온 사실이다.
사실 비타민D는 대표적인 면역 관련 물질인 면역 조절 영양소이다. 비타민D와 면역에 대한 연구는 7천3백건 이상 발표되고 있다.
또한 비타민D가 생물학적 나이에 영향을 준다는 많은 연구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2022년 7월 독일 베를린 샤리테 의과대학 연구팀은 비타민D 결핍 환자에게 충분한 보충제를 투여하면 후성유전학적 노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노화 전문 국제학술지 《노인과학(GeroScience)》에 발표하였다.

2020년 10월에도 같은 연구팀은 비타민D가 후성 유전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노인학저널(The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A, Biological Sciences and Medical Sciences)》에 발표한바 있다.
1,64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후성 유전적 패턴을 연구한 결과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낮은 사람들이 정상 수치(30~100ng/ml)인 사람들보다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DNA를 구성하는 염색체는 비타민D 정상 수치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더 젊어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비타민D가 노화 촉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23년 2월 이탈리아 로마 대학교와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 암 유전학 연구소 연구팀은 노화를 예방하는 비타민D의 기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분자과학 국제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발표하였다.
연구진이 밝혀낸 비타민D의 노화 방지 효과에 관여하는 분자 메커니즘은 아래 그림과 같다; 
적절한 수준의 비타민D는 여러 표적 생체 분자 수준에서 연령에 따른 변화를 상쇄하여 감염, 염증, 산화 스트레스, 쓰레기 분자 축적,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에 대한 효과로 이어진다.
비타민D는 세포 항상성을 조절하고 다중 표적 작용으로 산화 염증 노화와 세포 노화에 대응하기 때문에 낮은 수치는 그 자체로 노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론은 적절한 비타민D 수치를 회복하는 것이 노화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언급하였다.

 

(참조: Fantini et al., Vitamin D as a Shield against Aging. Int J Mol Sci. 2023 Feb 25;24(5):4546.)

 
 

2017년 11월 영국 캠브리지 생명과학 연구기관인 바브라함 연구소(The Babraham Institute) 연구팀은 비타민D 결핍은 노화 및 노화 관련 질병을 가속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생리학저널(The Journal of Physiology)》에 발표하였다.
비타민D는 아래 그림과 같이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여 노화 과정을 늦추는 작용을 하는 자가포식의 활동을 촉진한다. 또한 비타민D는 노화 과정을 촉진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산화 스트레스, 염증, 칼슘 신호, 후성 유전학 및 텔로미어 단축을 포함한 DNA 장애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비타민D가 부족한 개인은 이러한 과정의 활동이 강화되어 노화 속도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및 심혈관 질환 같은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비타민D 수치가 정상인 사람은 이러한 노화 관련 과정이 더 낮은 비율로 발생하여 노화 속도가 감소하고 이러한 노화 관련 질병에 대한 보호 기능이 강화된다.
 
 

(참조: Berridge et al., Vitamin D deficiency accelerates ageing and age-related diseases: a novel hypothesis, J Physiol. 2017 Nov 15;595(22):6825-6836)

 

우리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를 바꿀 수는 없지만 후성 유전학을 통해 우리의 건강과 수명을 최적 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전신에 걸친 비타민D의 폭 넓은 기능은 바로 비타민D 수용체(VDR)가 우리 몸 거의 모든 세포 및 기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타민D 수용체는 비타민D (활성형 비타민D인 칼시트리올)와 결합하여 세포의 유전자를 발현시켜 그 세포 및 기관을 잘 기능하도록 작동시킨다.
만약 우리 몸에 충분한 비타민D가 공급되지 못한다면 이러한 세포 및 기관들이 작동하지 못하고 그 기능을 잃게 되어 결국 질환이 발생하고 노화가 촉진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비타민이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80% 정도가 충분한 수치(30ng/ml 이상)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은 비타민D 부족/결핍이 인구의 97%에 이르고 있다.
비타민D 수치를 100에 가깝게 유지할수록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적어도 40~60ng/ml 이상을 유지해야 기본적인 비타민D 건강을 확보할 수 있다. 
비타민D 수치 40~60ng/ml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평균 최소 4000IU 이상을 복용해야 한다. 사람마다 흡수율이 달라 도달 수치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3~4개월 복용하고 꼭 비타민D 검사를 받고 결과치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하면 된다.
검사를 해보지도 않고 자신의 혈중 농도를 모른 채 임의로 비타민D를 복용하다 보면 적정한 수준인 40ng/mL~60ng/mL를 유지하기 어렵다.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