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 의사 아닌 의사선생님’ 없어진다
‘수술실에 의사 아닌 의사선생님’ 없어진다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8.16 16:00
  • 최종수정 2019.08.1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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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받지 못한 외부인 수술실 출입 제한

[헬스컨슈머]지난 몇 년간, ‘수술실의 이슈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수술실에서 행패를 부리고, SNS용 사진을 찍어올리고, 마취된 환자를 희롱하고, 심지어 일개 영업사원의 손에 수술이 집도된 사건까지.

이처럼 의료전문인의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 자격을 악용해 이득을 편취하는 등 그 자격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화제가 됨에 따라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했고, 그 결실이 얼추 맺힌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통해 수술실·분만실·중환자실의 출입기준과 보안장비·인력 기준 등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규정하고, 불합리한 규제 등 현행 법령의 미비점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법령의 입법예고는 816()부터 924()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법령의 핵심 내용은 수술실 등의 출입기준을 정하고, 의료기관 내 보안장비 설치 및 인력 배치기준의 근거를 마련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오는 1024()부터 시행됨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15, 인천의 한 대형병원에서 신생아의 다섯 손가락이 괴사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부터였다. 전공의가 아닌 간호사에게 시술을 맡겼던 병원 측에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실제로 확인한 아이의 의무기록은 의사가 작성한 것과 간호사가 작성한 기록이 서로 달라 논란이 일었다.

또한 2016년에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한 여성이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 석연치 않음을 느낀 여성의 유족들은 가능한 방법들을 동원해 자체적으로 비밀을 파헤쳐나갔다. 길고 험난한 시간의 끝에, 유족들은 어렵게 해당 병원의 CCTV를 입수했다.

숨겨져 있던 비밀은 놀라웠다, 수술 담당 의사가 어려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던 것도 모자라, 수술 후 적절한 사후 조치도 없었다. 그렇게 간호조무사에게 맡겨진 환자는 지혈이 안된 상태로 방치되었다가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2017년에는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담당의를 대신해 수술을 진행하다 환자를 뇌사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영업사원 대리수술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의료 전문인도 아닌 일반인, 수술실에서 환자의 직접적인 생명을 다루는 수술을 했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던 기록이다.

또한 올해엔 금감원을 사칭한 민간보험사 직원이 보험사기 조사를 위해 환자가 있는 수술실까지 침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최전선인 수술실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환자단체와 의료소비자들은 수술실 내 사고 예방을 위해 CCTV 설치를 강제 규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이 제기해왔다. 아울러 국회가 수술실 내 CCTV설치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 것도 이러한 의료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술실 내 CCTV가 의료인의 행위에 대한 감시용으로 사용될 경우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대한의사회의 의견에 따르면,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때로는 극단적인 조치도 고려해야 하는 의료인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의료인의 시술 행위가 위축돼 소극적방어적 수술에 그쳐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환자의 사생활이 노출 등의 우려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령안에서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술실·분만실·중환자실 출입관리 기준 마련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동안에 수술실·분만실·중환자실에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다.

* 환자, 의료인,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환자의 보호자 등 의료기관의 장이 승인한 사람으로서 출입에 관한 교육을 받은 사람

이에 따라, 환자, 의료인 등이 아닌 사람이 수술실등에 출입하려면 의료기관 장의 승인을 받고, 위생 등 출입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의 장은 수술실·분만실·중환자실에 출입한 사람의 이름, 출입목적, 승인 사항(승인이 필요한 사람만)을 기록하고 1년간 보관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