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을 보니 심장이 뛰어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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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22 09:00
  • 최종수정 2019.10.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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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만 가면 혈압이 달라지는 백의 고혈압과 가면 고혈압… 가정 혈압 측정이 도움될 수 있어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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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고혈압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혈압이란 심장이 혈액을 뿜어낼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을 말하며, 이 압력이 높은 상태를 고혈압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심장이 수축했을 때 혈압이 140mmHg 이상, 이완했을 때 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를 고혈압으로 진단하며, 그 원인으로는 복부 비만, 염분의 과도한 섭취, 운동 부족, 흡연, 음주 등이 있다.

하지만 이 혈압을 제대로 측정하기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잴 때마다 수치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많고, 특히 병원에만 가면 평소에 알고 있던 혈압보다 유독 높거나 낮게 측정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체 왜 이런 차이가 생기며 정확하게 측정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 한 번 알아보자.

 

[하얀 가운만 보면 긴장돼서… ‘백의 고혈압’]

백의(白衣) 고혈압(White-coat Hypertension)은 말 그대로 의사의 하얀 가운을 보면 생기는 고혈압을 뜻한다. 즉, 병원에 가면 본인도 모르게 긴장되고 초조한 마음에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측정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이 경우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이 매우 높고 맥박수도 증가해서 심장에 이상은 없는지 심전도 검사를 해보면 실제 심장에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20%가 백의 고혈압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진료실에서 높게 나온 혈압 수치로 고혈압약을 먹게 되면 일상 활동을 할 때 혈압이 심하게 떨어져서 어지럽거나 쓰러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 보통 약이 처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부 백의 고혈압 환자의 경우 실제 고혈압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기 때문에 평소에 주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정말 고혈압약이 필요한지 판단하려면 병원 진료실이 아닌 본인의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활동하면서 하루 동안의 평균 혈압을 재보는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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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꼭꼭 숨어버리는 혈압… ‘가면 고혈압’]

무증상인 것처럼 가면을 쓴 고혈압이라는 뜻의 가면 고혈압은 숨은 고혈압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백의 고혈압과 완전 정반대의 증상으로 평소 혈압을 재면 고혈압으로 나오지만, 병원에서 재기만 하면 정상으로 측정되는 경우다. 가면 고혈압은 전체 고혈압의 5~20%를 차지하고 있는데, 아직 그 원인에 대해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하지만 평소 담배와 술을 자주 하는 사람과 젊은 사람에게 잘 나타나기 때문에,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예민한 성격이 원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가면 고혈압 환자는 병원에서 잰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실제 혈압은 높은 것이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률이나 사망률도 정상인보다 훨씬 높다. 한 달에 한번 또는 2~3개월에 한 번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혈압만으로는 정확히 고혈압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가정용 혈압계를 사서 집에서 자주 측정해보고 병원에 그 기록을 함께 제출하며 이러한 증상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 좋다. 백의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24시간 활동혈압을 측정해보는 것도 정확한 혈압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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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집에서 혈압 측정하는 게 좋다]

가끔 병원에 비치된 자동 혈압계를 믿지 못하고 의사가 직접 청진기와 수동 혈압계를 이용해서 측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백의 고혈압과 가면 고혈압을 고려해보면 환자가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에서 직접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일상 중 혈압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고혈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여러 연구 조사 결과에서도 자신의 혈압을 직접 측정하고, 그 수치를 의사와 공유하는 경우 가장 혈압 관리가 잘 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집에서 직접 혈압을 측정하는 ‘가정 혈압 측정’을 권장하고 있다. 혈압 변동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했듯 24시간 활동 혈압이 도움이 될 수 있는데, 혈압 측정 장치를 온종일 착용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고 모든 사람이 다 측정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가정 혈압 측정에는 여러 이득이 있는데, 한 가정에 한 명 이상의 고혈압 환자가 있는 경우 가정용 혈압측정기를 구비해 여럿이 규칙적인 혈압 수치를 재 볼 수 있다. 또한, 혈압은 재는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집에 가정용 혈압측정기가 있다면 시간별 혈압 측정이 가능해 본인의 정확한 혈압을 알 수 있다. 가정용 자동혈압계를 살 경우에는 공인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손목 혈압계는 그 정확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급적 팔의 위쪽을 감싸는 형태의 혈압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한심장학회에서 권고하는 정확한 가정 혈압 측정 방법은 아래와 같다.

① 아침/저녁 각 2회씩 측정한다

혈압은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기 때문에, 가정 혈압을 잴 때는 아침 2회, 저녁 2회씩 하루 총 4회 측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아침에는 먼저 화장실을 다녀오고 아침 식사와 약물을 복용하기 전 5분 정도 안정을 취한 후 측정한다. 저녁에는 잠들기 전 화장실에 다녀온 후 혈압을 잰다. 혈압을 잴 때는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고, 혈압 측정 30분 전부터는 흡연 및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피해야 한다.

② 압박대를 올바르게 착용한다

팔을 압박하는 압박대(커프)의 위치는 심장의 높이와 같아야 한다. 너무 꽉 조이는 것보다는 손가락 1~2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있는 것이 좋다. 팔꿈치는 테이블 바닥에 대고 긴장을 풀어야 하며, 측정 도중에는 움직이거나 말을 해선 안 된다. 또한, 몸을 움직이거나 다리를 꼬는 행동은 혈압 수치를 일시적으로 높일 수 있어서 자제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혈압이 2~40㎜Hg나 높게 측정될 수도 있다.

③ 평균값을 기록한다

혈압을 잰 후에는 날짜와 시간, 최고/최저 혈압, 맥박수를 기록한다. 그리고 1~2분 간격을 두고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측정해 두 측정 수치의 평균을 내면 되는데, 그 평균값이 본인의 정확한 혈압 수치다. 가정 혈압을 측정할 때는 진료실에서 측정했을 때의 정상 혈압 기준인 140/90㎜Hg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가정 혈압을 쟀을 때 135/85㎜Hg 이상이라면 고혈압으로 진단된다.