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임신성 당뇨병’, 태아가 사망할 수도 있다?
산모의 ‘임신성 당뇨병’, 태아가 사망할 수도 있다?
  • 윤지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9.24 09:00
  • 최종수정 2019.09.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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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 가족 중 당뇨병 환자 있다면 임신 전 혈당 검사 필수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우리나라 임신 여성의 약 10명 중 1명은 ‘임신성 당뇨병’ 진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한다.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비만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임신성 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임신 중 발생하는 내과적 합병증 1위인 임신성 당뇨병은 체중이 평균보다 훨씬 큰 거대아를 출산할 확률을 높이고, 심할 경우 태아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음으로 반드시 적절한 진료와 처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임신성 당뇨병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예방할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임신성 당뇨병은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생긴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과정 중 생리적 변화 때문에 임신 기간 안에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게 되는 것을 뜻하며, 임신 전부터 당뇨병이 있었던 경우는 현성 당뇨병이라 부른다. 당뇨병을 앓는 임신부의 90%는 임신성 당뇨병에 해당한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 태반에서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인슐린 작용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생긴다. 보통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 일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분만 후 태반이 떨어져 나가면 임신성 당뇨병도 사라진다. 하지만 임신성 당뇨병이 있던 산모의 절반은 20년 안에 제2형 당뇨병이 나타나거나, 다시 임신할 때 임신성 당뇨병이 생길 확률이 30~5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한 임신성 당뇨병, 자궁내 태아사망 빈도도 증가]

임신성 당뇨병은 산모나 태아 모두에게 위험하다. 먼저 태아는 산모의 임신성 당뇨병이 성장인자를 자극해 거대아가 될 확률이 높고, 자궁 내 사망률이 높아지며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 등도 생길 수 있다. 임신성 당뇨병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의 경우 저혈당증, 적혈구증가증 등의 대사 이상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소아 당뇨 및 대사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정상 출생아보다 높다.

산모의 경우 고혈압성 질환에 걸리는 빈도가 잦아지고 임신성 당뇨병이 재발하는 등 장기적 합병증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산모가 임신성 당뇨병으로 혈당이 높아지면 태아는 고인슐린혈증이 되는데, 쉽게 말해 아이가 단 음식을 많이 먹어 비만이 되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거대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초음파 진찰 시 태아의 예상 체중이 4.5kg 이상이면 제왕절개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탄수화물 제한 식사와 운동을 통한 혈당 조절이 필수]

임신성 당뇨병은 식이요법, 운동요법, 약물치료를 통해 혈당 관리를 할 수 있다. 식이요법의 경우 하루 평균 30~35kcal/kg 정도의 탄수화물을 제한하는(탄수화물 40%, 단백질 20%, 지방 40%) 식사가 권장된다. 운동은 걷기 운동 또는 상체 근육 운동 위주로 식사 후 20~30분 정도가 좋다. 만약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라면 전문의의 처방 아래 인슐린 투여도 가능하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산부인과 김대운 교수는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라면 임신 32주부터는 주 2회 태동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며, “만약 식이요법과 운동요법만으로 조절이 안된다면 인슐린, 경구용 혈당 강하제 등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존 당뇨병 환자는 혈당조절 잘될 때 임신해야 위험성 낮다] 

임신 전부터 당뇨병이 있던 현성 당뇨병 환자가 임신할 경우, 임신 중과 출산 후의 위험성이 임신성 당뇨병 환자보다 크다. 임신성 당뇨병의 경우 약 80%는 인슐린을 사용하지 않고도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혈당조절이 되지만, 현성 당뇨병은 임신 중반기 이후부터 심해지기 때문에 대부분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고용량의 인슐린을 써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단 혈당조절이 안 되면 산모와 가진 합병증이 더 악화할 위험성이 높다. 특히 현성 당뇨병 산모는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병 망막증 진단을 위해 첫 진료 시 망막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현성 당뇨병 환자가 혈당조절이 잘 안되거나 기타 합병증이 있는 경우 조기 분만을 해야 하기도 하며, 이 외에도 자연유산, 34~36주 이후 원인불명의 사산, 태아 기형의 위험성도 2~3배 높다.

김대운 교수는 “당뇨병은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임신 전 당뇨병 검사를 꼭 해야 한다.”며, “만약 이미 당뇨병이 있는 여성이 임신을 준비할 경우 철저한 혈당조절이 되는 상태에서 임신해야 임신 초기의 자연유산 및 태아의 선천성 기형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고, 임신 전부터 태아의 신경관 결손증 예방을 위한 엽산 복용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임신성 당뇨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임신 중 당뇨병으로 인한 증상과 합병증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한 만큼 정확한 검진과 철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만약 임신 중 인슐린 치료가 태아에게 안전할지, 남성의 당뇨병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추가적인 호기심이 있다면 아래의 팁을 참고해보자.  

Tip. 임신성 당뇨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남성이 당뇨병일 경우에도 태아에 문제가 생기나?

남성의 당뇨병 여부와 임신은 전혀 관계가 없으며, 태아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단 여성이 임신 중 당뇨병 조절을 하지 않을 때 태아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슐린을 맞으면 유산 가능성이 커진다?

인슐린은 태반을 통과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인슐린과 유산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오히려 혈당이 높은데 인슐린을 맞지 않아 고혈당이 유지되는 경우에 유산될 가능성이 높다.

-임신성 당뇨병 환자는 모유 수유하면 안 된다?

모유 수유와 엄마의 당뇨병은 관계가 없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산모가 인슐린으로 혈당조절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모유 수유가 가능하다.

-임신성 당뇨병은 추후 당뇨병으로 재발할 수 있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에만 일시적으로 생기는 질환이지만, 임신성 당뇨병이 있었던 산모에게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20년 이내에 임신성 당뇨병을 앓았던 산모 50%에서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임신 후반기로 갈수록 당 수치는 점점 오른다?

그렇다. 임신성 당뇨병은 태반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임신 주 수가 지날수록 태반의 부피가 커져 혈당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